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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ie Young Apr 16. 2022

고객 인터뷰를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1편

인터뷰가 무서운 B2B 신입 디자이너들을 위한 인터뷰 준비 과정과 후기

처음으로 고객 인터뷰 기회가 생겨 우왕좌왕 했는데, 나처럼 사람을 대하는 인터뷰가 어렵거나 처음인 디자이너들을 위해 인터뷰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특히 B2B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1편
0. 이번 고객 인터뷰 기회가 오게 된 맥락
1. 인터뷰 사전 준비
2. 인터뷰 진행
3. 인터뷰로 느낀점
-------------------------------------------------------
2편
4. 인터뷰 인사이트 정리와 공유 과정
5. 간단한 회고


0️⃣ 처음으로 고객 인터뷰에 참여해보았다.


지난주 금요일, 신입으로 입사한지 만 2년만에, 드디어 고객을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이전 글에서 잠깐 소개했었지만, 나는 대기업 건설사 대상의 B2B IT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적어 고민이 참 많았다. B2B처럼 사용자가 꽤 명확한 제품을 만드는데도 그들의 업무 프로세스와 완성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려줄 사람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2년간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의 격려과 인정을 동력삼아, 어떻게든 내가 최대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제품을 만들어왔다.


그래도 그동안 이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은 PO, PD뿐만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프로덕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엔지니어들과 이 프로덕트를 판매하고 실제 유저에게 설명해야 하는 비즈니스 직군을 포함한 회사 전체가 고객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이건 실적으로도 나타나지만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입사한 뒤 꽤나 꾸준히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쉽게 기회를 잡지는 못했었다. 나보다 당장 고객 파악이 급한 분들이 꽤 많기도 했고(사업직군이나 PO 등...), 디자이너라고는 나 한명뿐인 곳에서 내가 자리를 비우는 일이 부담스러우셨던 점도 있었겠지 싶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이유들을 나 스스로도 걱정하느라 더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원래 미팅에 참여하기로 하셨던 PO 한 분이 평소 나의 이런 니즈를 알고 계셔서 '현재 이 제품에 대한 몰입도가 더 높은 분은 OO님 같다'며 자리를 제안해주셨다. 나는 기대도 되었지만 곧장 무서워져서 '같이 가면 안되냐(ㅋㅋㅋ)'며 그 분을 붙잡아봤는데, 아쉽게도 가능한 인원 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예전에 인터뷰 목적이 아닌, 홍보영상 촬영으로 딱 한 번. 건설 현장 안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건설사 본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인터뷰 목적으로 방문하는 게 처음이라서 더욱 떨리고 긴장되었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이상, 무조건 팀과 나의 자산이 되는 경험으로 만들어오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1️⃣ 인터뷰는 이렇게 준비했다.


인터뷰어 구성은 이렇게 했다.

이번 미팅은 현재 우리 회사가 가져가고 싶은 키워드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는 중이고, 정말 의미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들, 앞으로 우리가 이 키워드에 대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마구 질문하는 자리였다. 이미 인터뷰이와 라포를 형성하고 미팅을 만든 영업 팀장님 1명, 비즈니스의 전략적인 방향과 PR을 고려하는 전략팀 1명,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는 제품팀 1명(나)으로 총 3명이 인터뷰어로 지정되었다.



사전 준비는 이렇게 했다.

인터뷰가 시작된 뒤에 허둥지둥하거나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30분 정도의 짧은 회의를 진행했다. 전략팀/제품팀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인터뷰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지 서로 의견을 맞춰보고, 미리 리스트업한 질문들도 함께 공유했다.


두 팀이 공통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우리 서비스 말고도 다른 솔루션을 사용한 적이 있는가', '그 솔루션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가'였다.

