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 Jan 15. 2024

콜로소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 주관적인 기록

크리에이티브 집단,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

올해 첫 글은 새해의 결심을 이루고자 연말에 후다닥 결제한 콜로소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C.C.C 2024) 후기를 가져왔다. 컨퍼런스는 1월 13일(토)에 진행되었으며, 내가 결제할 때 즈음에는 오프라인 참여 티켓은 모두 매진돼서 온라인으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가 각 세션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내가 일하는 필드가 아닌 다른 분야의 이야기에서도 많이 공감하고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온라인/그래픽/UI를 오며 가며 일하는 시니어 디자이너가 각 세션별 강의를 듣고 내가 얻은 인사이트나 느낀 점을 주관적인 기준으로 정리하여 브런치에 공유해 본다.


- 강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빼고, 저에게 감명 깊었던 부분과 느낀 점만 적어보았습니다.

- 해당 VOD는 2월 13일에 콜로소에서 공개한다고 합니다. (일부 연사님 강연만 포함)

- 세션 진행 중 사진촬영 또는 영상배포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없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 주관적인 기록은 세션 순서대로 기록합니다.



세션 1. 모션그래픽과 스토리텔링 (슈퍼베리모어 김영민)

모션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링과 그것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세션이었다. 그래픽 퍼포먼스를 중요시하는 디자이너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화려한 이미지를 보여줄 도구인 기술(툴, tool)에만 집중하는 것인데, 이 세션에서는 그보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만드는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고 한 것이 인상 깊었다. 모션그래픽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000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얘기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 클라이언트의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그들에게 제안하거나 나의 시안을 설득시키는 일이 많은데, 내가 작업하는 그래픽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시안을 진행하면, 그에 대한 의미를 얘기하면서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시안을 예시로 보여주심)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이다.


누구나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겪는 성장의 과정, 그중에 스페셜리스트(한 분야를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냐 제너럴리스트(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하는 사람)냐에 대한 얘기도 나왔고, 마지막 질의응답에서는 성장을 위해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변(바뀐 상황에서 미션을 수행해서 변화를 주는 것도 성장의 중요 포인트)도 인상 깊었다.



세션 2. 알고리즘과 사운드: 소리에게 신체를 부여한다는 것(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고휘)

소리와 시각을 결합해서 작업을 이어나가는 고휘 아티스트의 생각을 볼 수 있었던 세션이었다. 현란하거나 직관적으로 소리를 그려내기보다는 주로 추상적(자연을 이루는 요소, 중력 등)이나 단순한 요소들(점, 선, 면 등)로 소리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체가 없는 소리를 시각화하려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오히려 뚜렷한 형태를 가진 것을 시각화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주로 상업적인 필드에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 나로서는 이번 세션은 잠시 쉬는 타임이기도 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으려 했는데 이번 세션에서는 형태가 없는 것을 시각화하는, 좀 더 원리에 집중하는 크리에이티브 행위를 보면서 “시각화를 위한 과정"이라는 [본질]에 초점을 두는 여정을 볼 수 있었다.



세션 3. 시비록 : 시각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기록 (CPR 채병록)

채병록 디자이너는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서 한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다. 제사상에 가득 찬 쌓여있는 제사음식들, 그리고 석탑을 쌓아 올리는 과정 등을 비유하면서 [조상에 대한 정성을 쌓아 올리는 것], [무거운 탑을 쌓아서 석탑을 만드는 과정]이 자신이 디자인하는 과정과 닮았다고 얘기했다.


대체로 한국 고유의 미에 대한 것을 탐구하고, 이를 작업에 녹여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태도]에 대한 세션이었다. [한국적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 그리고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어떤 태도로 이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셨다.


제일 기억에 남는 얘기는 "디자이너는 조합자이자 관찰자 - 이미지를 그려내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과 "디자인을 할 때 툴을 규정짓지 않고 시각을 넓혀서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찾고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디자이너 세션에서도 나온 얘기이지만, 과거에는 발로 뛰면서 수작업으로 작업했던 것이 요즘에는 프로그램 하나로 단시간에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등 디자인에 대한 방법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요즘 생성형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미지가 1초 만에 뚝딱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제일 중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 질의응답에서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이미지(정해진 이미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대신에 전통적인 것과 옛날 것만 고수한다는 생각은 탈피했으면 좋겠다고 답변함), 그리고 영감을 어떻게 얻으면 좋은지(보통 이미 만들어진 디자인에서 영감을 찾으려 하지만, 만들어지지 않은 날것에서 영감을 찾으면 좋겠다)에 대한 대답도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았다.



