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Sep 21. 2020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 생각 반경도 넓어질 거야

고작 운전면허 기능시험 합격하고 쓰는 글



월요일. 오늘은 아침 운동을 쉬었다. 왜냐하면 바로! 아침에 운전면허 학원 기능 수업이 있었기 때문! 원래 운전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 건지, 아니면 나처럼 ‘코로나 때문에 답답함을 참지 못해 면허를 따고 만다!’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지. 열흘만에 간 학원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35년 만에 자발적으로 운전면허학원엘 가다니. 근데 그 계기가 코로나 때문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난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면허를 따야겠다고 말을 한 뒤로 필기를 붙고 기능까지 합격했다며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엄청난 결단력과 추친력’이란다.

내 인생에 운전은 없었는데.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살다 보니 이런 변수도 생긴다. 역시 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일. 오늘 나는 인생 처음으로 운전대라는 것을 잡아보았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기능시험도 실수 없이 100점으로 합격!

오전 내내 몸을 감싸고 있던 긴장감을 풀기 위해, 아까 그 친구와 통화를 했다. 제일 어려운 도로주행이 남아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운전면허증이 존재한다며, 면허를 따고 나면 차를 뭘로 할 것인가부터 어디를 다닐 수 있을 것인가 까지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유쾌한 통화를 마치고 나니 몸이 느슨해졌다.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글을 쓰면 좋을까...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수업받으며 들었던 주차 공식, 떨리던 시험 순간, 친구와의 통화.. 그러다 문득, ‘운전을 하게 되면 생활 반경이 넓어진다’는 말이 계속 맴도는 걸 느꼈다.

생활 반경, 말 그대로 생활하는 활동 반경이겠지. 친구의 말대로, 마트에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고, 못 가봤던 근교 카페에도 가볼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미팅하러 갈 때 차 타고 편안하게 갈 수도 있을 날도 분명 오긴 올 것이다. 근데, 정말 그게 전부려나?

이제 와서 면허를 따려고 도전하는, 고작 운전면허 기능시험 합격한 주제이긴 하지만. 스스로에게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운전면허를 딴다고 선포했을 때 친한 지인들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겁 많은 쫄보가 도전을 하는 거다. 남들에겐 단순히 면허를 따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나에겐 그저 단순히 면허 따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방면으로든 좀 더 나은 것을 위함이라고 여기고 싶다.


남은 도로주행까지 합격하고 나면, 자신감이 한껏 붙을 거야.
이 자신감이라면 하고 있는 디자인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테고,
100일 동안 도전하고 있는 글쓰기도 끝까지 잘 버텨낼 수 있을 거야.

면허증이 생겨서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 분명 생각 반경도 넓어질 거야.
많이 보아야 많이 알 수 있는 것처럼,
생활도 생각도 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겠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이게 뭐라고 싶을 수도 있지만, 결국 뭐든 해야 하는 거고 발걸음을 떼야 걸을 수 있는 것이니까. 아 그리고 당장 한 가지의 바람은.. 도로주행도 한 번에 합격하면 좋겠다.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