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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20. 2019

텀블벅을 시작하는 1인 창작자에게

독립출판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오늘로써 텀블벅 디데이의 앞자리가 3에서 1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앞자리가 3에서 2로, 2에서 1로 바뀌는 동안 후원자는 미미하지만 조금씩 오르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100%는 달성하지 못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조금은 먼 셈이다.


텀블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름대로 고심해서 리워드 상품을 구성했다. 책에 실었던 여러 사진 중에서 선별한 사진엽서 세트, 그리고 공들여 작업한 런던 지도, 거기에 표지의 영문 레터링을 활용한 에코백까지. 후원자에게 감사의 표시를 성심성의껏 하려고 리워드 상품에도 공을 들였다. 예비 후원자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그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1월 1일, 새해의 시작과 동시에 나의 텀블벅 펀딩도 함께 시작되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조심스레 텀블벅 펀딩을 알리기엔 시기적절했다. 이 책 작업을 위해 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다는 걸 아는 주변의 몇몇 친구들은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텀블벅 후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개인 SNS에 텀블벅 소식을 알렸다. 팔로워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고 올리고 나면 후원자도 분명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좀처럼 후원자 수가 늘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그리고 개인 SNS를 통해 텀블벅 소식을 올리게 되면 그들이 대부분 후원을 해줄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p/BsF1jLIhmiD/


이때부터 나의 불안감이 시작됐다.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리고 나면서부터 볼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하기'페이지를 수도 없이 들어갔다. 하루에 수십 번은 들어가 혹시나 '그 사이 후원자가 늘지 않았을까'를 기대하며. 하지만 후원자 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고 늘기 시작했던 5일이 지나고, 그로부터 5일간은 아. 무. 런. 변동이 없었다.

'텀블벅 후원 금액이 높았나?'라는 생각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텀블벅을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부터 과연 이 책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에 대한 생각에까지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이래가지곤 책을 만들기는커녕,

텀블벅 펀딩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때부터 생각하며 정리해보게 된 글. 나처럼 소셜 펀딩을 처음 시작해보는, 그리고 걱정이 많은 1인 창작자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펀딩을 시작하는 1인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자존감, 그리고 그리고 무조건적인 홍보


1. 높은 자존감

: 그래서 읽기 시작한 <자존감 수업>

텀블벅 펀딩 후원자 그래프를 매일매일 확인하며 갈대같이 흔들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나의 존재가 사라져 갈(?) 무렵, 불현듯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 생각났다. 예전에 사두고서는 전체 7부 중 2부까지만 읽고서 잠시 덮어놓았던 책. 바로 윤홍균 저자의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다.


나는 마치 처방전을 받아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듯, 매일 아침 하루에 한 챕터씩 이 책을 읽어나가기로 했다. 게다가 3부의 제목은 무려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지인에게 홍보한 것에 비해 후원이 비례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스스로에 대한 인간관계까지 곱씹어 보며 회의감이 들려고 하는 찰나였다.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매일 아침,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나가며 와 닿는 문장과 지금 내게 적용할 상황을 함께 기록해나가는 중이다. 완벽하게 자존감이 높아졌다!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5일 동안 후원자가 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낮은 자존감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믿는다. 주문을 외우듯, 매일매일 그렇게.



2. 무조건적인 홍보

: 부끄러워하지 말자. 기왕 하기로 한 것 아닌가.

쫄보인 내가 텀블벅 펀딩을 했다는 것도 신기한 마당에 주변 지인에게 이를 홍보해야 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졌다. 아마도 이건 모두 자존감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텐데.. 주변에 알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첫 번째는 '비슷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지인들에게서 혹시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봐'였고, 두 번째는 '홍보한 만큼 후원이 되지 않는 것에서부터 받는 상처' 때문이었다.


나의 경우는 제작비 자체에 대한 후원금도 있지만, 애초에 홍보에 더 목적을 두고 있었다. 프로젝트인 '책'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를 텀블벅을 통해 충당할 생각이었다면 나는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말 미미하게나마, 조금이라도 텀블벅을 통해 홍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에 나에게 '홍보'는 어쩌면 절대적인 필수 요소였다. 그런데 부끄러워하고 있다니?!


'적극적인 홍보'는 아직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1인 창작자에게, 그리고 텀블벅을 올린 이상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홍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 지인이든, 주변 지인의 지인이든, 아니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SNS 홍보이건 간에- 무조건적인 홍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리워드 상품 중 하나인 사진엽서 세트가 나왔다.


펀딩을 시작하는 1인 창작자에게 가장 불필요한 것

주변을 향한 기대감, 그리고 불안함과 조급함


1. 주변을 향한 기대감은 갖고 있지 않는 게 좋다.

: 지인이라고 해서 100% 후원을 해주진 않는다.

자존감이 높거나, 인맥이 활발하고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펀딩을 통해 목표치에 도달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홍보를 하며 후원을 해줘도 좋다는 말을 남겨도, 그게 펀딩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아 스스로 했던 기대감에 치어 상처 아닌 상처를 받는 나를 보며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펀딩 기간이 끝나고 결제가 완료되기 직전까지는 후원자의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텀블벅의 시스템을 보며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 그래,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에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인이라고 해서 100% 후원을 반드시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인이라고 해서 100% 후원을 해줄 의무는 없는 것이니까.



2. 불안함과 조급함은 버려라.

: 그 대신 프로젝트에 더 공을 들이는 게 좋다.


해답은 과정에 있다. 과정에 몰입하면 된다. 평가는 나중의 일이고 과정은 현대의 일이다. 과정에 집중한다는 건 결국 오늘 할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일이다.
자존감 수업, 79p


텀블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 목표 금액까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금액이 언제 다 채워질까에 대한 조급함에 계속해서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적어도 나처럼 쫄보인 창작자에게는 말이다.) 어쨌거나 펀딩 기간이 아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음을 졸일 시간에 차라리 작업에 몰두하는 편이 훨씬 좋다.


앞서 이야기했던 초반 5일 동안의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스스로를 처방하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아직 못다 한 작업에 몰두하기로 했다.


텀블벅 마감까지 19일이 남은 지금, 책을 계속해서 다듬고 디테일한 작업을 더욱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리워드로 준비한 상품들의 퀄리티를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여서 제작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 교과서처럼 뻔하디 뻔한 말이 이렇게나 와 닿았던 적이 언제 또 있었는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디자이너가 되어보겠다며 시작한 '책'이라는 결과물을 앞두고 텀블벅 펀딩이라는 소셜 펀딩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후원을 받으며 준비하는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분명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오늘로 펀딩 마감 D-19




https://www.tumblbug.com/designda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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