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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란 Oct 28. 2024

기회는 두 번뿐

독립 출판 일지 #10

제목, 표지, 내지 그리고 책의 가격


우리는 다시 아침의 인덱스 숍에 모였다.

지난번처럼 오픈시간에 맞춰 모인 인덱스 숍.

각자 커피를 한 잔씩 사들고 올라와 주섬주섬 노트북, 아이패드, 노트를 펼친다.


글이 어느덧 완성되어 가고 책의 제목과 표지, 내지, 가격 등 책다운 책을 위한 단계가 남아있었다.


인덱스숍에서 우리의 첫 주제는 표지였다. 디자이너들 아니랄까봐 각자 러프하게 시안을 작업해왔다. 부담 없이 만들어와보자 라고 말했는데, 이미 작업된 표지 디자인들이 하나하나 모두 마음에 들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국 전달하고싶은 메세지는 같았다. 


실시간으로 수정해가며 피드백을 나누다보니 옛날 협회에서 우리가 함께 공부한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추억에 잠길 겨를도 없이 서둘러 각자 글을 마무리 하고 수정하고 테스트 인쇄를 위해 표지 작업과 내지 작업을 진행해야했다.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일까. 막연하게 한달에 한 챕터씩 잡고 1년의 기간을 목표로 했던 작업의 끝에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만났다. 


출판을 위한 테스트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실제로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스케줄을 역산정해보니 테스트 기회는 딱 두 번 뿐이었다. 누군가 한명이 아프거나 미루게 되면 올해 출판은 물건너가는 것이었다.


다들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대로 하자고 했지만 데드라인을 넘기려는 사람은 없었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누구랄것도 없이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는 8년차 직장인들이었다.


1차 표지 시안 : 8년차의 8을 모티프로 이 글의 첫 시작을 표지에 담았다.




10년의 시간, 1년의 호흡


1년 동안 함께 글을 쓰면서 각자 자신만의 루틴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할 즈음. 동시에 우리는 익숙해지는 만큼 느슨해졌다. 그 사이 글태기도 만나고 몇 번이고 같은 글을 수정 또 수정하려니 집중력도 흐려짐이 느껴졌다. 이 와중에 데드라인에 맞추려니 엄청난 스피드와 집중력이 필요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없던 완벽함을 위한 스트레스와 시간에 쫒기는 듯한 긴장감. 

그런데 이 시점부터는 신기한 순간들을 마주치게 된다. 예를 들면 책 제목을 정하는 것부터 글의 순서는 누구부터 시작할 것인지, 표지 디자인은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은지, 표지 앞뒤로 들어가는 글귀는 어떤 내용으로 하고싶은지, 내지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싶은지, 심지어 책 가격은 얼마로 책정하는 것이 좋을지. 이상하리만큼 이견 없이 슥슥슥 넘어갔다. 


뭐 하나 큰소리내며 결정할 것들이 없었다. 흔한 사소한 이견차이도 없었다. 정말이지 회사에서 이렇게 일하면 효율이 최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도 우리 모두 느꼈을 것이다. 제대로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것을.


10여년을 서로 알고 지낸 것에, 지난 1년간 틈틈이 맞춰 온 호흡은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



내게 맞는 회사를 만나면 (feat.러너스 하이)


수 많은 면접을 보았지만 이렇게 확신이 든 적은 없었다. 고민 끝에 결정했던 그 곳에서 소중한 인연들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면접에서의 확신은 실제로 현업에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다녀본 회사 중에서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환경이었다. 물론 크고 작은 위기들은 여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그건 책 속의 아래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위기는 기회다. 항상 그랬다.
어렵고 힘들수록 그걸 넘어선 순간 더 달콤하고 즐거웠다. 위기를 피할수록 최악의 최악을 맛보았고, 위기를 무시할수록 불안감은 커졌다. 위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순간, 그다음 다가올 것들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매일 크고 작은 위기와 마주하고 이를 넘어서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 격렬한 환경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오히려 몸은 날아갈 듯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나는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중이다.

- 뭘 했다고 8년 차일까요? 中 - 


아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 이 길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나는 또 다시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고, 중간에 포기했더라고 후회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디자이너와 회사원 여전히 그 어디쯤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방법을 찾았다.



마지막 챕터, 마지막 코멘트

그리고 이제 이 긴 여정의 마지막 코멘트만이 남았다. 마지막 챕터여서 였을까? 코멘트가 꽤나 길다. 

8년 차 : 러너스 하이 (다섯 번의 이직 그리고 지금의 내가 좋은 이유)에 대한 코멘트

유쾌한 슬아언니의 마지막 코멘트. 나도 몰랐는데 처음에는 글이 논문같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지막에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다듬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언니의 피드백은 항상 피와 살이 되었다. 마지막 챕터에서 언니가 체력이 돋보인다는 코멘트와 야나두 광고 볼 때의 느낌을 받았다는 부분은 정말 잊지 못할 코멘트다.


8년 차 : 러너스 하이 (다섯 번의 이직 그리고 지금의 내가 좋은 이유)에 대한 코멘트

섬세하고 날카로운 분석이 가능했던 지현언니의 코멘트. 언니는 내 글을 읽으며 울림을 느꼈다고 했는데, 나 역시 언니의 코멘트에서 항상 울림을 느꼈다. 기획자로서 분석적이고 꼼꼼한 면모와 언니 본연의 감성적인 면모가 적절히 섞여 응원받는 느낌이었달까. 


8년 차 : 러너스 하이 (다섯 번의 이직 그리고 지금의 내가 좋은 이유)에 대한 코멘트

마지막은 승준오빠의 코멘트. 가장 핵심을 잘 파악해서 콕 집어주던 오빠의 코멘트들. "성공과 실패는 없나 봐, 성공과 과정만 있을 뿐!" 이 말은 정말이지 최고의 코멘트였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글을 쓴 만큼 언니오빠들의 글과 코멘트로 함께 성장했다.

또 다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이제 정말 내 손에 따끈하게 인쇄된 책을 받아볼 순서다.






8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북

[뭘 했다고 8년 차일까요?]


디자이너 3명과 기획자 1명이 각자 다른 곳에서 겪은 일터의 기록들. 일을 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과 회사라는 공간에서 맞닥뜨린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따듯한 위로를 느껴보세요.



[공식 인스타그램 및 구매처]

WORK8X4 https://www.instagram.com/work8x4/

구매신청서 forms.gle/tzacfnavAtuBH5378


[독립서점 입고처]

1.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 후암점 및 온라인 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products/7972115825


2. 다시서점 공항점 및 온라인 스토어

https://dasibookshop.com/product/09182a32-ff60-4641-b8c3-b2d5c4bfd365


3. 아인서점 합정점 및 온라인 스토어

http://ainbooks.kr/BOOKSHOP/?idx=1118


4. 이후북스 망원점 및 온라인 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now_afterbooks/products/8011086331


5. 러브앤프리 광주 양림점 및 온라인 스토어

http://lovenfreebook.com/shop/%EB%AD%98-%ED%96%88%EB%8B%A4%EA%B3%A0-8%EB%85%84-%EC%B0%A8%EC%9D%BC%EA%B9%8C%EC%9A%94/


6. 피넛버터팔콘 수원 영통점

https://www.instagram.com/___peanutbutterfalcon


7. 무아레 서울 동대문점

https://www.instagram.com/moire_books/


8. 스타더스트 서울 종로점

https://www.instagram.com/stardust_bookcafe/

https://smartstore.naver.com/stardustbookcafe/products/8184338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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