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펼치며
우리의 이야기, 그 시작
다시 조금 앞의 이야기다. 막상 얘기를 하자니 어쩔 수 없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현재 서울시가 진행하는 생활상권 육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골목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서울시가 정해 놓은 가이드에 따라 친환경재료로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손수가게 발굴 및 선정, 주민 생활편의 서비스를 넣어 점주가 주민과 교류하며 단골 확대를 의도한 커뮤니티스토어 조성, 골목 상권의 상인 역량 강화를 위한 마케팅 스터디 그룹, 주민 소식을 교류하며 동네를 알리기 위한 우리동네 사람들 등등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진행하는 중이다.
어떤 지원사업이든 장단점이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서울시의 가이드에 따라 사업 설계자들의 의도대로 실행해 본 경험이 쌓여, 이론(?)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다. 가이드를 중심으로 그동안 공부한 이론과 많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획을 세우고 따라 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결핍을 느낀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세운 매뉴얼대로 진행하느라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테이블 위에서의 설계가 모든 현장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제일 큰 성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단점은 의문이 생겨도 매뉴얼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과 추진 주체인 주민의 역량이 평가절하 된 바람에 계속해서 열정 페이를 강요하며 사람을 소진시키는 과정에 사람을 잃었다는 것.
그래도, 우리는 늘 진심이었다.
원래,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궂은일까지 팔을 걷고 나서는 법이다. 일하는 것 자체가 신이 나니까- 틈만 나면 모여 앉아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했다. 자정이 가깝도록 야근을 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 다시 모여 스터디를 해도 즐겁기만 했다.
누군가는 쉽게 생각하는 "정부지원사업"이지만, 우리는 이 사업을 진심으로 대했다. 허술하게,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넘어가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시간에도 득이 될 것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열정을 지불하고 경험을 사는 중이었기 때문에 함께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며, 우리의 변화와 성장을 동력으로 삼았다. 그동안 했던 프로세스대로 모든 기획의 단계에서는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와 디자인씽킹을 활용했다.
비지니스모델캔버스 - 고객 세분화
일단은 비지니스모델 캔버스를 그리며 항목 하나하나를 확인해 갔다. 딱히 영리 사업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비지니스모델 캔버스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에 꽤 괜찮은 툴에 속했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레 수익화 부분을 고민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웠다. 지원사업이라는 것은 끝나는 점을 알고 달리는 철인 3종 경기쯤 된다. 그러니 우리는 전략을 세워야 했다.
특히, "고객 세분화" 부분.
우리가 하는 서비스는 서울시의 사업 가이드로 고정되어 있었다. 생활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동네 주민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편의시설을 상점에 접목해 상점과 주민의 소통을 늘리고, 보행량이 증가되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다.. 라는게 이 사업이 처음 가설이었다. 그러니 이 사업의 타겟층이 주민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애초 가이드에 따라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를 살피며 우리의 타겟층을 찾은 것이다.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을 타겟으로 설정하고 주민의 불편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설문조사와 FGI 등을 통해 주민의 불편이 무엇일까?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를 물었다.
'내가 가는 동네 가게에 어떤 생활편의 서비스가 들어가 있으면 조금 더 자주 가게 될까?
'우리 동네에 뭐가 있으면 좀 더 동네가게를 이용하게 될까?'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그 의견 중 다수를 차지한 몇몇 아이템들은 바로 제작이 되어 상점에 설치가 되었다. 북박스, 나눔 박스, 공구함, 폐건전지 수거함, 구급함, 가치벤치 등.
매장의 점주 상담을 하고, 매장 현황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해 맞춤 제작을 하고, 설치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했지만, 이것이 실제 단골 관계 확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데이터는 아직 얻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만 차지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얘기가 나왔다.
반응이 의외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사에 응한 사람들과 실제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제 그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을 조사해 봐도, 그게 새로운 단골 관계 형성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답을 준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넣는다 해도 '그'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상점에 들르는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타겟은 이미 주민이었지만, 어쩜 그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의 페르소나가 슬리퍼를 신고 동네에 나와서 상점에 가는. 가격비교도 않고, 온라인 주문 후 집에서 배송받는 편리함도 마다하는. 마을에 대한 애정과 동네 상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점에 내가 이용할지 모르는 생활 편의 서비스가 있어 몇 번 오가다 보면 단골이 되고, 그걸 이유로 가게의 팬이 되어 그 가게의 매상을 올려줄 수 있는 의리도 좀 필요하고.
하~! 이런 페르소나는 우리가 아는 한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업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로 했다.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사업 설계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 치열한 고민과 공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사업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접하는 매장들 : 생활상권 -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불편, 어떤 결핍을 해결해야 할까?
불편함과 결핍부터 살펴볼까?
불편함은. 있으나 편하지 않은 개념이다.
결핍은. 모자람, 없음의 개념이다.
'주민은 불편을 느끼고, 상인은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꺼리가 없어 동네를 돌아다닐 일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동네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주민,
"이 동네는 사람이 없어요" 라며 사람이 없어 상품이 팔리는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상인.
이게 과연 골목상권 침체의 이유일까? 그보다는 지금의 현상. 있는 그대로였다.
즉, 문제나 이유는 따로 있을 테고, 그것에 대한 결괏값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관점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문제를 파고들면 거기 답이 있는 건 학창 시절 벼락치기 후 찍기를 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 문제를 열심히 들여다보면 되겠지.
자, 문제를 파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