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after a month
인테리어 회사에서 신입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까요? 디자인오다에 입사한 지 한 달 차가 된 두 명의 신입 디자이너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INTERVIEWER 마케터 유
INTERVIEWEE 설계 디자이너 현, 욱
두 분이 입사한 지 벌써 한 달이 됐어요. 지금 기분은 어때요?
현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제가 맡은 프로젝트는 이제 완공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현장 갈 때마다 신기하고, 약간은 새롭고 낯설어요.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욱 저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 재미있어요. 진심입니다. (모두 웃음) 프로그램 상으로만 했던 게 현장에서 구현되는 걸 직접 보니까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현님과 욱님은 성향이 서로 반대죠?
현 그렇죠. 저희가 같이 입사했는데, 정말 서로 다른 사람이에요.
(두 분 MBTI가 뭐였죠?)
현 제가 ESTJ, 욱님이 INFP예요. 욱님이 생각보다 말이 많아서 진짜 웃겨요. 사실 첫 입사하고 엄청 긴장되잖아요. 근데 긴장을 확 떨어트려줘요. 동기가 있어서 좋은 점이에요.
욱 진지할 땐 진지해야 되지만, 너무 무게감을 가지면 심적 부담감이 있으니까 살짝 내려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 달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소개해 주실래요?
현 저는 입사하자마자 도면과 시안 작업을 하고, 오늘까지 사인 발주를 딱 마치고 온 상태예요. 프로젝트 하나가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어요. 신입이라고 생각하면 서포트 위주의 업무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하나를 제가 온전히 맡아서 하게 됐어요. 물론 면접 때도 설명을 듣긴 했지만, 정말로 바로 프로젝트를 맡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신입 입장에서 바로 프로젝트를 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현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설계 팀장님이나 설계팀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장 담당자분들도 제가 도면 작업할 때 다 달라붙어서 봐주시고, 옆에 항상 누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신입이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고, 서툰 게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분위기였어요. 제가 실수도 정말 많이 하고 있는데, 제 현장 파트너가 그런 말을 해주셨거든요. “신입은 잘못한 거 없어” 제가 그 말 덕분에 많이 편안해졌어요.
욱 저는 여의도의 정형외과 프로젝트를 맡아서 했는데, 도면이 다 나와있는 상태에서 디자인을 잡아가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어요. 이 현장도 마무리 단계인데, 결과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요. 특히 현장 파트너와 소통이 잘 돼서 좋았어요. 일하는 동안 개인 톡으로 따로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셔서, 미리 뭘 해야 할지 대비할 수 있었거든요.
메인 프로젝트 외에도 겸사겸사 현장 실측도 혼자 가봤는데, 재미있었고요. 첫 서울 시내 주행을 했습니다. 비하인드가 많은데, 이건 입사하시면 들려드리겠습니다. (웃음)
실제로 프로젝트에 본인의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많이 들어간 것 같나요?
현 저희가 각각 맡은 프로젝트의 평수, 내용, 클라이언트 성향이 전부 정반대였어요. 저는 평수가 좀 작은 압구정 현장을 맡았고, 클라이언트도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생각하는 성향이라 디자인이 자유로웠거든요. 컨셉과 레퍼런스 서치부터 전부 다 하면서 제가 원하는 부분은 거의 다 구현했던 것 같아요. 디테일은 팀장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피드백 주시면 섞어서 또 해보고요.
욱 제가 맡은 여의도 현장은 평수도 크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이미지와 요청 사항이 확고한 편이었는데요. 그 이미지를 공간에 녹여내는 과정이 까다롭고 어려웠어요.
어떤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부터 컨셉을 잡아야 하는 상황과 명확한 이미지가 있는 상황 중에서요.
욱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웠던 건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명확한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디자이너의 일은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희가 상담미팅 때 받는 설문지처럼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현 맞아요. 정말 사소한 거라도 더 많이 알면 거기서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클라이언트마다 성향이 다 다른 것 같아요. 베리에이션을 받아들여주시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고), 이미지에 대한 감상도 서로 다르고. 저는 그중에서도 프리하게 디자인을 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됐고요.
디자인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욱 사실 공모전을 할 때는 실이 거의 없는 넓은 형태로 작업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공간은 실이 많다 보니까, 그 실 하나하나는 굉장히 작은데,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 하나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실무적인 고민은 계속 생기지만, 결과적으로 디자인은 잘 나와서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실제로 작업에 대한 클라이언트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어요.
욱 네, 비하인드가 있는데 현장에서 클라이언트가 천장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시면서 근처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 카페에서 음료를 사주셨어요. 메뉴판 가격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는데, 아메리카노가 17,000원이고 라떼가 2만원이 넘더라고요. 바닐라 라떼를 주문해 주셨는데요. 그때 먹은 게 제가 인생에서 먹어본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바닐라 라떼였어요.
