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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Feb 01. 2019

디자이너의 독립출판

독립출판과 기성 출판, 그 어디쯤.

텀블벅을 시작하고 매일매일 경과를 지켜보며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나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단순히 텀블벅 홍보를 넘어서 일단 책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고, 그다음으로는 좋아서 그리고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각종 리워드 상품 디자인 마무리에 힘을 쏟아야 했다. 

'마무리'라고 부르고 끝없는 '진행'을 이어가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수천번을 '그 정도도 이미 충분하고 훌륭하다'며 옆에서 말렸지만(?) 그놈의 디테일이 뭐라고, 또 스스로 만족하지 않아 계속 붙들고 몇 날 며칠을 보내고 또 보냈다. 아마 내 인생에 이렇게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본 일은 아마도 대학 졸작 이후 처음일지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더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지만 계획했던 글쓰기 목록 중 하나를 꺼내보기로 :)






나의 첫,

독립출판 이야기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도 채 있지 않았던(회사가 망했다) 수많은(?)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2016년,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되었다'라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름 복지가 잘 되어있고 안정적이라고 불리는 출판사 내 잡지 디자이너라는 멀쩡한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으니, 한편으로는 '되었다'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 언젠가가 오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홀로 서야겠다고 늘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2016년이었다. 


프리랜서가 되자마자 스스로 가장 처음 해본 일은 '독립출판'. 클라이언트에게서 받는 일이 아닌, 나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온전히 내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가장 쉽게 뽑아낼 수 있는 콘텐츠로 다녀왔던 '여행'을 떠올렸고, 블로그에 조금씩 끄적이던 여행기를 모아 작은 소책자 형태로 책을 만들었다. 내 손엔 달랑 두 권, 그리고 몇몇 독립 서점에 남아있을지도(아닐지도) 모를.. 나의 부끄러운 첫 책.

나의 첫 독립출판물, <지극히 평범한 여행일기>





두 번째 

독립출판의 시작


사실 프리랜서가 되고 난 이후, 웬만한 일은 가리지 않고 다 받아서 하자고 생각했지만 단행본, 그러니까 북디자인을 외주로 가져오는 일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인맥!!! 무조건 인맥이 있어야 시작이라도 하는데 그 기회가 쉽게 찾아올 리는 없었다. 겨우 겨우 어렵게 얻게 된 북디자인 작업을 처음 받았을 땐, 오히려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른 온갖 포트폴리오는 있어도 '북디자인'으로의 포트폴리오가 없는 내게 일을 주었다는 건, 분명 그만큼의 가능성을 믿어준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두 번째 독립출판의 시작은 북디자인의 포트폴리오를 위해서였다. '북디자인'이라는 포트폴리오를 위해 스스로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는 독립출판의 장점과, 대중적이면서도 디자이너의 개성과 디테일도 살릴 수 있는 기성 출판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고 싶었다. 되게 거창하게 쏟아낸 말이긴 하지만, 적어도 첫 시작은 그랬으니까.

독립출판으로 나름 첫 책(?)을 만들어 보고 나니, 욕심이 더 생긴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책다운 형태를 만들기로 다짐하고 외주 일을 하는 틈틈이 개인 작업을 시작해나갔다. 이번엔 볼륨도 두껍게, 그리고 좀 더 제대로 규모를 키워보기로. 





독립출판과 

기성 출판


스스로가 개성이 마구 넘치는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책의 결과물은 개성이 마구 넘치는 것 같지 않았다. 좀 더 풀어서 쓰면, 독립출판 제작자들의 위트와 개성과 다양성 안에 내 책이 끼어있을 생각을 하려니 너무 밋밋해 보였다.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나는 독립출판보다는 기성 출판 쪽에 더 가까운 대중적인 사람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기성 출판에 맞는 거라고?

사실 나를 계속해서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건 이 부분이었다. 기성 출판에서 빠질 수 없는,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처음부터 빠진 채 시작한 내 책이 기성 출판으로 내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에 대한 판단 말이다. 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독립출판과 기성 출판을 둘 다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냥 스스로 만족하고 말 책보다는 좀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줄 만한 책이 되기 위해 부족하지만 글을 계속해서 다듬었다. 대신 단행본에서는 쉽게 접하기는 힘든 디자인(?)으로 나의 개성을 살려보기로 했다. 시각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보이게끔 디자인 레이아웃을 달리 하고, 표지 서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 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을 일이지만, 혼자서 그렇게 재미나게,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을 이어갔다.


물론 이것에만 집중한 건 아니지만 꼬박 2년이 걸린 이 결과물의 형태가 거의 나올 때쯤, ISBN을 받기 위해 몇몇 유통처를 찾아보기로 했다. '자비출판' 그리고 '출판대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유통대행 출판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인쇄를 포함한 유통이었다. 인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인쇄까지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유통'이고, 유통 직전의 '인쇄'단계까지는 모두 혼자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내가 원하는, 그리고 나에게 맞는 '유통 가능한 출판사'를 찾았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만든 내 책을 기꺼이 유통해주시겠다고 해주신 대표님께 감사했다. 시작은 독립출판이었지만, 끝은 기성 출판이 되었다. 아니, 사실 그 중간 어디쯤이 좀 더 정확하겠지만. 유통처를 찾고 나니, 그 이후의 작업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텀블벅 펀딩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벌써! 텀블벅 펀딩 마감 D-7




그리고 그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올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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