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UX UI 디자인을 합니다.
베트남으로 워케이션을 왔습니다. 3일은 오롯하게 휴가를 내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가족들을 보낸 뒤, 여유로운 근무를 즐기고 있습니다. 근무와 여행은 꽤나 조합이 좋은 녀석들이에요. 알고 계신가요? 저는 지출하는 항목에서 여행이 가장 크게 자리 잡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녀요. 시간적 금전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계획은 후순위로 두고 일단 출발하죠. 그렇다 보니 제 여행에서는 친구, 연인, 가족이 늘 함께 할 수는 없었어요. 물론 물어보기는 합니다만 대게는 어렵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혼자 하는 여행이 늘어났고 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제는 혼행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행이 있는 여행과 그렇지 않은 여행, 어느 쪽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둘 다요. 동행이 있다면 그 시간을 오랫동안 함께 추억할 수 있어 좋고요. 혼자 여행을 하면 변수가 큰 자유여행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좋아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혼자는 모든 것에 자유로움이 보장돼요. 하지만 여행의 기간이 길어지거나 작은 도시로 여행하는 경우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만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이러려고 머나먼 이곳에 온 건가... 호텔 방구석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근데 바로 이 감정을 근무라는 친구가 풀어주더라고요? 아침에 눈을 떠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쓰인다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것, 그 사실이 외롭지 않게 해 준답니다.
반대로 근무의 어떤 부분을 여행이 채워줄 수 있을까요? 반복된 시간, 반복된 장소, 반복된 업무를 하다 보면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로봇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잖아요. 여행이라는 건 결국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며칠을 몇 개월을 여행해도 여행은 여행이기에, 여행이 만드는 환경의 새로움은 근무에 큰 시너지가 돼요. 어제 회의를 하는데 팀원이 그러더라고요. 뭔가 많이 여유로워지신 것 같다고 하시네요.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작은 부분도 용납하지 않았던 before에서 작은 부분이니 용납하는 부드러운 팀원이 되더라고요. 하하하.
지금은 달랏에 있습니다. 하노이에서 달랏으로 넘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어요. 수도인 하노이는 건물도 도로도 사람들도 여행자들도 모두가 뒤엉켜 북적거렸다면, 달랏은 인구밀도도 적고 고산지대에 있는 도시답게 자연자연하며 사람 사는 냄새가 더 많이 납니다. 이곳으로 넘어온 첫날은 꽤 심심했어요(?) 괜히 달랏으로 왔나? 호치민이나 다낭도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리로 갔어야 하나 별별 생각을 다 했는데요. 관광보다 '쉼'에 초점을 맞춘다면 역시 달랏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랏은 1년 내내 봄 계절을 유지한다고 해요. 그래서 화훼산업이 발달했고 꽃이나 화초를 판매하는 가게를 흔히 볼 수 있어요.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서 그 흔적이 건물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이국적인 건물과 골목을 탐방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커피 좋아하시면 근처 메이린 커피농장에도 꼭 가보셔요. 풍미가 좋은 찐 족제비 커피를 맛보실 수 있어요. 낮잠을 자고 있는 귀여운 족제비들도 만날 수 있답니다. 친절한 직원분들도 기억에 남네요.
새 회사로 이직하고 떠나온 첫 워케이션이었어요. 자비로 떠나온 워케이션이지만 해외에서의 근무를 허용해 준 대표님과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돌아갈 때 선물 꼭 챙겨야겠어요. 떠나와보니 더 길게 머무르고 싶어 지네요. 다음 워케이션은 어디로 얼마나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