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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ul 09. 2024

업무 담당자를 정하는 기준

잘하는 사람? 도전이 필요한 사람?

마케팅 디자인 업무는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업무보다는 많은 양을 1주일 이내로 빠르게 작업해야 하는 업무가 많다. 그래서 매주 업무 요청을 받는 날과 마감시간을 지정하고, 업무 요청들을 훑어본 뒤에 업무별로 디자인 담당자를 지정한다.


대체로 마케팅 디자인 업무들은 크게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1. 정해진 디자인 가이드에 맞춰서 텍스트와 이미지(+배경 컬러)만 변경하는 반복작업 (업무 요청 비율 : 70%)
- 대체로 배너 작업만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페이지 작업도 겸하는 경우, 페이지 역시 사용하는 디자인 포맷이 정해져 있다.
-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양이 많아서 거의 공장 가동급으로 일한다.
2. 중요한 마케팅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캠페인 디자인 (업무 요청 비율 : 10~20%)
- 1번의 업무와는 다르게 비주얼이나 페이지 사용성에서 좀 더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 유관부서(내부)나 제휴사(외부) 등의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협업자들이 많아진다.
 3. 1번(+2번)에 필요한 디자인 가이드 운영/개편 (업무 요청 비율 : 0~10%, 대체로 팀 내에서 프로젝트로 진행하기 때문에 유관부서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적다)
- 반복적인 업무를 효율적으로+일관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디자인 정책 및 가이드를 만들고 운영한다.
- 1,2번과는 다르게 유동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지만 템포가 훨씬 길고 프로젝트 매니징 스킬을 요구한다.


1번 업무의 경우 업무 요청 중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포맷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니어 단계의 디자이너 또는 외주 디자이너에게 배분이 가능하다. 제일 쉽지만 마케팅 디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디자이너에게 회사 업무를 파악할 겸 맛보기로 경험하게끔 유도하기 좋은 업무이다.



각자 다른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1번의 업무를 충분히 파악한 후에는 2,3번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역량을 파악해야 한다. 마케팅 디자인에서 시니어 이상의 역량을 보기 힘든 이유는 업무 요청 중 비중이 높은 1번 업무만 진행하다가 역량도 1번 업무까지의 역량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업무들을 수행하려면 필요한 역량이 뭐가 있을까? 주관적인 의견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1번 업무에 필요한 역량 : 프로그램 스킬 + 타이포나 비주얼을 보는 능력

2번 업무에 필요한 역량 : 1번 업무 역량 + 유관부서와의 협업 능력 + 특정 캠페인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능력 + 여러 벌의 페이지 플로우 및 사용성을 보는 능력

3번 업무에 필요한 역량 : 1번 업무 역량 + 유관부서와의 협업 능력 +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능력 + 결과물을 운영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위에서 말했듯이 마케팅 디자이너들에 따라 1번 역량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2,3번 업무 담당자를 정할 때에 고민을 많이 한다. 이 업무를 누구한테 줘야 할까? 누구한테 줘야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까? 그리고 여기서부터 업무를 배분하는 사람(=나)의 걱정이 시작된다.



중요한 업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이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가?


그래서 중요도 높은 2,3번 업무를 누구한테 맡길까? 당연히 역량이 뛰어난 사람한테 맡기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모든 디자인팀에 주니어/중니어/시니어가 고루 분포되어 있진 않다. 어떤 팀은 중간 없이 주니어 - 시니어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팀은 2,3번 업무 담당자를 정할 때 정말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한다.


역량이 높은(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에게 챌린지로 맡겨볼 것인가?

팀 성과나 결과물만 따지자면 퍼포먼스가 높고 해당 역량에 걸맞은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팀 내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팀원들에게 도전이 될 만한 업무를 주는 것이 좋다. 최근에 같은 팀 다른 시니어 디자이너와 얘기했을 때 우리는 같은 고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우리들의 고민은 동일했다.


“이 업무(2번에 준하는 업무)를 맡기려면 A, B님이 잘할 것 같은데요, 너무 두 분한테만 중요 운영 업무를 맡기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고 C, D님이 이 업무를 잘 해낼 거라는 장담도 할 수 없어서 고민이에요."


팀에서 A, B, C, D에게는 모두 각자 맡고 있는 3번 업무(프로젝트성 업무)가 있었다. 이들을 이끌고 있던 나와 다른 시니어 디자이너는 역량이 뛰어난 편인 A, B와 챌린지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필요한 C, D 사이에서 고민했다. 업무와 이 업무의 결과만 볼 때에는 당연히 A, B에게 주는 게 맞겠지만 팀의 성장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C, D에게 주는 것도 좋다. 결국 고민 끝에 A, B에게 해당 업무를 맡겼다. 업무의 결과물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도전거리를 주는 것이 좋다 해도 해당 업무를 진행하기에 업무 일정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나는 이번에 업무를 배분하면서 내가 팀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A, B는 정말로 2번에 준하는 비중 높은 운영업무를 계속하고 싶어 할까? C, D는 3번 업무만으로도 버거워서 다른 운영 업무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사실 이런 내용들은 팀원들과 자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일 텐데. 항상 프로젝트 정기 미팅을 하고 서로 지쳐서 일 얘기를 많이 하지 않다 보니 그들이 일할 때 어떤 것을 힘들어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를 물어보지 못했다. A, B, C, D의 일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니즈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사람마다 일에 대한 생각과 욕심은 다르다. 그리고 그 생각에 따라서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도 달라진다. 역량을 이미 갖춘 사람이든지 또는 역량이 부족해서 이를 깨부술 도전이 필요한 사람이든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잦은 캠페인성 업무 진행으로 인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이다음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도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도 도전에 필요한 환경(업무 일정이라든지…)이 제공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낮은 퀄리티의 결과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자인 업무를 맡는 타이밍이나 환경은 그때그때 다르다. 누군가에게 챌린지로 넘기고 싶어도, 이 업무를 역량이 뛰어난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제일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서 최선의 디자인이 나오게끔 업무 담당자를 독려하고 이끄는 것도 이 업무를 배분한 나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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