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흔네 번째 책.
김애란 / 문학동네 / 2025.06.20
스스로 아름다운 걸 생산하고픈 마음도 컸지만,
그리고 온갖 클라이언트를 만난 탓에,
이제 그런 욕구는 많이 사라졌지만,
누군가 오랜 시간과 재능, 정성을 들여 만든 걸 보면
절로 가슴이 뛰었다.
세상에는 정말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물건이 있었다.
말 그대로 상품이 아니라 작품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평소 상품이 아니라 정품을 납품하기에도 급급한 나로선
경탄할 만한 일이었다.
- 60p
“선생님은 다 믿어요?”
“뭘?”
“이 책에 있는 말들.”
(중략)
“어떻게요?”
(중략)
“저는 그게 잘 안 돼서요. 그런 걸 믿으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선생님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가르쳐주세요.”
- 126p
사실 정신을 단속하는 일이라면 조금 자신 있었다.
나이 들어도 세상 소식에 귀를 열어두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주변에 크게 폐 끼치는 존재는 되지 않으리라 과신했다.
실제로 기태의 젊은 시절 꿈은
훌륭한 어른은 못 돼도 산뜻한 중년은 되는 거였다.
(중략)
긴 시간이 지나 기태가 진심으로 놀란 건
'자신이 어쩌면 그렇게 자신할 수 있었나'하는 생각에서였다.
- 1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