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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로 디자인한다는 것

요즘시대 협업에 대한 생각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밤, 미국 주식시장에 샛별처럼 떠오른 신규 상장주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 소식을 접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국내에서 언제 거래가 가능해질지를 두근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마침내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가격은 3배 이상 치솟았다. 사람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며 정규장에 이어 애프터마켓까지 기세를 이어갔다. 그 주식은 바로 피그마(Figma)였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주식의 세계는 참 어려운 것 같다)


피그마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는 걸까?’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흥미로웠던 반응 중 하나는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워낙 자주 쓰는 프로그램이라, “의리로라도 주식을 산다”라는 이야기였다. 나 또한 그중 하나였고, 피그마를 써본 사람이라면 그 편리함 때문에 다른 도구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원래 피그마는 디자인을 개발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온라인 툴로 출발했지만, 우리 회사를 포함해 많은 디자이너에게는 훨씬 더 강력한 기능을 가진 도구로 다가온다. 디자인 시안뿐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문서, 소셜 미디어 카드뉴스, 심지어 커리어를 위한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까지도 만들 수 있는 만능 프로그램에 가깝다.


내가 피그마를 배우게 된 건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면서 비로소 이 UX 디자이너용 도구를 접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Adobe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하고, 프레젠테이션은 파워포인트로 만들던 나에게는 새로운 도구를 익히지 않으면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작은 도전이었다. 커리어적으로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기였기에 “프로그램 하나쯤은 금방 익힐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면접에서도 당당히 말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보니, 피그마는 단순히 ‘개인이 배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협업 도구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했다.


피그마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우스 커서가 실시간으로 보이고, 저장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작업의 전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되며, 코멘트를 남기고 댓글로 소통하는 등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에 가깝다. 팀 내에서는 보통 의사결정의 흐름이나 작업 방식에 대해 미리 규정을 정해두고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팀원 각자가 하나씩 시안을 만들어 세 가지 콘셉트를 준비한 뒤, 리뷰를 통해 최종 방향을 잡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시안을 맡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팀장은 각 시안별로 필요한 보완점에 대해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여러 번 모여서 회의할 필요 없이 온라인상에서 대부분의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피그마의 큰 장점이다.


올해 초, 회사에서 피그마 강의를 만들게 되면서 나도 팀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강의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피그마라는 도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이제 막 피그마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 혹은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협업 도구로서 피그마를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기능은 무엇일지 고민하며, 간결하지만 본질적인 내용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나 자신도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그 강의를 들어야 할 대상이었기에, 그때 내가 몰랐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고, 업무 중 자연스럽게 체득했던 내용들도 정리할 수 있었다. 강의는 단순한 도구 사용법보다는, 실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설명했고, 디자이너 지망생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특히 이런 실무 기반의 설명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디자이너의 도구들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피그마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편리함과 효율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도구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디자이너의 업무 수행 방식과 협업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피그마의 등장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최근에는 AI 기능도 점차 추가되며 시대의 흐름을 더 선도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피그마를 익히는 것은 단순한 도구 학습이 아니라, 새로운 협업 문화 속으로 뛰어드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피그마를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듣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결심하고 있다. 성장은 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용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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