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TCI를 통해 알게 된 나 자신, 그리고 내 아이의 기질
“나는 왜 이렇게 걱정이 많지?”
“저 부모는 왜 저렇게 느긋할까?”
놀이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미끄럼틀을 엎드린 자세로 앞으로 누워서 내려와도 웃으면서 지켜보는 반면 어떤 부모는 두 발짝 뒤에서 계속 말한다.
“천천히 해.” “조심해.” “거기 위험해.”
예전에는 이런 차이를 육아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딸과 아들의 차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육아 방식이 아니라 기질의 차이구나.
심리학에는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라는 성격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은 사람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기질(Temperament), 다른 하나는 성격(Character)이다. 성격은 살아가면서 만들어지지만 기질은 비교적 타고난 반응 방식에 가깝다.
쉽게 말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이 다르다는 뜻이다. 첫 아이를 육아하면서 나는 이 기질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자주 느낀다.
예를 들어 아이가 놀이터에서 뛰어다닐 때다. 어떤 부모는 “우와, 2층에서 내려오는 미끄럼틀 재밌겠다!”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는 “내려오다가 넘어지면 어떡하지?”가 먼저 떠오른다. 상황은 같지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다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부모의 말과 행동을 만든다.
TCI에서는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대표적으로 위험회피(Harm Avoidance)라는 기질이 있는데, 이 기질이 높은 사람은 위험 가능성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아이를 더 세심하게 보호하지만 동시에 쉽게 지치기도 한다.
반대로 새로움 추구(Novelty Seeking)가 높은 부모는 아이와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대신 조금 더 모험적인 육아를 하기도 한다. 또 관계 민감성(Reward Dependence)이 높은 부모는 아이의 감정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 표정이 조금만 변해도 “무슨 일이 있나?”를 먼저 느낀다.
심리학 이론에서 머물던 내용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실전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부모는
단순히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다른 기질의 부모. 그리고 아이와 다른 기질의 부모.
누군가는 아이를 더 자유롭게 키우고, 누군가는 더 안전하게 키운다.
누군가는 아이의 감정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다린다.
그건 부모의 육아 철학 이전에 기질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육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기 전에 먼저 이런 질문을 떠올리고 실제로 TCI 결과지를 대조해 본다.
“나는 어떤 기질의 부모일까?”
내 기질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조금 신기한 일이 생겼다. 육아가 조금 덜 힘들어졌다. 아마도 아이를 이해하기 전에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나의 TCI 결과는 위험회피는 조금 높은 편이고, 관계 민감성도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 아이가 놀이터에서 뛰면 “재밌겠다”보다 “넘어지면 어떡하지?”가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