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세대로 보는 미래 2, V202601
1, 2차 산업혁명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 기계식 생산, 그리고 대량생산이라는 산업시스템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새로운 제품, 다양한 물리적 상품의 시대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전의 공예, 예술 중심의 시대를 디자인의 시대로 바꾸어 나갔다. 당시 대부분의 양산된 제품, 특히 1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품들은 구조나 부품이 드러나기도 했고 기능적 제품 개발에 치중했다. 그러나 2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1,2차 세계 대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제품의 수요는 많은 제품,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 내기에도 벅찬 시대였던 것이다.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것은 필수적인 덕목이었지만 디자인은 기업에도 소비자에게도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초기부터 제품의 조악성을 개선하고 상업적 성공을 위한 상품가치를 제고하고자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한 기업들이 있다. 제품의 미학적 개선은 물론 상업적으로 필요한 광고를 통해 실질적 가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기업들이 있다. 발명으로 신제품을 만들고 산업화에 적합한 상품을 양산하면서 디자인을 통해 성장의 접점을 만들어낸 기업들은 수익과 브랜드라는 성과를 자산으로 오늘날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성장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P&G_ Procter & Gamble Company
1837년, 미국 오하이오의 신시내티에서 윌리엄 프록터(William Procter)와, 비누를 만들던 제임스 갬블(James Gamble)이 동업하면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다국적 소비재 생활용품 회사
1879년 P&G는 새로 개발한 제품-아이보리 비누-출시에 세계 최초로 브랜드와 패키지디자인을 적용
허먼밀러(Herman Miller)
1923년 더크 얀 드프레(Dirk Jan Pree)가 설립한 근대가구회사
전통적인 가구회사를 모던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인 책임자를 통해 외부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등, 적극적인 디자인 활동과 신소재,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함
미국에서 시장조사-기술개발 생산관리 및 디자인을 가장 빨리 결합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음
이외에도 1903년에 판매된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First Harley Davidson)’, 1915년 처음 선보인 오븐에서 쓸 수 있는 ‘코닝 파이렉스 그릇(Corning Pyrex Bakeware)’, 1923년 바우하우스 공방에서 만들어진, 일명 바우하우스 램프(Bauhaus lamp)인 ‘MT 8 table lamp’, 1938년, 당시의 생활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유선형의 원형인 철도차량 ‘S-1 Locomotive’ 등등 수많은 제품은 중요한 디자인 역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위와 같은 제품들이 바로 산업화 시대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1차적 자산이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산업시스템의 변혁이지만 산업사회와 대중의 생활을 변화하게 한 주인공은 제품인 것이다. 산업화 이전에 제한된 권력으로 집중되었던 소수의 제품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수로 분화되고 확장되었다. 냉장고는 대중에게 위생과 풍부한 영양을 제공했고, 자동차는 거리와 시간을 줄였으며 의자는 안락함과 자부심을 제공했다. 즉 산업혁명, 산업시스템의 혁신은 대중에겐 일종의 상징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되었지만 그 소산인 제품은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는 스토리이자 시퀀스가 되었고 이것은 디자인 개념이 모호한 시대에서 시각적 궤적으로서 디자인에 대한 개념적 근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디자인된 다양한 상품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생활양식이 되었던 것이다.
디자인 1.0의 층위는 1,2차 산업혁명의 자산인 '제품과 관련된 디자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평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초기 디자이너들이 직군이자 산업으로 성장하고 정착하는 기회의 시대였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라 불리는 피터 베렌스(Peter Behrens, 1868~1940)는 이 시기 가전기업 AEG의 제품과 커뮤니케이션-기업정체성(CI)을 통합했으며, 레이몬드 로위(Raymond Loewy,1893~1986)는 최초의 디자인 전문회사를 만들었으며 바우하우스(bauhaus, 1919~1933)에서는 디자인 교육이 시작되었고 발전했다. 이후로 디자인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중단 없는 발전을 이어갔던 것이다.
디터람스(Dieter Rams)의 디자인원칙 10 계명은 바로 이 제품을 위한 디자인 시대를 완성하는 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뛰어난 디자이너로서 브라운사에서 30여 년 이상을 디자이너로서 근무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산업디자인의 사회적인 역할과 환경과 같은 문제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정리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따라야 할 규칙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태도와 행동에 관한 것'이라고 하면서 시대에 따라 원칙 자체가 업데이트되어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그의 10가지 원칙은 그가 평생을 바쳐온 '物_Thing'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의제를 제시한 것이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디자인의 원칙 역시 변화할 것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디자인원칙 10 계명은 바로 '디자인 1.0, 物_Thing'의 시대적 완결성을 상징하는 선언인 것이다.
사진 1: P&G Ivory soap package, https://ivory.com/our-heritage
사진 2 : Corning Museum of Glass
사진 3 Herman Miller 1956 ’Eames Lounge Chair'
이 글은 2022년 발간된 책(링크)에 실린 저자의 글을 2026년 시점으로 발췌 및 수정/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