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따길 참 잘했어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에도 무서운 요즘, 차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운전을 배우게 되다니! 세상에서 가장 길고 큰 대중교통(지하철)이 있으니 면허는 필요 없다고 외쳐대던 나였는데. 새삼 놀라운 일이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나가는 차들을 봐도 흰 차, 검은 차, 큰 차, 작은 차 정도만 구분할 줄 알던 내가 드디어 차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자연스럽게 차에도 관심이 생겼다. 물론 내 기준에 예쁜 차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사실. 차종에 대해 정말 무지렁이 수준이었던 내가 이제는 지나가는 차를 보면 무슨 차종인지 맞추기도 한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일 다음으로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다.
30대 중반이 넘어서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한다는 건 무섭기도 하고, 괜스레 설레기도 한다. 게다가 내 인생에 시험이라고는 15년 전 수능 시험을 본 게 전부인데, 시험이라고 하니 뭔가 긴장되면서도 짜릿한 이 느낌. 거기에 떨어질까 봐 걱정, 무서울까 봐 걱정. 어휴.
이번에 운전을 배우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세 가지 정도 있다. 그중 하나는 ‘드라이빙 슈즈’라는 게 진짜 드라이빙을 위한 슈즈였다는 사실. 그냥 로퍼 중에 한 장르겠거니 하고 생각만 했던 나에겐 나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실제 경험해보고 나니, 왜 이런 신발이 나오게 된 건지 알 것 같다.
장내기능시험을 위해 처음 운전대를 잡고 연습을 하던 날, 엑셀과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으라는 선생님의 말이 그렇게 어려웠다. 살짝이 얼마만큼인지도 모르겠고, 정작 중요한 건 내가 얼마만큼 밟고 있는 건지 감이 오질 않는다는 것. 아무것도 모른 채 에어가 빵빵한 운동화를 신고 가서 고생했던 나는 다음날 단화를 신었다.
두 번째는 생각보다 도로 위에 ‘무법자들’이 가득하다는 것. 기능시험에 합격하고 첫 도로주행 연습을 하던 날, 진작에 들어온 황색 불 신호에도 그냥 직진해버리는 차에 한 번 당황,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두 번 당황, 제한속도가 분명 있었는데 앞으로 마구 돌진하는 차에 세 번 당황했다. 이제 운전을 배우는 나에겐 ‘저게 맞는 건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 어, 어’ 하다가 사고 나는 건 한 순간이겠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것. 운전을 배우기로 마음먹기까지 3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지만 막상 마음먹고 시도하니 되긴 되더라는 것. 제대로 마음을 먹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을 뿐, 마음먹고 시도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면허증을 위해 운전면허 전문학원에 등록하고 4일째인 오늘, 나는 기적적으로 도로주행까지 한 번에 합격해서 곧바로 면허증이 생겼다.
내 인생에서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게 오늘까지 고작 3번뿐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합격이다! 불과 몇 달 전 차로 20분이면 갈 인쇄소에 1시간 반을 걸려 가야 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제 금방 갈 수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
겁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운전면허 하나 따고 나니 제법 자신감이 생긴다. 뭘 해도 자신 있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운전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에도,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에도 말이야. 그런 면에서, 운전면허 따길 참 잘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