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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Mar 18. 2024

내가 우리 조직 구성원을 뽑는다면

마케팅 디자인 조직에는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전 글에 이어서…

이전에는 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들 때 어떤 것들을 생각하면 좋은지,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적었다면 이번에는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 개인으로 눈을 돌려보겠다.


회사에서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위한 조직(산하 조식이든, 독립 팀이든 등등)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조직의 구성원도 있어야 한다. 리더나 시니어나 주니어나, 조직에 떨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면 마케팅 디자인 조직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야 할까?



대체로 마케팅 디자인 조직에는 주니어가 많다

그리고 당연히 시니어도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케팅 디자인 업무는 다른 업무들에 비해 허들이 조금 낮은 편이다. 그래픽을 다루는 스킬, 포토샵 스킬이 어느 정도 전문적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입이나 3년차 이하의 주니어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업무다. 이 때문에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들은 주니어들의 비율이 많다.


하지만 이런 주니어들이 원활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배너나 페이지의 템플릿을 관리하는 중니어나 시니어가 있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 그러지 않겠냐마는, 사수 없는 팀은 정말 괴롭다. 내가 만든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고쳐줄 사수가 없다면 아무리 쉽고 단순한 업무라고 해도 정말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 시니어를 채용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에서 각 회사별로 생각하는 마케팅 디자인 조직의 역량이 차이가 난다.


결국 회사에서 이 조직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조직을 구성하는 디자이너의 역량도 달라진다.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마케팅 디자인을 본다면 페이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인지, 페이지나 배너를 보고 사용자가 정보를 얼마나 잘 얻는지를 바라보는 디자이너를 찾을 것이다. 브랜드 디자인 중심으로 마케팅 디자인을 본다면 이 페이지와 배너의 무드가 얼마나 앱 서비스 브랜드의 기조를 잘 따르는지의 기준을 잘 잡는 디자이너를 찾을 것이다. 이 2가지 케이스는 모두 그래픽 퍼포먼스 스킬이 당연히 기반이 되어야 하고, 그 외의 역량들을 포트폴리오 또는 서류에서 찾아야 한다. 시니어를 채용할 때 이 점을 유의해서 보면 좋지만, 주니어의 포폴에서 이 부분이 보인다면 더 좋다.


다소 안타까운 지점은, 오랫동안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경력 많은 시니어가 생각보다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력이 많아도 이 분야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들여다보는 시각을 가진 시니어가 부족하다. 여러 번 같은 분야의 디자이너 채용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7년 이상의 시니어 또는 리더를 뽑을 때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체로 반복적인 실무에 대한 나열이 많았고, 그래픽 퍼포먼스(키비주얼)에 대한 고민을 제외하고 그 외의 지점들을 찾지 못했다. 정말 이 이상의 고민은 마케팅 디자인 쪽에서 힘든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찾기 힘들다.


물론 마케팅 디자인에서 그래픽을 절대 무시 못하지만, 시니어에게는 그 외의 것들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보는(또는 이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 주니어가 있다면 더욱 좋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면 비주얼이 좋은 것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다.



마케팅 디자이너는 이 업무를

[짜치는] 업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마케팅 디자인 조직 구성원을 데려올 때 (채용할 때) 꼭 유의했으면 하는 점은 이 업무를 너무 가볍게 보는 사람은 지양하는 것이다. 타이틀에 [짜치는] 업무라고 다소 격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그 정도로 마케팅 디자인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많지 않다.


한 번은 예전에 함께 일한 마케터가 회사의 마케팅 디자인 조직으로 영입 제안을 했을 때, 조직에 이미 있는 디자이너들은 이 업무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예상은 했지만 다들 마케팅 디자인에 대한 업무를 좋게 보지 않았다. 해당 조직은 마케팅 디자인만 하는 조직은 아니었고 앱 서비스의 브랜드, 사내 브랜딩 업무에 더해서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케팅 디자인에 대한 업무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캠페인이나 큰 오프라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싶어 했고, 배너나 페이지를 만드는 디자인은 그에 비해 업무만 많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태도와 조직 분위기를 보고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꽤 오래전에 있던 일이지만, 이때를 되돌아보자면 해당 조직에서는 팀의 방향도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조직 구성원들도 회사에서 진행하는 업무와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회사에서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겠냐 하겠지만, 적어도 하기 싫은 업무라도 대놓고 대충 하는 것은 직장인의 자세로서 불량이라고 생각한다. (하기 싫다고 얘기는 하더라도 대충 하지는 말자)


같은 기간 동안 디자인 업무들을 비교해 보면, 아마 마케팅 디자인이 제일 많고 제일 루틴하고 제일 반복되는 업무일 것이다. 그래서 이 업무를 가볍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 대충 하는 업무가 아니고, 이 반복되는 업무들 속에서도 더 나은 업무와 디자인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이런 지점을 찾는 디자이너들이 조직에 있어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가볍고 반복되는 디자인 업무이지만 그 속에서도 고민지점을 찾아내고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그런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그 디자이너들이 모이면 마케팅 디자인은 [짜치는] 업무가 아니게 된다. 만약에 내가 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꾸려서 디자이너를 뽑는다면, 이런 고민을 하는 디자이너를 뽑고 싶다.



작은 배너 영역도 깊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같은 업무를 하는 디자이너들과 얘기하다가 포트폴리오 얘기가 나오면 공통된 걱정거리가 보인다.


“이 반복적인 업무들을 어떻게 포트폴리오에 넣지?”


디자인 작업물은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 내세울 게 없어서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보통의 조언은 [제일 오래 고민하고 크게 진행한 업무 몇 개만 추려서 넣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배너 건을 내 업무 취급도 하지 말아야 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오래전에 어떤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때 나는 아마 중니어 커리어를 지나치고 있어서 남들 다 하는 이직각을 재고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손보고 있었다.(물론 남들 다 한다고 이직을 생각 없이 하면 안 된다) 나 역시 위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포트폴리오에서 수백 개의 배너 업무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것을 보았다. 포폴 제작자는 1주일에 수백 개의 배너를 제작하는데도 그 안에서 어떤 비주얼을 고민하고, 사용자가 배너만 봐도 어떤 정보를 얻게끔 타이포를 넣었는지, 그리고 앱 또는 웹페이지에서 UI와 동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고쳤는지 포폴 내에 전개했다. 단순 배너 작업을 이렇게 큰 프로젝트처럼 만들어서 보여준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이런 사람들을 원했다. 작은 배너도 깊게 보는 사람, 높이값이 대체로 300px이 넘지 않는 이 부분에서 사용성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람. 남들이 다 가벼운 업무라고 생각해도 그 안에서도 할 일을 찾아서 해내는 사람. 이런 사람은 마케팅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어떤 디자인 분야에서도 충분히 일을 잘 해낼 사람이다. 내가 조직을 구성한다면, 이런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이 사람들과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즐겁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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