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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10. 2019

쫄보의 텀블벅 펀딩 일기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을 경외하며.

2017년에 이어 2018년의 마지막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한 나의 책이 텀블벅 펀딩을 시작했다.

글쓴이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한, 나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 책은 오롯이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나의 첫 프로젝트이다. 디자이너로 이런저런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해보며 지금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가장 많은 분야를 할당하고 있는 편집 디자인, 그중 단행본 디자인이라면, 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늘,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클라이언트에게서 일을 받아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것. 클라이언트가 없이, 나 혼자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작업하는 건 사실 굉장히 스릴 있고 즐겁지만, 그만큼 걱정과 두려움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따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 요즘이다.


텀블벅을 시작하고 이제 일주일. 예상했던 대로 나는 텀블벅을 오픈함과 동시에 매일매일 펀딩이 달성되지 못할까를 염려하며 하루에 수십 번씩 걱정하고 고뇌하고 있는 중이다. 내 성격에 이미 이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현실이 되어 하루하루 몸소 체험하는 중.

전체 제작비의 극히 일부만이라도 후원을 통해 충당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던 나의 섣부른(?) 말이 아니었더라면, 남편은 진작에 말렸을 거라고 했다. 분명 펀딩 마감 날짜가 될 때까지 끝없는 고민과 걱정 속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지낼 거란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남편이기에, 사실 변명의 말을 할 수 없었다.


텀블벅을 비롯하여, 다른 소셜 펀딩의 다양한 창작자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정말 그들은 모두, 나보다 자존감도 높고 활발한 분들이 아닐까? 쫄보인 나는, 이제 겨우 50% 달성에 멈춰버린 것에 하루하루 걱정을 안고 사는데. 과연 나머지 작업을 잘 마무리해서 책을 인쇄하고 유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까지 들 지경이니 이래가지곤 정말 안 되겠다 싶었다. 뭐라도 해보자! 텀블벅이 끝은 아니잖아. 텀블벅 펀딩 이후 책이 정말 인쇄되어 나오게 되면, 사실은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인 거나 다름없다. 책을 출간한 이상 나에게는 책을 팔아야 하는 의무가 생겨버린 셈이니까.


잘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늘 고민하며, 그 둘을 좌우하는 1%의 확률을 가지고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어쨌든 텀블벅이라는 소셜펀딩을 통해 펀딩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이미 책을 끝까지 만들기로 다짐을 했으니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자존감이 자꾸 더 바닥을 내려갈 때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기록을 하다 보면 다시금 힘이 솟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을 잊지 않아야지. 나는 할 수 있다!





https://www.tumblbug.com/designdaeun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 여행을 갔었던 도시라면 그때의 추억을,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라면 '다음 여행지'로 마음속에 담아두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제목에서도 그렇듯, 여행은 언제 가도 좋을 테니까. 꼭 내가 가본 세 도시가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여행을 책으로라도 떠나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이자 위안이자 쉼이 되어주면 좋겠다.


오늘로 펀딩 마감 D-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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