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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r 05. 2019

책을 '만들'기로 한 이유

디자이너로 성장해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길.

커피가 잔에 넘치듯, 책 판매량도 흘러넘치길.. ☞ ☜


책이 나왔다. 사실은 책이 나오고 2주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책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이(물론 내내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렀는데, 그에 비해 출간 이후의 시간은 번개 같이 빠르게 지나는 중이다. 

작은 독립 서점 몇 군데에 책 입고를 위해 연락을 하다 보면 종종 '작가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또 어떤 곳에서는 나를 '제작자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책의 저자이니까 '작가'라고 부르는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니까 '제작자(유통은 빠진)'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맞는 말이다.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위시리스트가 아닐까? 인생에 이루고 싶은 꿈,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버킷 리스트 같은... 것 말이다. 그럼 나 역시 그런 꿈이 있었던 거냐고? 음.. 뭐 그다지 그런 건 아니었다.(응?) 그럼 나는 왜, 책을 만들기로 했던 걸까? 


이번엔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사실 내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게 두려웠다


이미 내놓고 무슨 소리?


책을 이미 출간해놓고 무슨 소리이겠냐만 사실은 정말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게 조금은 겁이 났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게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 평가의 잣대에 내가 휘둘릴 것 같아서. 아니, 그 평가에 휘둘릴 게 불 보듯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자존감이 생각보다 꽤 낮다는 걸 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일했던 회사 생활이라는 걸 정리하고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큰 리스크였다(지금도 어쩌면...). 당당히 나를 어필해도 모자랄 판에, 내가 한 작업물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회사에 속해 있을 때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그 일부분이 되어 일을 하면 되는 구조니까 자존감이 혹여나 낮더라도, 주어진 일을 그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여러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큰 프로젝트 앞에 내가 크게 두드러질 일은 별로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 부담이 좀 덜했을지도. 


그런 반면에 프리랜서는 어떤가, 내가 한 '작업'이 곧 '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을 오롯이 혼자 다 감당하며 내가 한 작업물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마다 곳곳에 나의 흔적이 묻어났지만, 나는 그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사업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늘 언제나 외주자로써 그 회사의 일을 '대행'해주는 개념이긴 하지만 마치 비밀 연애라도 하듯 그냥 클라이언트와 나, 둘만 간직하는 것(?)으로 남겨두는 셈이었다.


'내 작업이 어디 있게요?' 하며 마치 숨어있는 것 마냥... (Photo by Hannes Wolf on Unsplash)






책을 만들기로 한 

진짜 이유


그러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여전히 을의 위치할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의 위치에서 점점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가 주는 재료(원고 또는 요구사항, 또는 데이터 등)를 여러 가지 제약 조건 속에 디자인을 하다 보니, 아쉬운 건 늘 나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디자이너'라는 말도 있다지만, 미비한 재료(아... 여기엔 사실 금액도 포함되어 있다)가 조금 더 채워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크기를 정한다던가, 색상을 정한다던가, 레이아웃을 정한다던가 하는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여겨질 법한 항목들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었던 적은 의외로 별로 없었다. 


그냥 예쁘게 꾸미는 것만 할 줄 아는 디자이너 말고요, Photo by rawpixel on Unsplash


그런 상황들 속에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디자이너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럴 때 대부분 나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응한다. (그래야 심신에 좋다) 물론,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제안을 항상 내놓는 편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존중하고 우선시한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욕심이랄까,

온전하게 나 스스로 해보는(내 마음대로 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디자인


세상엔 디자이너가 많다. 그리고 디자인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그럼 나는? 

또다시 새해(2019년)가 찾아왔고, 그 수많~~ 은 디자이너들이 사회로 많이 배출되었겠지. 나는 점점 늘어나는 디자이너 무리들 속 한 사람일 테고.


나는 유명한 디자이너도 아니고, 대단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디자이너도 아니다. 스스로 말하기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며 디자인을 잘한다는 말을 제법 들었다. 

여기서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쁘고 느낌 있고 보기 좋게 꾸미는 것만이 아니다. 여기엔 주어진 재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느냐도 포함된다. 물론 시간 약속도...


어쩌면 디자이너로서 채워지지 않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1을 받으면 1.5, 2를 주려고 노력했던 게 아닐까? 설사 그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모를지도), 어질러진 재료들을 잘 정리해서 구상하고 각각의 매체로 풀어나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매체로

나는 '책'을 선택했다.






책을 쓴 '저자'보다는
'제작자'이고 싶었던 마음,
그게 시작이었다. 


콘텐츠(여행 에세이)를 선정하고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재료들(글과 사진, 정보 등)을 가지고 나만의 색깔(나의 여행 이야기, 그리고 나의 디자인)을 표현하면서 '책'이라는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겠지만 이렇게 도전했던 과정,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나온 결과물은 디자이너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거라 믿는다. 지금의 부족함은 다음의 성장을 위해 잘 기억해두어야지. 혹시 다음엔 다른 매체로 또 다른 무언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책 정보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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