또 두 팀 모두 바라는 점으로는

1. 미팅 초반에는 ‘A키워드에 대해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느냐'는 현재 상황 파악 목적의 열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

2. 그리고 전략팀/제품팀에서 각각 인터뷰이와 신뢰관계를 형성하여 해당 미팅 이후에도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관계를 획득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이 회의를 바탕으로 고객/사용자 인터뷰 아티클을 추가로 찾아가면서 인터뷰 흐름을 대강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외부 미팅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가 사람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소프트스킬이 아직 약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걱정했던 점도 있다. 아무리 준비해도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은 알고 있지만, 중간에 당황하여 인터뷰가 흐지부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너무 촘촘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너무 성기지 않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질문지는 이렇게 작성했다.

우리 회사는 Notion을 문서 툴로 사용하는데 페이지 하나를 따로 만들어서 질문을 틈틈이 보강하고 다시 정렬하기를 반복했다. 가장 막연하게 궁금하면서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자잘한 정보에 대한 질문들로 나열했다. 여기저기 아티클을 찾아보며 구성했는데, B2B 스타트업에서 재직하시는 분들 중 질문 리스트업이 막막한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앗, 질문지를 만들 때 참고했던 주옥같은 아티클들을 공유하겠다. 우리는 신규 제품을 기획하는 도중 고객사에 역으로 서로의 인터뷰를 제안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 아티클 중 인터뷰이 모집과 사용성 인터뷰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고 참고하였다. 질문지 작성에 정말 좋은 가이드를 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프로덕트 기획을 위한 고객 인터뷰 FAQ - 스타트업 고민상담 5화 - 작가 : 지수
https://brunch.co.kr/@outandouter/31

프로덕트 기획을 위한 고객 인터뷰: ②실전 5단계 - 작가 : 지수
https://brunch.co.kr/@outandouter/35


1. OO에 대해서 지금 어떻게 일하고 계시나요?

우리가 궁금했던 키워드에 대한 열린 질문이다. B2B 서비스에서 고객의 기존 워크플로우를 파악하는 것은 정말정말정말x100 중요하다.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우리가 상상한 업무 시나리오와 그들이 실제로 일하는 업무 환경 및 프로세스가 얼마나 다른지 꼭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인터뷰이에게 답정너 질문을 하지 않기 위해 중립적이면서 어느정도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준비했다. 또 만난지 몇분만에 맥락없이 이것저것 자잘한 질문을 쏟아내는 것보다 일단 고객들이 자신의 익숙한 하루 업무 일과를 말하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대화가 끊어질까봐 계속 긴장하지 않아도 저절로 내가 몰랐던 정보들을 술술 말해줄 것이고, 그때 자연스럽게 후속 질문을 건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2. Pain Point : 방금 말씀해주신대로 일하시면서 좀 까다롭거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객이 1번 질문에 답변한 뒤 후속 질문도 어느정도 끝나갈 때, 이렇게 고객이 힘들었던 점을 짚고 넘어가려고 준비했다. 만약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대한 가설이 있다면 따로 준비해놓고 인터뷰이가 생각이 잘 안난다거나 막연하다며 힘들어할 때 살짝 던져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본 문장은 대충 이렇다.

"저희가 알아보니(데스크 리서치로 얻은 정보들) OO하실 때 작성하셔야 할 문서나 관리하실 정보가 엄청 많더라구요.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가요?"

이런식으로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3. Know How : 방금 말씀해주신 힘든 점을 해결하신 적이 있나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셨어요?

나의 경우에는 준비한대로 흐름이 흘러가지 않는 바람에 1번과 2번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질문이 해결되어버렸지만, 설령 실제로 진행할 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만약 그들의 해결 방법을 성공적으로 들었는데, 방법만 말해주고 그 뒤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서 대화가 딱 잘려버릴 상황을 대비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후속 질문도 던져보려고 이렇게 준비해봤다.

"그 방법에 얼마나 만족하셨나요?"
"A키워드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다른 솔루션을 사용하신 적이 있나요?"
"그 솔루션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이었나요?"


2번과 3번은 위에 링크한 아티클을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구성해봤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렇게 1번부터 3번까지 막연하고 중요한 질문들은 가장 먼저 물어보고, 남은 시간에 비교적 덜 중요하면서 세세한 질문들을 추가로 하는 것으로 큰 흐름을 만들었다.


