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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an 29. 2024

다시 타블렛을 꺼내야겠다

창의성과 효율성,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지난주 정말 오랜만에 디자인 실무를 진행할 때였다.


나는 현재 TF 업무와 팀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TF에서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 적용 후 보완할 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팀 내의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도 피그마로 라이브러리 연동 후 써보라고 하고 나 역시 시스템 업데이트와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테스트를 위해 정말 오랜만에 실무 작업을 진행했다. 내가 랜딩페이지 작업한 게 언제더라?? 갑자기 인력 펑크가 나서 작업한 게 작년 초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거의 반년만에 작업하는 페이지였다. 3개의 랜딩페이지 작업과 디자인 시스템 보완 및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정말로 머리 아픈 일이었다.(나는 멀티플레이가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약간의 야근으로 페이지 작업을 마치고 다음날 누락된 리소스 파일을 전달받고 마저 작업하기로 하고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 후 파일을 다시 열어보았다. 기획자에게 리소스 파일을 마저 전달받은 후 페이지 작업을 마쳤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성에 안 차는 느낌?? 디자인 시스템에 이슈가 발생할 만한 것 없이 페이지에 잘 들어갔는데 왜 이상하지? 나중에 보니 한 페이지에서 페이지 내에 들어가는 이미지들이 매우 사소한 곳에서 따로 놀고 있었다. 수십 개의 이미지 리스트업에서 어떤 것은 그림자가 잘 들어가 있었는데, 어떤 것은 그림자가 없이 둥둥 떠보였다. 어떤 이미지는 색 레벨값이 아예 달라서 다른 이미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피그마에 넣었던 이미지들을 다시 포토샵으로 재정비했다. 따로 놀고 있던 이미지들을 다른 이미지들(잘 정제된 이미지. 보정도 되어있고 그림자도 잘 들어가 있는)과 어울리게끔 보정도 하고 그림자도 조정했다. 이왕 포토샵 실행한 김에 이미지에서 이상하게 잘려있던 그림자들도 자연스럽게 조정했다. 어느 정도 통일된 이미지들을 모두 피그마에 다시 올리고 나서야 나는 이미지를 추출하고 기획자에게 전달했다.



창의성(또는 디자인 퀄리티)이냐 효율성이냐


이 에피소드를 왜 글로 쓰냐 하면, 현재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도 제일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밀접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팀의 제일 큰 목표는 디자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일관성 있게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현재 TF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나 역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디자인 시안 케이스들을 모아보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 구조를 짜야하는지만 몇 달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실무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니 디자인 퀄리티를 놓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제일 걱정하고 있는 포인트가 바로 나 자신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이전에 Bold UX님의 인스타(@bold.ux)에서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선입견 3가지] 피드를 보았는데, 이 중 하나가 “디자인 시스템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망가뜨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피드에서의 내용처럼, 시스템을 만들면 마케팅 디자인 페이지에 대한 사용성에 대한 고민은 우리 팀에서 더 집중하고, 창의성에 대한 고민만 실무 디자이너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실무 작업할 때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민하다 보니 효율성에만 더 집중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였다.


생각해 보면 시스템 구조를 짜면서 나는 디자인이 어색한지에 대한 것보다는,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고 어떻게든 시스템을 디자이너가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구조를 짜는 것에 더 집중한 것 같다. 한마디로 효율성에 더 집중한 것이다. 다행히도 TF에서는 디자인 룩을 봐주는 디자이너들이 있어서 내가 효율성에만 빠져들어서 디자인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래서 협업이 중요하구나! 내가 모자란 것을 채워주는 TF디자이너들에게 매번 감사를 전한다)


디자인은 참 애매하다. 어떻게 보면 아트웍의 산출물이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해서 구조도 짜야하고 작업자의 효율성도 챙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신박한 창의성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하는… 나 역시 글을 쓰면서 디자이너들이 창의성만 너무 고집하면 안 된다고 종종 얘기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내려놓으면 안 되니, 창의성과 효율성 두 가지의 완급조절 참 어렵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최종 배포되고 나서 창의성이나 디자인 퀄리티를 온전히 실무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나는 시스템 관리 및 업데이트라는 효율성에 집중해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퀄리티를 놓을 수 없어서 다시 타블렛을 꺼냈다


절대 용납 못하는 순간

디자인 퀄리티나 창의성은 지금도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맡기고 있지만, 지금 내가 작업하는 페이지의 퀄리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이 페이지에서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그 또한 이 정도의 퀄리티밖에 내지 않은 나의 책임이다. 현재 우리 앱 서비스에서는 창의성과 퀄리티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 요소이다.(어느 서비스에서나 그러하겠지만) 효율성 테스트 페이지이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퀄리티를 놓지 못하겠다. 나는 우리 서비스의 마케팅 디자인 퀄리티가 (효율성을 위한 시스템으로 인해) 떨어졌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는 1년 동안 쓰지 않던 타블렛을 다시 꺼내 들었다. 타블렛은 내가 그동안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의 머릿속의 크리에이티브를 실현해 주고 작업물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장비 중 하나다. 잠시 서비스 콘텐츠 리드를 맡고, 팀 세팅을 진행하면서 실무를 할 일이 줄어들자 타블렛을 사용할 일도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먼지 쌓인 타블렛을 닦고 다시 책상 위로 올려두었다. 이제는 효율성 테스트도 진행하면서 디자인 퀄리티를 떨어트리진 말아야지. 그나저나 타블렛 펜이 어디 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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