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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Dec 24. 2023

시니어 디자이너의 연말결산

2023년,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시간 참 빠르다. 벌써 크리스마스다. 그 말은 이제 2023년이 1주일도 안 남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나는 또 늙어가고(아 물론 나이는 아직 생일 안 지나서 한 살도 먹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다음 스텝을 또 준비해야겠지. 이번에는 연말결산(?) 특집으로 올해의 나를 돌아보는 회고글을 써보려고 한다.



작년의 내가 원하는 도전을 이루었는가?


이전에 블로그에 2022년 회고와 2023년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썼는데, 간만에 회고도 할 겸 글을 다시 보았다. 재작년의 나 이렇게 살았구나, 2023년에 이랬으면 좋겠어 이랬구나.. 이전 회고 때 적어놓은 도전 목표 중에 이루지 못한 것도 있고 적당히 이룬 것도 있었다. 이건 해내지 못했어!라고 하기에는 애매해서 작년에 적었던 도전사항들, 그리고 얼마나 이루었는지를 퍼센트로 달성률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좀 더 확실한 결정, 그리고 의견 제시 -> 50% 달성

사실 제일 중요한 건데, 사실 절반 달성이고 절반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조직 셋팅에 관련된 것은 확실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올 한 해 팀을 새로 꾸리느라 팀 셋팅에는 내 결정대로 밀어붙였다.(사실 의견에 반박할 사람도 없긴 했음) 팀장님이 새로 오신 이후에도 업무 프로세스나 앞으로 프로젝트를 위한 셋팅 등에서 단호하게 내가 제시한 방향으로 설득하기도 했다. 대신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는 괜히 위축되어서 그런지 주변에 많이 휘둘렸다. 이전 글이 바로 그에 대한 반성문이었다. 조직 셋팅에서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으면서 정작 프로젝트 진행할 때에는 갑자기 쪼그라드는 자신감…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랜만에, 어떻게 보면 처음 진행해 보는 대규모 프로젝트라서 더더욱 자신감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래서 내년의 나에게는 얘기해주고 싶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여도 된다고.


2. 퀄리티업 -> 60% 달성

음 이건 좀 반반인 것 같다. 사실 이번에 디자인 실무, 특히 배너나 페이지 제작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디자인 퀄리티업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툴 스킬업은 확실히 달성했다 얘기할 수 있다. 바로 피그마!(Figma) 이미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포토샵을 때려치우고 피그마로 갈아탄 지 오래되었지만, 마케팅 디자인은 그래픽을 중시하는 특성상 포토샵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는 피그마 도입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B팀장님이 적극적으로 피그마 교육을 진행해 주신 덕분에 그동안 흐린눈 하고 있었던 피그마 스킬업의 진도를 뺄 수 있었다. 심지어 매주 진행하는 프로모션 페이지 중 하나를 시범으로 피그마로 운영해 보았는데 이렇게 편할 수 없었다. 내가 직접 해 봐야 앞으로 프로젝트에서 남들에게 써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피그마와 친해지고 운영 효율에 대한 퀄리티를 높인 것은 달성한 것 같다.


3. 또다시 돈 모으기 -> 진행중…

이건 개인적인 얘기인데… 내 또래의 한국인 중에 누가 빚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 역시 빚쟁이다. 작년 초에 대출을 받느라 연말 분위기고 뭐고 따질 새가 없었다. (그때 제 꼬장과 연락 다 받아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담당자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출금과 이자가 매월 나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났다. 그래서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겠구나, 해서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서 적금을 2개 더 들었다. 지금 같이 점점 적금예금 금리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돈 모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랄까. 부동산 관련해서 매 해 정책이 바뀌는 와중에도 불안한 지점이 또 있긴 하지만, 대출금 상환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큰 지출은 없고, 큰 지출이 있더라도 비상금 내에서 충당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아 물론 돈은 꾸준히 모아야 해서… 내년에 또 적금상품 가입하려고 보는 중이다.



올해의 내가 잘한 것


작년의 내가 원하는 바는 이 정도 이루었고, 그러면 올해의 나는 그거 말고 또 뭘 잘했지? 생각해 보면 커리어의 목적도 있었지만 2023년에는  [좀 더 나 다운 삶]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느낌이었다.


1. 워케이션을 해보았다

(좌) 제주도 함덕에서 노을 보기 완료 (우) 거제 옥포에서 조선소 야경 구경하기

올해 우리 회사에서 전일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워케이션 근무자가 많아졌다. 나도 해봐야겠다!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추진력을 달고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재택근무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이제 회사에 가지 않아도 근무할 수 있겠다] 생각될 즈음에 워케이션을 준비했다. 해외로 나가진 못했지만(해외 근무 시 인사팀에 사전보고를 진행해야 한다) 제주도와 거제도에서 각각 3주 반, 1주일 정도 근무해 봤다. 

확실히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큰 리프레시가 된다. 물론 타지 생활이 쉽진 않았지만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되지 않았다. 2024년에 주 1회 출근으로 바뀌기 전에 워케이션 한 번 더 갈까 싶은데 기회를 보는 중이다.


2. 피그마를 업무에 도입했다

물론 중간에 피그마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나는 새로운 툴을 도입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근데 막상 실무에 쓰려고 하면 기를 쓰고 기능을 알아내려 하는 편이다. (역시 실무 적용만큼 효과적인 배움은 없다) 굉장히 모순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을 10년 넘게 진행하면서 포토샵 -> 스케치 -> 피그마로 사용 툴(tool)이 바뀌는 것을 지켜봤는데, 결국에는 나 역시 그 물살을 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일주일에 많게는 80개 이상 들어오는 업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포토샵으로는 원하는 그래픽을 도출할 수 있지만 효율성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B팀장님은 피그마 도입을 적극 밀어붙였다. 피튜님(실제로 많이 도움을 얻고 있는 피튜님 인스타 링크)이 회사에 오셔서 2번 강의도 진행해 주시고 자료도 공유해 주셔서 덕분에 실제 업무에 도입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실제로 피그마로 처음 작업 후 매주 운영하고 있는 페이지는 2달간 내가 작업을 진행해 본 후 안정화가 되어서 외주 디자이너에게 인수인계했다. 피그마를 도입해서 주변에 전파하기 위한 여정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3.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다.

첫 글을 올렸을 때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잘한 것. 8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좀 더 본격적으로 쓰기 위해 브런치의 문을 두드렸다. 그 이후 1주일에 1번씩, 못해도 2주에 1번씩은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글감이 넘쳐흐를 기세로 하나씩 글을 썼지만 물론 이번에는 뭘 쓰나 고민하다가 끝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글을 쓰기 전에 [구독자나 좋아요 수에 연연하지 말고,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자]고 다짐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아 물론 구독자와 좋아요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진짜… 정말로…) 

한창 커리어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니어 디자이너로서 브런치 글은 내 일기장이자 감정을 보관하는 상자였다. 그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혼자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은데, 브런치는 그런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올해 브런치 글 쓰길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브런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바로 크리스마스이브다. 금요일에 처음으로 친한 동료들과 연말 파티도 해보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남은 휴가 다 털면서 가고 싶은 곳도 다녀오고 생각정리도 했다. 올해의 나는 이렇게 살았구나, 이런 것을 이루었구나 말 그대로 연말결산하는 시간이었다. 원래 이다음에는 2024년의 새해다짐을 써야 하는데, 글이 좀 길어지는 것 같아서 다음 글에 새해다짐을 써보도록 하겠다.

(절대로 글감이 떨어져서 2편으로 나누는 것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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