그 라떼 저도 먹어보고 싶네요. (웃음) 일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현 조금 신선했던 경험은, 제가 사무실에서 현장까지 걸어서 10분밖에 안 걸려서 자주 다녀왔거든요. 클라이언트도 많이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요. 직접 대화를 하면서 제 디자인이 실제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건 아쉬워요”, “이런 건 좋아요”, 그런 얘기를 듣는 게요. 제 디자인이 받아들여질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고요.
욱 저는 성격상 몰랐던 걸 알게 될 때, 깨달을 때 재밌다고 느끼거든요. 자재에 관해서 디테일하게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요. 마감재와 마감재가 만날 때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나, 라든지. 학생 때는 그냥 예쁘면 갖다 붙이고 그랬거든요. 실무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고, 제 자산이 쌓여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성장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업무 외적으로 신선하고 재밌는 부분은요?
현 저는 틈만 나면 “어디를 가자, 보자”고 해주시는 게 너무 좋아요. 혼자 가는 것도 좋지만, 그 공간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고, 그 누군가가 회사 선배들인 거잖아요. 보는 시선도 더 전문적이고요. 사실 제 또래들과 같이 가면 그 공간의 분위기에 대한 감상만 있어요. 그런데 회사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 “여긴 이런 마감재를 쓰니까 이런 효과가 있네”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떤 디자인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욱 특히 업무시간 중에 다녀올 기회가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감사하기도 하고요. 코엑스 전시도 갔다 오고, 호텔에서 시무식도 하고, 마감재 쇼룸도 보고, 소소하게 카페도 갔다 오고, 완공된 현장도 보고 오고요. 제가 맡은 게 아닌데도 실제로 완공된 현장을 보니 좋은 자극이 되었어요.
면접 때 봤던 회사와 지금 보는 회사를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예상과 비슷한가요?
현 면접 때 야근이 거의 없다고 하셔서 반신반의했거든요. 입사하고 3일 정도 됐을 때 '흠 진짜 야근이 없긴 없나 봐' 하고 퇴근했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일찍 집에 들어가요. (웃음)
욱 사실 저는 처음에 면접관으로 다섯 분이나 앉아 계셔서 당황했어요. 다른 회사 면접을 보면 보통 2 대 1 정도였거든요. 저는 지원자 중 한 명일 뿐인데 다섯 분이나 시간을 내주시고, 그래서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수직적인 구조여서 그런 건가?’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막상 들어오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요. 이전에 있던 회사와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훨씬 좋아서 만족스러워요. 근무환경이나 일하는 방식 전부 좋아요.
현 저도 면접관이 많이 계셔서 당황했는데, 그래도 계속 미소를 띠고 저를 봐주셔서 편했어요. 수용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개성 있어 보였어요. 기가 센 게 아니라, 순한데 개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면접 때도 회사에 대해 "사람들이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면접 때 느낀 좋은 분위기가 입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거든요. 정말 좋은 사람들만 다 모여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입사하고 똑같이 느꼈어요. 채용에 신중하고, 신경을 많이 써서 절대 아무나 뽑지 않거든요. 정말 좋은 분들을 고르고 골라서 두 분이 온 거고요. (웃음)
한 달을 일해보고, 지금까지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현 아직은 ‘늘었다’기보다는 ‘달궈진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기존에 학교에서 해왔던 방식이 있는데, 입사 초반에는 환경도 다르다 보니까 손이 잘 안 움직이더라고요. 이제야 손이 풀리고, 작업하는 리듬을 좀 찾아가는 것 같아요.
욱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조금 적응하는 단계예요. 사실 처음에 선호하는 키보드나 마우스 모델 있냐고 물어봐 주셨잖아요. 저는 쓰던 마우스가 있어서 그 모델로 지원을 받았는데, 덕분에 편했고요.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현 “이거 누구 스타일이야?” 했을 때 딱 제가 한 거라는 말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는 사실 제 스타일을 잘 모르거든요. 취향이 있긴 하지만, 제 스타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회사에 오면 개성이나 스타일이 더 없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들 오히려 없어지는 걸 더 우려하세요. (그런 부분에) 되게 놀랐거든요. 저도 앞으로 제 스타일이 생기면 좋겠다, 그게 뭔지 알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욱 저는 숫자에 관한 걸 좋아해서, 나중에는 견적까지도 같이 다뤄보고 싶어요. 어떤 마감재를 얼마만큼의 면적에 썼을 때, 이 정도 금액이 나오겠구나, 하는 걸 알면 좋겠어요. 항상 예산이나 금액은 정해져 있잖아요. 정해진 예산에 맞게 최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야망이 있으시네요.
욱 네, 저는 야망이 있는 편입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