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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이해관계자의 역할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이번 달부터 한 달에 한 번, 디자인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부장님의 말로는 좀 더 큰 그림에서 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갈 방향의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해관계자 그룹을 구성해서 회사의 전반적인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역시 이해관계자 그룹의 일원으로 참석을 하게 된 것이다. 


회사의 브랜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분석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과연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이 깊어졌다. 


‘이해관계자’란 ‘이해’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을 말할 텐데, 자신이 과연 충분한 이해가 있는지, 또는 마음을 열어 관계를 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확신이 서진 않았다. 스스로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것도 있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평가받거나 비판받는 것이 싫었고, 그 후로도 계속 그 이야기로 언급되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을 것 같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토론과 질문에도, 그는 최소한의 이야기만을 주고받았다. 자신을 노출시키는 자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생각은 누구보다도 뚜렷했다. 단지 고칠 수 있는 부분과, 고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분별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결국 이해관계자로서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역할인 것 같았다. 말을 하는 순간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에 신중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할을 고민하면서, 다음에 있을 회의 전에는 자신의 생각이 좀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말하는 자리에 가기 전, 그 역할을 찾아 해야 할 말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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