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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샛별 Jun 07. 2023

[단골이지만, 할 말은 하고 살자._미용실 편]


“나는 많은 단골 가게를 가지고 있어. 때로는 호기심에 새로 생긴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기도 해. 단골 가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장점이 많아. 그중에서도 가장 느끼는 장점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거야.”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는 핸드폰의 메모장에 내용을 적어 보여 주지.


“이전 스타일대로 잘라 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눈을 감았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다 끝났다는 미용사의 신호에 다시 눈을 떠봤는데 말이지. 조금의 흐트러짐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꼼꼼한 성격의 미용사는 내 표정을 확인하고 나서 바로 다시 가위를 집어 들었더라고. 그 꼼꼼함을 알아봤기 때문에 굳이 의견을 내지 않고 웬만한 건 다 수용했거든.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할 말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선생님, 제가 생각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2년 동안 꾸준히 다녔던 나의 제안에 흠칫 놀랐던 미용사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했어.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가위를 들었던 미용사의 손길에 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갔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멋진 내 모습을 마주했어.

내가 할 말을 했던 그 순간,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거든.


몇 년 동안 계속 가고 있던 단골 가게들은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연결고리였고, 그들의 전문성과 섬세한 배려는 내가 계속해서 찾아갈 가치가 있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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