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세대로 보는 미래, V. 202601
2022년 당시,
새해를 맞이하는 긴장감과, 한편으로는 그 긴장감을 비껴가고픈 내면의 충돌이 빚어낸 결과로 책을 한 권 샀다. 그 책 중 하나가 ‘앞으로 100년’이라는 제목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라는 부제가 또렷할 뿐 아니라 매우 두툼하기까지 하다. 책을 얼마나 읽었나고 아직 물어보지 마시기를, 다만 글을 써나가면서 조금씩 읽기는 할 것이기에 ~그러나 올해가 지나도록 정독은 어려울 것이기에..... 책을 받고 책상 위에 놓아둔 채 며칠 째 오가며 표지만 눈인사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디자인은 앞으로 100년 후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지나간 100년의 디자인 역사를 석사 논문 소재로 쓰느라 고민도 했었고, 수년간 강의 자료로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디자인의 개념과 역사적 의의를 정리가 되었다고 자신했지만. 또 앞으로 몇 년간의 변화를 가끔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저 몇 년, 혹은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누구도 근 미래의 예상은 가능하나 조금 더 먼 미래, 2050년쯤 되었을 때의 디자인에 대해 예상, 예측하거나 논하는 것을 역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최근 들어 다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오히려 이와 같은 미래전망은 오히려 더욱 불투명해진 듯하다. 1년 동안 100년의 역사를 썼다는 AI의 대두와 수많은 플랫품의 등장, 2026년 1월 CES를 통해 발표되는 로봇과 운송기기의 혁명적 변화, 시각적 디자인 결과물을 프롬프트로 하는 극적 전환 등등 어마어마한 산업기술의 변화가 단 1-2년 만에 일상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제 디자이너는 물론 모든 직군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귀한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급속한 변화로 인해서인지 '메가 트렌드'는 물론 단 수년 후의 트렌드를 조망하는 자료조차 찾기 어렵다.
디자이너는 더욱이 미래에 대한 담론은 고사하고, 현재 매일 쏟아지고 있는 AI활용 툴과 각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디자인 관련 AI의 새로운 기능은 무엇인지, 더 쉽고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 또 다른 서비스와 플랫폼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빠르게 이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적극적인 디자이너들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그분들이 이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충분히 대응해 나가는가는 가늠하기 어렵다. 수년 전에도 어려웠지만 현재와 같이 전환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100년이라는 숫자는 당연히 너무나 아득할 뿐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이 나름대로 정립한 맥락-디자인 4.0 시대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디자인의 미래라는 것,
2026년 버전으로 디자인 5.0 시대에 대한 관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은 과거의 100년의 역사에 대한 시각적 빅 데이터-즉 지도를 중심으로 미래의 100년을 논하고 있는 책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모든 미래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온 맥락을 피할 수 없다는 점, 오늘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래의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오늘 텀블러를 쓰는 일이 실은 역사적 맥락과 산업사회의 발전 속에 당연한 귀결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디자인은 산업화의 확실한 소산으로 태어났고 산업의 혁신과 같이 지속적인 개념의 진화와 범위의 확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사회는 디자인에게도 늘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디자인이 산업의 혁신을 견인하는 지경까지 성장해 왔다. 그렇게 성장한 디자인은 생명주기 혹은 시대적 구분을 나눈다면 과연 어느 위치에 서있을까, 그리고 과연 산업사회의 혁신과 디자인은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과연 미래의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요구받을까. 미지의 개념을 더해 나갈 수 있을까.
상상이든, 믿음이든 결국은 손가락 사이를 흘러나가는 모래가 되겠지만 최소한 생각을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음과 같은 주제를 잡았다. 각 주제는 사회의 변화, 혹은 산업혁명의 역사적 맥락과 연계해 디자인의 시대를 구분하고 이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01. 디자인의 미래란
02. 디자인 1.0
03. 디자인 2.0
04. 디자인 3.0
05. 디자인 4.0
06. 디자인 5.0
이 글은 2022년 발간된 책(링크)에 실린 저자의 글을 2026년 시점으로 발췌 및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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