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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Jul 28. 2021

디자인을 미루는 습관을 들이세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디자인 외적인 것들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을 해주면 백화점 상품권 5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맨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얘기. 동아리 로고였고 고릴라 캐릭터였다. 그 당시 대답은? '못하겠다'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캐릭터와 로고까지 전부 디자인해주고 5만 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절당한 사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왜? 이 정도면 시급 1만 원씩, 5시간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반응과 의아해하는 표정. 그 사람은 악의가 없었다.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 분들을 위한 프롤로그


잠깐, 여기서 얘기하려고 하는 내용은 디자인 업계가 줄기차게 당해온 찬밥 신세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면 말도 안 되는 후려치기 견적을 조금씩 올릴 수 있는 방법이자, 견고한 디자인 뼈대를 만드는 방법이다. 아무도 먼저 알려주지 않았던 디자인 외적인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 글은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 분들을 위한 프롤로그 글이다. 더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디자인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이야기를 적고자 한다. 조그맣게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더 적합할 것 같다.


지난 기간 동안 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소상공인 분들을 상대로 직접 디자인 외주를 진행해왔다. 감사하게도 기회가 닿아 대표님들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직접 들은 고충들은 나에게도 큰 자산이 됐다. 지난 경험을 토대로, 디자인에 디자인 외적인 것들에 관한 능력이 더해져야 더 나은 브랜드 디자인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당연하고 쉬운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머리를 땡! 하고 맞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이 글(시리즈)은 이런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1) 디자인을 시작할 때, Pinterest, Behance 같은 디자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가장 먼저 보는 디자이너.

(2) 디자인을 시작할 때, 디자인 툴을 먼저 켜는 디자이너.

(3) 독립 후 제작 외주를 맡기고 싶은데, 어떻게 맡겨야 할지 고민되는 디자이너.

(4) 디자인 결과물의 수는 늘어 가는데, 점점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드는 디자이너.

(5) 언젠가 내 브랜드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



특히,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디자인 외적인 것들에 관한 내용을 묶어낼 것이다. (디자인 기술에 대한 내용은 따로 연재할 계획이다) 이번 글은 그 묶음의 프롤로그라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다 보면 디자인 툴을 다루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다가 놓치는 점이 생긴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뭐라고 말할까?

다시, 황당한 표정을 마주했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을 5만 원 상품권에 의뢰한 사람(A)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 이 금액이 적은 금액인지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A와 나는 디자인에 대한 전제가 다르다. 아마 A는 디자인을 지시하는 그림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내는 것,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A가 의뢰한 디자인을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창작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서, 매력 있는 동아리로 보이게 만들고, 동아리와 관련된 굿즈로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래서 동아리에 긍정적인 교류를 만들어 주는, 창작물을 만들어 달라는 미션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생각한 견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A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그 가격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디자인과 상업적 목적은 관련 없어’,‘상업적인 달성은 디자인에 집중하다 보면 이루어지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모두 다르다. 정답도 없고,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상업적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보게 되고 그게 곧 거래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단 디자인을 미루자.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디자인 툴을 사용하는 것'을 미루자, 라는 뜻이다.

디자인을 해 온 디자이너들은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성장하게 된다. 어떻게 텍스트를 배치해야 안정감 있어 보이고, 어떤 색상을 사용해야 브랜드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들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도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들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피드백받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계속 변한다. 유행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시장이 원하는 스타일도 조금씩 바뀐다. 저절로 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접근하기 쉬운 정보이다.


하지만 디자인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저절로 알기 힘들다.

왜냐면 공들여 노력하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카테고리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고객들이 요구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디자인하는 나 조차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업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뼈대가 되는 디자인 설득력.

그러나 디자인 견적을 5만 원부터 수 천만 원까지 받아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디자인 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디자인 외적인 것과 관련이 높았다. 견적뿐만 아니라, 위탁판매 만으로도 유의미한 매출을 달성했던 것, 크라우드 펀딩에서 수 천% 달성했던 것들 모두 디자인 이외의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성과 자체보다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적용해봤다는 점을 봐줬으면 좋겠다) 디자인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나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디자인 설득력'이었다.

내가 디자인을 의뢰인, 고객들에게 선보였을 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 설득력'이다. 디자인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 창작물을 보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 디자인을 하게 된 근거, 전달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대부분 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다.


밖에 나와서 독립한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자체보다 디자인 외적인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예시로, 나에게는 왜 이 디자인을 제안하는지 디테일하게 설명한 경험이 있다. 3분 정도에게 시간을 들여서 하나하나 각주를 달아서 전달해드렸다. 시키지도 않은 짓이었다. 그냥 내가 열심히 쥐어짜 낸 디자인을 버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온라인 채팅으로 만났던 의뢰인 3분 모두 사무실까지 찾아와 오프라인 미팅으로 이어졌다. 디자인 설득력은 내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동반된다. 누구나 자신을 배려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의뢰인도, 고객도 마찬가지였다.



상업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디자인 자신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가 왜 이 디자인을 하게 됐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목적 없이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다녔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더 이상 멋진 제작물들 사이에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레퍼런스에서 내 프로젝트에 필요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디자인의 뼈대가 된다.





그럼 디자인 설득력을 키우는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가 설득력을 키우는 방식

여기까지 읽었다면 정말 상업적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다소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재할 내용들에 대한 밑바탕이 될 내용이니 인내심 있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

독립을 꿈꾸는 디자이너는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1)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외주 디자인 스튜디오. (2) 내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일관되게 만들어 판매하는 디자인 브랜드. 동시에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2가지 방향은 2가지 갈래로 또 나뉘게 된다. 미적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서비스/굿즈를 어필하는 경우. 그리고 기능과 용도를 바탕으로 서비스/굿즈를 어필하는 경우.


스티커로 예를 들어보자.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의 경우, 용도를 어필해서 팔기보다는 '디자인의 예쁨', '내 스타일'이라는 심미적인 이유로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초강력 스티커를 사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어디든 딱! 달라붙고 떨어지지 않는지를 판단하고 구매하게 된다.


2갈래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 기능이 같다면 예쁜 것이 끌릴 것이고, 비슷한 모양이라면 더 양질의 제품을 고를 것이다. 포스트잇의 경우, 자국 없이 떼지는 포스트잇이 필요해서(기능의 용도) 산다. 하지만 그 포스트잇 안에서도 디자인이 괜찮은 포스트잇(미적 용도)을 고르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둘 중에 어느 장점을 메인으로 잡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4가지 모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조금씩 디자인 설득 전략이 바뀔 수 있다. 앞으로도 이 2가지 갈림길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게 될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디자인 설득 전략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고객과 디자인으로 이야기하기
(2) 고객이 제품을 사기까지의 과정 고민하기
(3) 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식 고민하기
(4) 디자인 브랜드 기획 방법
(5) 브랜드 굿즈/서비스 구성 때 고려해야 할 것
(6) 데이터를 디자인에 적용하기


짧은 글들로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서, 여러 편에 걸쳐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너무 버거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그리고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정말 쉽게 잘 풀어낸 정보가 많다. 책을 읽고 온라인을 조금 뒤지는 것만으로도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나는 내가 경험해서 얻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덧붙여 가며 설명해 드릴 예정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으로 알아두고,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검색해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이 바뀌는 경험을 해왔다. 많은 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진짜로 실전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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