세션 4. 일을 계속 벌이는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더블디 & 비애티튜드 허민재)

더블디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애티튜드 매거진과 샵도 운영하는 디렉터,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이자 아이의 엄마 등으로 자신을 N잡러로 소개한 허민재 디자이너의 세션은 시니어로 향하는 디자이너들, 즉 이제 성장의 계단을 타고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내용들을 얘기해 주셨다.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브랜드 컨설턴시로 회사가 커지면서, 나에 대한 역량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4단계에 걸쳐서 역량(그래픽 디자인 능력, 팀 빌딩 능력, 마켓 리서치 능력, 전략 기획능력 등)이 확대되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더블디에서 배운 역량들로 비애티튜드 매거진&샵도 운영해 보고, 여기서 배운 것으로 박사과정 논문도 작성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등 N잡을 통해 선순환을 이룬다고 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장하기 위해 놓치면 안 되는 것들도 알려주셨다. 디자이너라고 해도 절대로 숫자(비용, 예산, 데이터 수치)를 모른 척하면 안 되며, 비즈니스 마인드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내가 하고 싶은 것,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 등) 성장해야 할 것. 남들과 함께 하는 방법(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을 알 것. 무엇보다도 이것들을 잘하려면 마음의 안정이 중요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허민재 디자이너는 이를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칭찬할 일이라고 했다. 자신 역시 뼈아픈 실패들을 여러 번 겪었고 실패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실패의 원인을 찾고 이를 교정하는 등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실패를 딛고 성공과 성장으로 나아가는 데에 중요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세션 5. 협업을 위한 활자체 디자인 (양장점 양희재)

양장점의 라틴 알파벳 디자이너. 그래서 라틴 알파벳 프로젝트가 주로 얘기에 나옴. 디자이너가 아닌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과의 콜라보 프로젝트의 과정을 설명해 줬다. 서체 디자인 시 한글과 라틴어 모두를 만들어야 한다. 한글 영역은 엄청난 작업량이 따르며, 한글 -> 라틴 알파벳 순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사실 타입 디자인 자체가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다 보니 이 필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한글 디자인과 라틴 알파벳 디자인은 별도로 진행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한 사람이 하기에는 언어별 타입 원리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이 다르듯이.)


양희재 디자이너는 타입 디자인에 필요한 규칙들(커닝, 글자방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서, 여러 아티스트들(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콜라보하면서 기존의 타입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규칙들을 비틀었는지 과정을 얘기해 주었다.



세션 6. 브랜드를 위한 ‘맞춤’ 이미지 (제너럴그래픽스 문장현)

이 세션은 디자인 작업물도 있겠지만 주로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세션이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한율, 오설록 등)와 아이소이 불가리안 로즈 라인의 브랜드 이미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브랜드에 맞게 어떤 콘셉트와 구도를 짜내고, 클라이언트들은 어떤 이미지들을 선호했는지(모든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고 수많은 B안들이 있다고 했다) 과정샷을 통해 보여줬다.


아무래도 이미지 제작인 만큼 주로 사진촬영을 통해 이미지를 제작했는데, 각 브랜드별로 제시한 콘셉트 단어나 문장에 맞게 단어별 이미지를 도출하고 촬영을 위한 장소나 소품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회사에서 콘셉트 촬영 진행할 때 스타일리스트나 포토팀에서 사전준비하는 과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면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가지 못해서 직원들이 리터칭과 합성을 진행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얘기했다.


이 세션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언급이 잠깐 나왔는데(역시 현재 최고의 화두는 ai와 창작영역의 관계인 것 같다) 문장현 대표님은 만약에 이미지를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낸다 해도 프롬프터에 입력하는 명령어가 내 콘셉트에 부합하는가에 따라서 원하는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을 거라면서 자신이 브랜드 이미지를 제작하면서 생각한 콘셉트이나 사용 소품들을 알려주셨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촬영하는 이미지만의 맛도 있는데, 이후에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대부분의 브랜드 이미지 A안으로 채택된다면 디자이너들의 일은 어떻게 될까 씁쓸해지기도 했다.



세션 7. 00의 00 (일상의실천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마지막 세션은 일상의실천 강의로 마무리했다. 일상의실천은 내가 여러 책에서 본 디자인 스튜디오인 만큼 그들이 디자인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자세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세션에 비해 가벼운 마음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션이라 집중도가 최저였음…)


권준호 디자이너가 일상의실천에서 진행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디자인 작업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했고, 김경철 디자이너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작업했던 타이포잔치 작업물 진행과정을, 마지막으로 김어진 디자이너는 앞서 권준호 디자이너가 얘기한 디자인 작업 방향에 제일 잘 들어맞다고 생각했던 (작업의 즐거움, 작업의 의미, 작업의 보수)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줬다.


막판에 가서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강의가 급하게 끝나간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들이 내고자 하는 목소리를 디자인으로 확대시킨다]는 말이 제일 인상 깊었다. 디자인은 자본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보니 예산이 많은 클라이언트(대기업 같은 사기업 등)들이 좋은 디자이너를 섭외하는데, 시민단체가 내는 목소리 역시 중요하고 전달이 잘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근데 디자인의 시각 언어가 그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너무 올드한 방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는 등) 그래서 시각 언어의 동시대성을 작업해 보자 해서 현재까지 시민사회단체와 협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되어서(현장의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여러 세션에서 좋은 말을 듣고 많은 공감을 했던 컨퍼런스였다. 마지막에는 집중도가 떨어져서 내가 놓친 내용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추후에 VOD로 공개한다고 하니까 그때 한번 더 시청해야겠다.


대부분의 세션이 한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튜디오나 에이전시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의 강연이어서 인하우스 디자이너인 내가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 역시 “우아한형제들의 디자이너 HYO”가 아니라 “디자이너 HYO” 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위해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는 만큼 이번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세션들 모두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방향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컨퍼런스를 찾아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가야지!


(번외) 지극히 주관적인 베스트 세션
- 세션 4) 일을 계속 벌이는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세션 3) 시비록 : 시각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기록


- 글의 내용 중 강의 내용 관련해서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연락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시니어 디자이너의 2024 계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