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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용규 May 31. 2020

다한증




온도가 살짝 높다고 느껴지거나 또는 긴장을 하고 있을때 나는 손에 땀이 난다. 어느정도냐 하면 무릎에 손을 대고 있으면 바지에 약간 습기가 찰 정도이다. 이상하게 다른곳은 그렇지 않은데 유독 손바닥에서만 땀이 난다. 요즘에는 다한증을 치료로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다가 손이 아닌 어딘가 은밀한 곳에서 땀이 많이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생각을 고쳐 먹을때도 많다.


평상시에는 상관이 없지만 누군가와 악수를 하거나 손을 잡을때는 아주 민망해진다. 항상 바지나 옷에 손에 흐르는 땀을 훔친후에 다른이의 손과 마주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거나 액션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시선은 상관없다. 일단 나는 찝찝한 손을 딱아야만 한다. 이 기분을 상대방과 절대 공유할 수 는 없다.


손글씨 쓰는것을 좋아하는 나는 손수건을 휴대하고 다닌다. 생각에 잠겨서 글을 쓰다 보면 손에 땀이 흘러서 종이가 약간 눅눅해 진다. 볼펜이나 연필 자국이 새끼손가락 끝부터 팔목까지 살짝 번질때도 있다. 유달리 나의 연습장은 땀에 취약한것 같다. 가장 난감했던적은 실내건축 자격증 실기 시험을 보기위해 샤프로 도면을 그리는 순간이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땀이 번져서 도면이 굉장히 지져분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손수건을 활용한다. 혹시나 손수건을 집에 두고 왔을때에는 안경딱이를 이용할때도 있다. 그것마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바지의 무릎쪽으로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운전을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방어운전을 고집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세상에서 가장 천천히 움직인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속이 터지든 말든 내 알바가 아니다. 그렇지만 운전을 천천히 하는편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어딘가 불안한 모양이다. 운전대만 잡으면 양손에서 땀이 미친듯이 흘러나온다. 급커브에서 방심을 해서 핸들이 미끄러질때도 있었다. 왼손으로 핸들은 붙잡고 오른손은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붙잡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땀때문에 그러지 못한적도 있었다. 운전석의 에어컨은 항상 핸들을 기준으로 11시와 2시 방향을 향하도록 하여 손에 있는 땀을 식혀주었다.


노트북을 쓸때도 골치가 아프다. 주로 맥북프로 15인치를 사용하고 있다. 한참 작업을 하고 나면 터치패드 양쪽으로 세계지도같은 땀자국이 있다. 아무리 손수건으로 딱아도 자판 몇번 두들기고 나면 마찬가지이다. 남들보다 내가 노트북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이런 나의 애로사항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됬을 것이다. 나중에는 땀때문에 이부분만 변색이 되는것은 아닐까 괜한 걱정이 든다. 다 떠나서 남아있는 찝찝함은 손을 씻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은근슬쩍 괴롭히는 이 다한증은 도무지 중간이라는것이 없다. 없을때는 햇살 좋은날 옥상에 널어놓은 이불처럼 아주 보송보송하게 잘 말라 있다가 조금이라도 빈정이 상하면, 여름 장마철에 마르지 않은 팬티를 입은것마냥 찝찝하기 짝이없다. 알고지낸지 20년도 넘은것 같은 이 다한증이란 친구는 내 정신건강에는 관심이 없나보다.


아마 난 앞으로도 누군가와 악수를 하기 전에 손수건에 땀을 딱을 것이고, 여름철에는 에어컨에 손을 말리면서 운전을 할 것이다. 항상 노트북은 땀자국이 남지 않도록 딱아주며 바지에 땀을 훔쳐가면서도 종이에 글을 적을 것이다. 불편함이 익숙해져 버리니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나의 애정어린, 아니 애증어린 일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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