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잊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어렴풋이 떠오른 기억들은, 5년 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생생하게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키워드를 던져서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억의 조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이 이렇게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잊혀서 그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간다.
무엇을 기억하고 망각하는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의식 중에 수많은 기억들 중에 떠오른 몇 개를 제외하고는 서랍 속에 넣어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어딘가에 포개어져 있는가 보다.
어느 순간 친구에게 그렇게 조각조각 나버린 기억들의 파편들에 대해 무심코 털어놓게 되었다. 잠잠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담담하지만 따스한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래도 지금 네가 생각나는 그 구슬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가는 과정을 지금 겪는 게 아닐까? 그때의 너의 모습들이 지금의 너를 만든 거니까."
그렇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라는 사실을, 그는 새삼 깨달았다. 오늘 걷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또 하나의 조각이 되어서 연결이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