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연초 다짐은 필요하다. 작심삼일이라 해도.
2024년이다. 연말 회고 한 지 1주일 만이다. 참고로 나는 1년 늙음 신고식을 아주 호되게 치렀다. 주말에 아주 제대로 체해서 이틀 내내 빈속으로 살았다. 막판에 허기짐을 느끼면서 급체가 끝났음에 안도해서 망정이지, 연말(+주말) 내내 맛있는 거 아무것도 못 먹고 빈 속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정말로 끔찍했다. 그리고 모두의 연초 계획인 [건강]도 당연히 내 계획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경력도 시니어고, 나이도 팔팔하게 젊은 축은 아니다. 누구는 건강이 30부터 꺾인다고 하고, 누구는 아직 팔팔한 나이라고는 하지만. 매해 1월 1일이 될 때마다 하루하루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다. 그럴수록 더더욱 계획의 중요성을 느낀다. 이 체력은 떨어질 일만 남았으니 이제는 진짜 새해 다짐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연초가 되자마자 세워본다. 올해는 뭘 해야 할까?
제일 쉬운 주제부터 하나 잡아본다. 사실 이건 작년부터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기도 하다. 브런치북은 [책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글은 아직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쓰기에는 목적이 너무 소소했고, 애초부터 출판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즐겁게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굳이 출판하지 않아도 내 글을 하나로 묶을 수는 있잖아?? 내 글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2024년에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면서 브런치북으로 글을 조각모음 해보려고 한다. 아직 글을 많이 쓰지도 못하긴 했지만, 주제 하나가 잡힌다면 그에 맞는 글을 쓰려고 글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마케팅 디자인에 대한 글을 더 쓰고 싶은데 지금 당장 이에 대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 중이다. 공부도 더 해야 하고, 글을 쓰려면 지금 내가 하는 프로젝트를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아마 이에 대한 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회고 차원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에도 좀 더 공부하면서 전문가(??)가 쓰는 글처럼 보이고 싶다. 브런치북을 만들면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할까? 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만들고 봐야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아예 취소되었던 컨퍼런스들이 2023년을 기점으로 다시 열리고 있다. 여러 회사에서 자사의 기술(또는 마케팅) 관련 컨퍼런스들을 크게 개최하고 교육이나 IT업계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행사들을 열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2023년에는 그런 행사를 전혀 가지 못했다. 사실 팀 세팅이나 TF 프로젝트 진행 등 현생이 바빠서 못 간 것도 맞겠지만, 다른 팀에서 디자인 행사나 컨퍼런스를 다녀온 것을 보니 내 생각은 비겁한 변명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내년에는 이런 행사나 강연을 휴가를 내서라도 다녀오려고 한다. 마침 콜로소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온라인 참여 신청) 신청도 했겠다, 좀 더 다른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조언을 들어보려고 한다. 워낙 한 회사에 오래 있는 만큼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여기저기 컨퍼런스를 들으면서 생각이라도 넓혀야지.
더불어 발표를 거부하지 말기도…. 이전에 딱 한번 들어왔던 강연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두고두고 후회한다. 이제는 거부하지 말기!! 발표의 장이 마련된다면(아마도 반강제가 되겠지만)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내가 포트폴리오를 정비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너 이직해?”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 그 정도로 장기근속자들이 포트폴리오 또는 이력서를 업데이트하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나도 그랬다) 내 최근 포트폴리오는 2년 전, 브런치 글에도 써놨던 디자인 리드 영입 시절에 급하게 만든 버전이 최근 버전이다. 디자이너나 비디자이너나 자신의 이력 관련된 서류는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편하다. 과제하듯 벼락치기로 만든다면 업데이트가 아니라 아예 새로 포폴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업데이트가 아예 새 버전을 만드는 꼴이 되기 전에 빨리 정비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이전에 커피챗에서 포트폴리오 평가를 들었을 때에는 대체로 평이 좋아서 그 톤을 그대로 유지해도 될 듯하다. 이건 참 다행인 일이다… 빨리 새로 만들어야 하기 전에 업데이트해야겠다. 아니,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정리할 겸 후다닥 포폴에 넣어버려야겠다.
