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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용규 Aug 01. 2019

자투리

업사이클링 이야기.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쓰레기들과 마주하게 된다. 기존의 장소를 모조리 뜯어내고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정말 상상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탄생되는 공간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버려지게 된다. 나무에서부터 가구, 타일, 유리, 금속 등 무차별적이다. 딱히 분리수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비닐 포대에 뒤섞여서 귀퉁이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때가 되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적게는 1.5톤 트럭 2대 분량이고 많으면 5톤 트럭으로 셀 수도 없다. 그 많은 쓰레기들은 어딘가에서 재활용이나 소각될 때까지 가치를 잃은 채로 쌓여있을 것이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버려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버리지 않을 수는 없으니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너무 많이 버려지는 걸 보니 분명 쓰임새가 있는 것들이 잘못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뒤져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찾아보니 예전에는 그냥 쓰레기로 보이는 것들이 달리 보였다. 그중 느낌이 가장 좋았던 나무를 발견하였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는 아니고 인테리어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집성목재였다. 사용하다가 남은 자투리였는데 길고 얇은 형태로 버려져 있었다. 간단하게 조각 2개를 들고 와서 현장에 앉아 무엇을 만들어 볼까 고민을 해보았다. 나는 문구를 좋아하니 그것들을 받쳐 줄 수 있는 받침대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다시 쓰레기 더미에서 적당히 그 생명을 다하지 않은 사포를 찾아서 나무의 귀퉁이를 갈아주었다. 한여름 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현장에서 공사가 다 끝난 후였다. 작업선에 오스람 전구를 끼고 그 불빛 아래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한참 동안 갈다 보니 나무 톱밥도 많이 날렸다. 땀으로 범벅된 팔에 그 톱밥들이 빼곡히 자리 잡았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1차적인 손질을 끝내고 나는 그 자투리를 집으로 들고 왔다.





집으로 가져온 그 자투리를 다시 다듬기까지는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바쁘게 현장을 마무리하고 한가로운 토요일에 그 나무 자투리를 가져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때마침 목가공에 관심이 있어 구입했던 조각칼을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돗자리와 톱밥을 버릴 봉지를 깔고 나서 조각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받침대를 만들기 위해 눈대중으로 치수를 맞추고 그에 따라 조금씩 파 내려갔다. 아마 3시간 정도 파냇던 걸로 기억한다.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파낸 후에 다시 사포로 갈아주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양손바닥에 엄지손톱만 한 물집이 생겼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첫 업사이클링 받침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받침대보다는 "자투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분명 이 자투리는 내가 굳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찾지 않았다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의 관심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주었다. 존재하는 것에 있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조금만 다르게 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본다면 굉장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안목을 키워야 한다. 발견해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잃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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