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 Mar 25. 2024

디자이너가 같이 일하기 좋아하는 마케터

친하지만 자주 싸우는 애증의 관계에도 협업이 수월한 마케터의 특징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협업이라. 제목을 정하자마자 그동안 마케터와 투닥거리면서 일하던 것이 생각난다. 잦은 수정, 일정대로 리소스 안 주는 제휴사 등등등.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함께 꿋꿋하게 일하다 보면 전우애(?)가 생긴다고. 정말 오랫동안 일하면서 정도 많이 들고 서로 어떻게 협업해야 일하기 수월하고 서로 윈윈하는지 익히게 된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를 거쳐갔던 마케터들 중에서 "이 사람 같이 일하기 참 좋다!"는 마케터는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마케터가 있다면 참고가 될까 싶어서 한번 적어 보았다.(*물론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첫째, 디자인에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준다


디자인 작업에서 필요한 사항들은 엄청나게 많다. 대략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명확한 업무 일정(기획일정, 디자인일정, 개발이나 QA 일정 등)
2. 이벤트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기획서 (기획 의도, 이벤트에서 중요한 것 등)
3. 디자인에 필요한 리소스 (로고, 이미지 등)
4. 제휴사와 함께하는 이벤트인 경우 별도의 요청사항, 주의사항

이 사항들을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의외로 챙기기 쉽지 않다. 제휴사는 제 때 리소스나 필요 사항을 전달하지 않고, 마케팅 진행이 갑자기 결정되어 예상한 일정이 박살 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나도 울고 마케터도 울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일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면 이상하게(?) 일 처리가 비교적 수월한 사람이 있다. 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디자인에 필요한 사항들을 잘 챙겨줘서 빠진 사항에 대해 여러번 물어볼 일이 없다. 마케터가 디자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다.


처음부터 마케터가 디자인을 잘 알 리는 없다. 직접 디자이너와 부딪혀보고 여러 번 같이 일해봐야 알 수 있다. 내가 마케터와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마케팅을 파악한 것처럼, 서로 함께 여러 번 부딪혀봐야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이를 다음 업무에서 챙겨줄 수 있다.



둘째,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파악한다(+이슈 발생 시 공유)


마케팅 업무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IT업계의 상황, 사회적인 이슈, 심지어 세계정세까지 생각해야 하다니. 이러한 이슈와 연관되어 있는 리스크를 검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간혹 이 리스크 이슈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서 막판에 디자인 결과물이 엎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힘이 빠지는 최악의 상황인데, 디자이너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컨펌 단계에서 여러 번 점검해야 하지만 마케터 역시 기획 단계에서 이런 이슈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마케팅 업무에서 좋은 퀄리티의 디자인에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갑자기 수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점검은 필수다.


하지만 업무 중에 이슈가 발견되었다면? 빠르게 협업 담당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체로 협업이 수월했던 마케터들은 이런 이슈사항을 발견하는 대로 빠르게 슬랙(DM이나 채널방)으로 공유했다. 물론 촉박한 일정 속에서 계속 생기는 이슈 사항은 그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러한 이슈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디자인을 진행하는 것은 더 달갑지 않다. 그만큼 협업에서는 빠른 공유 역시 중요하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걱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사소한 비주얼 요소, 카피 하나로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한 것을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에(최근 들어 이런 이슈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떨어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이런 이슈를 사전에 대응하는지,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마케터가 일을 잘하는지 알 수 있다.



셋째, 의견 주고받는 과정이 매끄럽다


위에도 썼지만 마케터와 디자이너는 정말 애증의 관계이다. 기획, 일정, 디자인 가지고 설전이 오간다. 어떨 때 보면 창과 방패 같다. 어떻게든 이 문구나 이미지를 넣어야 하는 마케터, 페이지에 하나라도 덜 넣고 싶은 디자이너. 디자인 작업 중에 이런 의견 제시는 수도 없이 발생한다.


마케터도 디자이너도 이 의견을 서로 제시하고 주고받는 상황에서 이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드러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노련한 사람은 이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이 매끄럽게 흘러간다. 서로 조심스럽게 역제안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근거를 들어 반대 의견을 낸다. 무조건 긍정하지도 않고,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는다. 분명히 내 의견을 부정하는데도 수긍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만큼 그 부정에 타당한 이유가 있고 이 부정을 납득하게 만든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해달라는 말에는 힘이 없다. 서로를 설득할 만한 사실, 그리고 해당 기획 또는 디자인이 꼭 진행되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하면 훨씬 더 얘기가 잘 된다. 이렇게 의견을 주고받으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 또는 그보다 더 발전된 결과물이 나온다.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는 [데이터]가 매우 큰 힘이 된다. 결국 마케팅 디자인도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단, 정확한 근거에서 나온 데이터여야 한다!)를 내밀면 매우 큰 결정타가 된다. 어느 배너나 디자인 요소에서 CTR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면… 디자이너도 할 말이 없다. 디자인은 수학이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숫자가 디자인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줄이야. 요즘 데이터를 보는 툴이 정말 많아졌는데, 내가 만약 해당 툴이 너무 어렵고 보기 힘들다고 하면 사용자 조사에 참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나에게는 사용자 조사 참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넷째,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준다(+서로 칭찬해 주기)


위의 3가지가 업무 중에 나오는 마케터의 일잘러 포인트라면, 마지막 사항은 마케터에게 받은 내 감동 포인트랄까. 모든 마케터가 그러지 않지만, 간혹 큰 이벤트가 진행되고 나서 이벤트 결과가 매우 긍정적으로 나왔다며 결과가 기록된 위키 문서 링크와 함께 감사의 슬랙을 받을 때가 있다. 꼭 데이터 수치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해 주는 경우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이런 말을 들으면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짧은 기간 동안 끙끙대면서 만든 내 배너와 페이지가 반응이 좋다고 하면 그 누가 싫어할까. 내가 만든 페이지에서 CTR이 높아져서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디자인을 조금 바꿔봤더니 배너 클릭율이 높아진다면. 디자이너가 직접 이런 데이터를 보는 경험이 없다 보니 실제로 해당 이벤트나 캠페인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획자 즉 마케터의 반응을 주로 보게 되는데, 만일 이런 결과값과 함께 칭찬을 더한다면 당신은 디자이너도 춤추게(?) 할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위의 4가지는 모두 협업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들이다. 회사마다 분위기는 모두 다르고 협업 방식 또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같이 일을 잘 하는 방법을 익히다 보면 빡빡한 업무들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어느새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비록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마케터의 특징을 적어보았지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다른 유관부서와도 일할 때 알면 좋은 사항들 같다. 그리고 해당 사항은 마케터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도 알면 좋을 수 있다. 오늘도 마케터에게 수정 요청을 한 아름 받았지만.... 마케터도 디자이너도 모두 서로에게 일잘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우리 조직 구성원을 뽑는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