이건 내가 반성한다. 솔직히 2023년도에 잘만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책그림이 하반기에 또 주춤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1주일에 1번 그리던 나의 책그림, 어느 순간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책도 안 보고 그림도 안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나마 책을 읽으면서 살려놨던 문장수집(이는 인스타 스토리로 올리고 있었다)마저 잠시 Thread로 넘어가서 뜸하게 올렸다. (그리고 Thread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는 아니고 화제성에서 떨어지고서 얼마 되지 않아 앱을 삭제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의 책 읽기 습관과 그림 그리는 손이 굳어버릴 거야!라고 위기감을 느끼고 이제는 주기적으로 책을 읽고 그리려고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유튜브와 릴스 영상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점점 생각도 짧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책 읽기와 그림을 연결지은 것도 있다. 둘 다 꾸준히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나의 뇌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올해는 꼭 책그림 계정 버리지 말고 꼭 그림 그려서 올리자 꼭….
이건 좀 번외의 얘기이고, 과연 올해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목표란 원래 높게 잡는 거니까 남겨놓는다. 나는 정말 필요한 게 아니라면 툴(tool)에 대한 공부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항상 상황이 닥쳐야 공부하는 스타일) 요즘 AI의 성장이 심상치 않다. 솔직히 2023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 챗GPT라고 할 만큼 굉장히 핫한 주제였던 것은 사실이다. 디자이너나 창작자의 입장에서 2023년 하반기에 발생한 미국작가조합(WGA) 파업 이슈(조합 측 요구사항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AI와 관련된 사항이기도 하다)가 먼 얘기는 절대 아니었다. 디자인 역시 AI가 할 수 있으며, 그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빠르게 이미지 생성 AI 툴을 공부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요즘 글이 나올 때마다 잘 보고 있는 PlusX의 변사범 디자이너의 미드저니 활용 글을 볼 때마다 감탄과 불안이 함께 나온다. 이제 굳이 스톡사이트를 찾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ai가 생성해 주겠다는 감탄, 그리고 그동안 갈고닦은 이미지 합성이나 리터치 등의 그래픽 스킬들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 실제로 여기저기서 프로모션 키비주얼을 AI 툴을 활용해서 제작하고 있고, 그에 대한 사례 역시 본 적이 있다.(11번가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오픈마켓 프로모션 디자인 관련 글) 특히나 빠른 그래픽 생성이 관건인 업계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이제 [AI로 일하기]는 마치 포토샵이나 피그마 같은 필수 툴 사용하기와 같은 맥락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물론 아직 AI 관련 이슈(저작권, 초상권 등의 법적 이슈)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AI 툴이 적이 되든 아군이 되든 공부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중에는 좀 더 생성형 AI 관련해서 공부해 보려고 한다. 그 공부 방법이 강연이나 생성형 AI 툴 공부로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2023년보다는 좀 더 현재의 디자인 방향을 알아가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24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이에 대한 고민은 매년 초에 하게 된다. 그동안에 늦잠 자느라 이런 고민 따위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에 비해 지금은 좀 더 연말 회고 + 연초 계획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만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긴 거겠지? 여기에는 디자이너 HYO로서의 새해 다짐만 써놨는데, 사실 사람 HYO로서의 새해 다짐도 잔뜩 있다.(내 사진 많이 찍어놓기, 운동 하나 더 하기, 부모님과 여행 더 하기 등등) 사람 HYO의 새해 다짐은 블로그에 써야지.
언젠가부터 새해 다짐은 늘 작심삼일이다(대표적인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등)라는 말이 너무 당연한 일처럼 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나는 작년에 새해 다짐을 착실히 수행했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나의 J 성향은 점점 물이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올해의 다짐도 올해 연말 회고 때 돌아보면서 “나 정말 잘 지켰다!”라고 생각할 만큼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올해의 나 자신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