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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Jun 24. 2022

세러데이가락 마켓의 탄생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무대 세팅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마켓을 경험할까? 마르쉐, 리버 마켓, 띵굴마켓, 마켓 움.. 등. 남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며, 대안의 삶을 꿈꾸며, 마켓을 만드는 시도는 전국, 아니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도들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가 뜨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럼, 동네에도 그런 마켓이 생겨난다면, 그곳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렇게 탄생한 "세러데이 가락" 혹은 "세러데이 가락 마켓"은 가락동이라는 동네의 로컬브랜딩.

가락동의 소상공인이 호스트가 되어 골목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로컬마켓.


이걸 실현하기로 결심한 후에 우리는 길고 긴 브랜딩의 과정을 겪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며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마켓 - 시장, 물건과 재화가 거래되는 장, 물건과 서비스가 재화와 거래되는 추상적인 영역의 의미까지. 


먼저, 이 기획의 주연배우 - 상인과 주민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상인의 본질은 무엇일까? 상인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물건을 생산하거나 물건을 사서 파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좋은 상인의 본질은 무엇인가. 좋은 상인의 본질은 좋은 상품을 합리적에 파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주민은 어떤가. 주민은 한 지역에 정착해 사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좋은 주민은 지역을 애정 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생활상권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상인과 소비자의 관계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은 더 쉬워 보인다. 물론, 한동네 사는 상인과 주민, 단골처럼 단순 역할을 정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가 되려면 "관계의 설정"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오고 가는 게 있어야 하고, 물건을 재화로 바꾸눈 순환만큼 자연스러운 건 없어 보인다.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조직에 따르면, 우수한 개인의 합은 그 전체의 합을 훨씬 뛰어넘기도 하고,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좋은 상인과 좋은 주민이 모인다고 마을은 저절로 좋아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목적성과 철학을 가진 상인, 배려와 수용의지를 가진 주민, 그리고 이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그 공감대 형성을 위해 우리는 이미 워크숍을 조직하고, 원탁토론회를 하고, 설문조사를 하고, 의견 투표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도 하는 사람만 한다. 게다가 응답자가 실제 상점을 이용하는 소비자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취합된 의견의 신뢰도가 낮았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장을 펼쳐볼 수 있을까? 장을 펼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전해져 관계를 만드는 기획을 할 수 있다면? 지역에 어떤 욕구를 가졌거나, 마을에서 하는 행사에 기꺼이 참여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생활상권, 동네의 상점가를 소비하는 층은 명확했다. 이 근처가 회사이거나, 아이들이 어려 멀리 나갈 수 없는 엄마들, 그리고 조금 높은 연령대의 어르신들이었다. (그래서 지역의 소비는 목요일이 제일 높았고 주말은 낮은 편이었다) 그럴 바에는 새로운 소비층을 찾는 것이 빠르겠다는 판단을 했다. 주중엔 다른 곳에 나가서 일하느라, 주말엔 여유를 즐기느라 그저 밖으로만 나가는 주민들이나, 인근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꺼리를 찾는 숨겨진 소비자를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온오프라인- 배달 시장의 확장으로 소비자 주권은 이미 팽창할 대로 팽창해 있었다. 그러니 자유로워진 소비자들을 여기로 데려오면 좋겠는걸? 



물론, 우리의 활동은 지원사업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마을의 수요층을 겨냥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넣어 단골을 늘린다는 것이 이 사업의 최초 설계이긴 했지만, 우린 지난 2년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단골 관계가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장벽이 아주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무작정 홍보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현장 감각이 없는 마케터가 마냥 홍보만 잘하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더군다나 넘쳐나는 SNS - 상품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채널이 수도 없이 많아진 지금은 몇 단계만 거쳐가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을 위한 처음 결정은 가성비, 가심비, 트렌디하게 힙하거나 근사한 느낌, 상품을 만드는 사람의 온오프라인 애티튜드까지를 모두 거쳐야 일어난다. 
오히려 상인 스스로가 그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철학의 정립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을 위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발굴해 상점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아이템을 보탠다는 것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것은 어떤 관점에선 다소 강요된 서비스로 보였다. 


상권을 활성화시키는데 필수적인 소비가 늘어나는 걸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까? 브랜딩? 홍보? 라이브 쇼핑? 공격적인 SNS 마케팅?  아니, 마지막에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정공법이다. 그러니, 진심을 담은 그들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전하면 어떨까? 







이야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목을 끌어야 했다. 사람 많은 거리에 나가보라. 길 한가운데 서서 전단을 뿌리는 한 개인의 이야기와 작은 무대라도 세워 그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말하는 이의 이야기 중 우리는 누구를 더 주목하게 될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상권의 상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누군가가 그 목소리를 듣기 시작해 모여들고, 거기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마지막엔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무대가 되는 걸 상상했다. 


그래, 근사한 무대를 만들자! 무대를 세우고 알리기 위한 브랜딩이 먼저다!

치열한 스터디와 고민, 수많은 시간 동안의 워크샵과 회의를 통해 탄생한 브랜드가 "세러데이가락"이다.


"세러데이가락" 

"세러데이가락마켓" 




월화수목금 열심히 일하며 외부에서 많이 머물렀다면 토요일 한 번쯤은 동네에 모여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담았다. 가락동 상인들이 호스트가 되어 우리 동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하고자 했다. 상점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들이 마켓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담아내기로 했다. 또한, 마켓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해 듣고 다시 상품의 콘셉트이나 개발로 이어지고, 이후에 재구매가 일어나는 과정까지를 상상하며 기획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이다. 


그 안에서 상인과 주민이 순환하는 소통의 관계가 일어나면 최상의 기획이 될 테지만,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기획의 마지막 완성 요소인 "사람"이 젤 어렵고, 우리의 힘이 닿지 않는 부분이었기에, 우리 또한 고객 만족을 위한 상인의 입장에서 정성을 다할 뿐이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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