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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Sep 26. 2020

열흘 간의 네덜란드 여행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경유지인 두바이를 거쳐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2016년 이후 무려 4년 만의 방문이다. 프리랜서는 비교적 시간 조율이 용이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가 있는 경우는 예외다. 남편이 시간이 나지 않으면, 내겐 아무 의미가 없다. 아직 무서워서 혼자 하는 여행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번 여행을 위해 남편이 3일간 휴가를 냈다. 추석 연휴까지 해서 열흘의 시간이 생겼다. 고작 3일 동안 머물렀던 지난 네덜란드 여행이 아쉬워 이번엔 열흘 내내 네덜란드에 머무르기로 했다. 우리나라보다도 작은 나라에 열흘씩이나? 싶겠지만 그만큼 지난 여행의 기억이 좋았다.

고심 끝에 골랐던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역시나 꿀맛이다. 평소엔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는 게 전부지만 이상하게 여행할 땐 그렇게 아침을 챙겨 먹게 되더라. 여행 중에 먹는 아침은 고작 빵 하나를 먹더라도 특별해진다. 없던 여유도 마구 생기는 여행의 묘미다.

3일간의 여행 일정을 열흘로 늘렸더니 한껏 여유가 생긴다. 그림 구경을 실컷 하다가,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셔도 괜찮다. 게다가 두 번째로 오는 곳이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갔던 곳을 다시 가보는 여행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지난 여행의 추억에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가다 보면, 그 추억이 한층 두꺼워지는 느낌이랄까?

반고흐 뮤지엄 앞에서



오늘은 뮤지엄 지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번에 갔던 반 고흐 뮤지엄에도 다시 가고, 지난번에 못 갔던 국립미술관,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던 시립미술관에도 갈 예정이다. 철저히 내 위주의 여행 루트인데 항상 옆에서 잘 따라와 주는 남편에게 늘 고맙다. 오늘만큼은 내가 도슨트!

반 고흐의 그림은 다시 봐도 너무 경이롭다. 책에서 보는 그림 말고, 내 두 눈으로 직접 그의 붓터치를 보게 되다니. 나의 관심 때문에 그림을 잘 모르는 남편도 고흐를 좋아하게 되었다. 좋으면 됐지, 꼭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번에도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계속 서서 구경했더니 다리가 아프다. 커피 한 잔씩 들고 잠시 뮤지엄 광장 잔디밭에 앉아있기로 했다. 조금만 앉아서 쉬다 가자 남편!



한적한 암스테르담 오후



... 은 거짓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오늘 나는 암스테르담 길거리를 걷고 있었을 텐데.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던 올해의 여행은 당연히 취소되었다. 아마도 나처럼 올 여행을 취소한 사람들이 많겠지? 집 앞 카페에 나가는 것도 이제는 조심스러워진 요즘은 정말 여행이 그립다. 사실 4년 전 다녀온 여행의 기록으로 책을 만들었었다. 책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결국 책을 직접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몰랐지, 이게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줄은.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디자인까지 하다 보니, 왠지 다음 여행은 더 완벽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래서 사실 올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땐 마음 한구석에 알게 모르게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왠지 더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와야 할 것 같고, 사진도 더 멋있게 잘 찍어야 할 것 같고. 나는 디자이너니까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여행을 바라봐야 할 것만 같던, 그런 마음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부담도 당분간 가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냥 모든 것이 아쉬운,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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