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을 단순하게 바라보기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3/
만물을 특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면 수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과학이라는 객관적인 필터를 사용한다면 세상은 단 118가지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원소는 원자의 종류를 뜻한다. 여기서 '원자'란 무엇일까? 원자폭탄, 원자력발전 등 일상생활에서 원자는 위험한 것으로만 주로 다뤄질 뿐, 흔하게 들을 수 없는 단어이다. 원자의 사전적 정의는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이다. 복잡하고 수많은 기관이 존재하는 우리의 신체는 고작 열 가지가 조금 넘는 원소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산소 65%, 탄소 18.5%, 수소 9.5%, 질소 3.3%, 칼슘 1.5%, 인 0.2% 그 밖의 다양하고 아주 적은 양의 원소들, 이것은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구성 비율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소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원소는 가장 최근에 발견된 오가네손(oganesson)을 포함하여 모두 118가지이다. 인간이 발명한 수많은 물건과 기계, 길을 지나가다 보이는 많은 것들, 우리가 입고 먹고 마시는 것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100개가 조금 넘는 어떠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어딘가에서는 웅장한 건축물의 모습으로, 또 어딘가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로 다양하게 형태를 바꿔가며 존재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118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흥미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를 둘러싸고 괴롭게 만드는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내려다보면 보일까 말까 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복잡하며, 끝도 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복잡하고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를 정신없게 만들지만, 그만큼 발전된 과학이 전해주는 사실인 118이라는 숫자는 복잡함을 단순하게 바라보게끔 해준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의 예술이 전해주는 감정 또한 118가지의 원소가 주는 메시지와 비슷하다. 많은 이들은 피카소하면 대부분 추상적인 입체주의 작품들만 떠올린다. 그러나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입체주의의 화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그는 그만의 예술세계 속에서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며 단순화하였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입체파 예술가로 기억될 수 있었다.
어쩌면 "복잡함을 단순하게 바라보기"는 과학에서도 예술에서도 통용되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익숙하고 복잡한 이 세상을 단순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