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수업이 끝난 후, JH과 강의실에서 못 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학생들과의 대화 소재는 언제나 다양합니다. 수업에서 다루었던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추가 질문, 화제성 높은 연예인과 트렌드 이야기, 넷플릭스와 음악, 영화, 그리고 진로 고민과 실무에 대한 궁금증까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입맛에 맞는 대화 재료를 꺼내 듭니다.
그날 JH이 꺼낸 이야기는 한 친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JH의 친구는 매우 ‘열심히’, ‘성실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소위 ‘갓생’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재는 공학계열 대학원에서 연구조교로 일하며,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누구보다 학구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친구에게 JH이 삶의 추진 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나는 지적 열등감이 크거든.”
JH 역시 강의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학생이었습니다. 역시 친구는 친구,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 ‘지적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오래 남았습니다. 청춘의 부정적 자기 인식, 자격지심,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그림자가 느껴졌습니다. 어둠이 짙어지는 밤, 쉽게 잠들 수 없었습니다.
일주일 후, JH을 다시 만났을 때 저는 그동안 반죽해 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려주었습니다.
“JH 씨 친구는 지적 열등감이 큰 사람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꼭 전해주세요.”
지적 열등감은 추운 겨울, 늦은 밤 편의점에서 먹는 한 철 '호빵' 같습니다. 핫팩처럼 잠시 온기를 내지만, 한때를 견디기 위한 불완전한 열정처럼 느껴집니다. 청춘이 한 철 호빵이라니, 겨우내 덜덜 떨며 얼어붙은 마음이 안타깝고, 순간을 버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릿합니다.
그렇다면 지적 허영심은 어떨까요? 허영을 통한 자기과시는 열등감보다는 조금 더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적 허영심은 마치 길거리 용달차에서 사 먹는 ‘공갈빵’ 같습니다. 겉은 잔뜩 부풀어 먹음직스럽지만, 속은 텅 비어 있습니다. 알맹이 없는 겉치레 지식의 허세는 공갈빵처럼 작은 자극에도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 공갈빵의 결말은 언제나 허무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좋을 것 같아요. 지적 호기심은 속이 꽉 찬 ‘단팥빵’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기도 합니다. ‘빵지 순례’를 즐기는 이들에게 꼭 들러야 할 빵집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군산의 이성당입니다. 대표 메뉴는 단팥빵입니다.
흔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오래전부터,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빵이 단팥빵입니다.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과 지속력, 새로운 지식과 개인의 성장으로 빈 곳을 채우는 삶.
그 친구는 바로, 단팥빵 같은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꼭 전해주세요. “넌 호빵도, 공갈빵도 아니야. 단팥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