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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찬호 Aug 28. 2023

2-7.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관람기

세상을 비추는 거울, 현대미술의 매력

자유롭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 파리, 지난 화에서는 매력적인 파리의 거리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오늘은 예술의 수도인 파리의 중심에 있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으로 향해보았습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타워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에펠타워의 여러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 구스타프 에펠(Gustave Eiffel)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에펠탑은 1889년에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졌습니다. 에펠탑은 현재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상징이자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지만, 에펠탑이 지어진 초기에는 시민들에게 흉물 취급을 받으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프랑스의 철학자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에펠탑의 못생긴 모습을 눈에 담고 싶지 않아 에펠탑 중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같은 건축물이지만,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바라보며 인식하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에펠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에펠탑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센강 바로 옆에 있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은 1961년 개관되었으며, 20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앞에서는 책을 읽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등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여러 시민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을 바라보며 예술이 일상이자 생활의 일부인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 초입에서 볼 수 있었던 큐비즘 작품들

미술관에 입장하자마자 강렬하고 화려한 구성이 특징적인 큐비즘(입체주의) 작품들이 반겨주었습니다. 큐비즘은 20세기 초기의 현대미술 운동 중 하나로, 형태와 공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는 큐비즘의 시초이자 거장 피카소(Pablo Ruiz Picasso) 혹은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가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의 그림들은 큐비즘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한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의 대표작입니다. 분명, 똑같은 큐비즘의 영역이지만 작가들 본연의 개성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루이즈 브르주아의 거미

화려한 구성과 색상의 입체주의 작품들 가운데, 독특한 형태의 대형 조각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낯설지 않은 거미 조형물은 프랑스 태생의 미국 현대미술가 루이즈 브르주아(Louise Bourgeois) 작가의 작품입니다. 거미는 그녀의 작품에서 가족, 인간의 내면세계 등 복잡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루이즈 브르주아의 거미 연작은 언뜻 보면 기괴하고 징그러울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알을 품고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뻗고 있는 거미의 모성애를 표현한 것입니다.


파리에서 만나 더욱 반가웠던 백남준 작가의 작품

관람을 계속 이어가던 중 멀리서 낯익은 작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백남준 작가의 작품입니다. TV 등 전자 기술과 미디어를 사용한 조형적이고 혁신적인 그의 작업은 전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반가움과 동시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백남준 작가의 세계적인 명성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닌, 그의 도전정신과 예술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창작자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됩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앙리 마티스의 벽화

다음은 야수파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작품입니다. 앙리 마티스는 생동감 넘치고 강렬한 작품들로 유명하지만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차분하고 잔잔한 인상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한 작품의 사이즈,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노트 하나에 그림을 채워 넣는 것만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큰 규모의 완성도 있는 작업을 위해 그가 쏟아 넣은 열정은 앙리 마티스가 세계적인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노년의 앙리 마티스는 붓으로 그림을 그릴 힘이 없어져 색종이를 오리며 죽기 직전까지 예술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죽은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며 그의 예술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키스 반 동겐, 헨리 다거 등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 작품

그 외에도 정물화, 드로잉, 초현실주의 작품 등 다양하고 독특한 형식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처음 바라볼 때에는 자칫 난해하며 불친절하다고 오해를 품을 수 있지만, 이들이 품고 있는 의미를 고심하며 감상한다면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인간의 세상과 삶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만큼, 예술 또한 시대적 변화와 사회의 변혁을 반영하며 폭넓게 정의되고 확장되었습니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는, 예술가들 각자의 개성 있는 관점으로 현대사회의 복잡한 면모를 들여다보고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길었던 프랑스 여행기도 어느새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세계디자인테마기행 프랑스편에서는 니스-리옹-파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 도시를 둘러보며, 각 도시가 가진 개성 있고 매력적인 예술 그리고 풍경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 세계디자인테마기행은 다른 어떠한 곳들보다 색다른 여행지로 찾아올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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