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족이 늘어날수록 시장은 늙는다

회사로 다시 돌아온 김 대리와 최 과장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요즘 주변을 보면, 경력직 가운데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슬슬 옮길 때가 됐다”는 말 다음에 금세 다른 회사 소식이 들려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이 길게 이어질 뿐이다. 심지어 쌩퇴사를 하고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와중에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한 번 떠났던 사람이 같은 회사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 - 이른바 ‘연어족’이다.


image.png 재입사를 선택한 98만 명의 연어족


연어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말도 있고, 도전을 포기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개인의 성향이나 용기의 문제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현상을 만들어낸 개개인의 선택보다, 이 선택이 반복되게 만든 시장의 상태를 먼저 보게 된다.




1. 연어족은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람이다

연어족은 궁극적으로 현재 기준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을 내린 사람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리스크를 선택하기보다 안전함을 선택하는 청년 세대는 분명히 늘어났다. 이는 모험을 싫어해서라기보다, 모험의 대가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도전하는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거니와 한 번 실패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고, 도전이 곧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도 약해졌다.


이제 많은 선택은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연어족은 뒤로 간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가장 덜 위험한 방향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2. 조직 안에서 보이는 또 다른 변화

이러한 변화는 조직 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이직률이 높고 자주 멤버가 바뀌는 것을 특징으로 하던 에이전시나 프로젝트 중심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고연차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신입과 저연차가 유입되며 조직의 세대가 순환됐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는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위해 다른 회사로 이동하기도 하고 더 큰 조직으로 합류하기도 하는 것이 대다수의 케이스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고연차 멤버들이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늘어나고, 신입 채용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조직의 평균 연차는 점점 높아지고, 내부적으로는 구성이 안정화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은 변화처럼 보인다. 소위 말하는 조직의 허리가 없어지는 것과 함께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이때이다.


3. 회전율이 낮은 식당처럼

이 상황은 마치 회전율이 낮은 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골은 많아지고 매출도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새로운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다. 메뉴는 익숙하고, 실패할 일도 없다. 다만 새로운 시도도 없다.


조직과 시장도 비슷하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안정감은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관점, 새로운 역할, 새로운 방식이 들어올 여지는 줄어든다. 신선함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변화의 속도는 느려진다.


4. 안정감의 역설

조직 안에 속한 개인에게도 분명 이러한 상황은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예측 가능한 수입, 익숙한 역할, 검증된 방식. 하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동이 줄어들면 경쟁도 줄어들고, 역할 재편도 느려진다. 성장은 멈추지 않더라도, 점점 알게 모르게 조금씩 둔화되어 간다.


문제는 누군가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 현상 유지가 계속되고 시장은 소리 없이, 천천히 늙어간다.


5. 이건 개인의 선택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어족을 비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남아 있는 사람도, 돌아간 사람도 각자의 계산 끝에 선택했을 뿐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그 선택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어쩌면 가장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다. 선택의 방향이 아니라,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환경이다.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라 흐름이다


요즘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결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조직으로 옮겨도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자리, 비슷한 조건, 조금씩 줄어드는 가능성.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과 안전을 택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어족이 늘어나는 사회는 점진적으로 조용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장은 조금씩 늙어간다.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왜 돌아왔는지가 아니라, 왜 앞으로 나아가도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는지다.


새로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연어족은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도 풍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너무 일찍 배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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