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대학원생
작년 가을께 갑자기(?) 원서를 넣고 포트폴리오와 면접 준비까지 마치 번갯불에 콩 구운 것처럼 시간이 후다닥 흘렀다. '떨어져도 기록해야지'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합격했는데도 기록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긴장도가 높아서였을까.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학교'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쓰는 행위를 통해 내면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니, 그때의 아쉬움이 계속 생각났다. 생계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었던 대학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막연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 미련?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회사 생활보다 더 긴 프리랜서 생활을 10년 하고,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해 보자'는 마음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그깟 사업자번호가 뭐라고, 결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일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오랜 시간 고립적으로만 살아온 내게는 큰 결심이고 변화였다.
다소 막연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동안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온 나의 경험들을 다시금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리됐다. 스스로 '고립된 시간'이라고 불렀지만, 나를 찾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일에 대한 객관적인 증명이 필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무엇보다 나에게.
그동안의 나를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고 소개하는 일. 면접 준비는 합격을 위한 준비이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나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3분이라는 시간 안에 나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덜어내되, 핵심만을 콕 집어낼 수 있어야 했으니까. 덕분에 결과 유무를 떠나 앞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방향에 대한 정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마흔이 넘어 다시 배움을 선택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굳이 그 큰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 회사 이름을 더 널리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대학원은 49대 51의 마음 사이에서 간발의 차로 선택한 결정이다.
지난주엔 학과 세미나도 다녀왔고, 며칠 전엔 수강 신청도 마쳤다. 다음 주면 개강이다. 21년 만에 다시 학교에 간다. 교수님뿐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괜히 긴장된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혹시라도 주눅이 들까 봐, 마음이 조급해질까 봐 하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그래도 이번 선택만큼은 주저함보다 배움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을 믿기로 했다. 인생이 언제나 선택의 연속인 것이라면, 주저하더라도 해내면서 주저하는 사람이고 싶다. 머뭇거리는 시간보다 그래도 하나둘씩 헤쳐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회사를 성장시키듯, 나도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