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뉠 수 없는 것들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2/
인간의 본능 중 하나는 "구분 짓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두 가지로.
우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별이라는 두 갈래 길로 나뉘며 1 아니면 2, 혹은 3 아니면 4라는 숫자를 부여받는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이과나 문과, 선거를 치를 때에는 진보나 보수. 또, 내편이 아니면 남의 편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이렇게 둘로 나뉠 수 없는 것들에 직면하게 되고, 대게 그러한 것들은 우리를 당황시키기 마련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둘로 딱 나누어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오늘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에서는 그러한 "이도 저도 아닌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우리 집 근처에는 꽤 높은 산이 위치해 있는데, 나는 비가 온 뒤에 산기슭을 거니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온 직후에만 찾을 수 있는 작은 친구들 때문이다. 버섯,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낙엽사이에 숨어서 고이 피어나고 있는 버섯들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매력적인 친구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존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균류", 곰팡이덩어리로 분류되는 것이 버섯이다. 버섯은 전 세계에서 발견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요리나 약재로도 사용되고, 생태계에서는 분해자로서 자원의 순환에 크게 일조하기에 없어서는 안 된다.
버섯은 마치 식물처럼 피어나는 모양새를 가진다. 그러나 썩은 것들을 분해하는 버섯의 역할은, 마치 동물의 포식행위를 연상시킨다. 이들의 쓰임새 또한 모호하다. 많은 버섯들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주지만 일부 독버섯은 극미량만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이렇게 보자면 버섯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둘로 나누기 어려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된다.
그 밖에도, 자연에서는 둘로 나눌 수 없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어떠한 생물종은 세 가지의 성염색체를 지니며, 암컷, 수컷, 중성으로 나눠진다. 심지어 두 가지 성이 공존하는 자웅동체인 생물도 자연에서는 흔하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이러한 현상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XX" 혹은 "XY"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정상"이라고 부르며 남자와 여자, 두 가지의 성별로 구분 짓는다. 하지만 그 외의 성염색체 조합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무려 2000분의 1로, 이를 한국의 인구수에 적용한다면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자신들의 이익 혹은 단순한 편리를 위해 두 가지로 나누고는 한다. 그러나 두 가지로 나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이분법적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이도 저도 아닌 것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들은 세상에 피고 지고, 즐거워하다가도 괴로워하며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들 또한 사랑하고자 한다. 결코 둘로 나눌 수 없는 세상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