이런식으로 정리한 질문지 문서를 함께 인터뷰에 참여할 전략팀에 보여드리면서 빠뜨리거나 좀 더 중요하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인터뷰 장소로 함께 출발했다.





2️⃣ 인터뷰는 이렇게 진행했다.


처음에는 고객사의 한 분을 뵙기로 했지만 막상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두 분이 더 참여하셔서 3:3, 총 6명이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내 명함은 딱 한 장 있었다. 한 분만 뵙는다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진짜 너무한 실수. 외부미팅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서는 반면교사 케이스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흑흑 (그래도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다. 나머지 두 분께는 나중에 명함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미팅 후 문자로 이미지와 함께 간단한 감사 인사를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두 분 모두 성의껏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고, 다른 질문들은 언제든 전화로 물어봐도 된다며 말씀해주셔서 참 좋았다.)

자리에 앉으려는데 과장님 두 분과 대리님 한 분과 마주 앉게 되었다. 아차... 내가 가운데 자리다. 하필 말하기에 가장 자신 없는 내가 가운데 자리라니, 엉엉...

 머릿 속에 열심히 외워놨는데 갑자기 누가 지우개로 빡빡 지워버리는 그런 순간... 다들... 있잖아요...?

인터뷰 기록

으악 으악 으악! 아직 녹음 이야기도 못꺼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래도 놓치면 안되는 부분이기에 양해를 구하고 '손으로 기록하면 놓치는게 많으니 녹음을 해도 괜찮으시겠느냐'고 용기내어 질문했다. 흔쾌히 동의해주셔서 클로바노트(인터뷰나 회의록에는 클로바노트가 국룰이죠) 앱을 얼른 켜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큼지막한 클로바노트 위젯을 미리 배치해둬서 다행이었다. 또 이 앱을 켜는 모습을 지켜보시며 "참 좋은 어플이 나왔네요, 허허"라고 말을 걸어주시기도 했는데, 이렇게 아이스브레이킹도 가능했더랬다. 헤헤.



인터뷰 진행 중

처음 계획했던대로 열린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고, 거기서 잘 몰랐던 점이 나오면 그 점이 무엇인지 설명을 요청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나처럼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아서 뚝딱거리는 것을 걱정하는 신입 디자이너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인터뷰어(나) : "A를 지금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인터뷰이(상대방) : "A 관련해서는 A-1, A-2 ... A-7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나) : "지금 A-5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A-5라는 것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대강 이런식으로 진행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인터뷰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고객들의 어려움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솔직하게 힘듦을 토로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인터뷰어(나) : "건설 분야 안에서 여러 소식들을 듣다보니, 실무에서 B에 대한 걸 관리하시는 것도 힘드신 것 같더라고요. 지금 어떻게 하시나요?"
인터뷰이(상대방) :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말 힘든 점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 이런 일도 있었고요. 다른 솔루션을 사용해본 적도 있지만 ~ 때문에 어렵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궁금했던 당사자들의 어려움과 그걸 해결하려고 했던 시도에 대해 여쭤보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상세히 말씀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편, 인터뷰이도 불특정 개인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협력하는 고객사 입장이다보니 거꾸로 우리에게 질문하거나 요청하는 안건도 있었고, 그건 내가 "음~"하고 생각을 정리하려는 사이에 영업팀장님께서 잘 답변해주셨다.

인터뷰이(상대방) : "A라는 키워드 관련해서는, OOO(우리 회사)에서 이렇게 진행하시려는  알고는 있습니다만.  다음 단계로는 어떤  생각하고 계시나요?"

인터뷰어(영업팀장님) : "저희가 이제 A 키워드에 관한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포인트에서 수요가 있는지 파악한 뒤에  방향성을 정해가려고 합니다. 보통 소프트웨어 제품은  단계부터 장기플랜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플랜을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단계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터뷰이(상대방) : "알겠습니다. 그럼 저번에 저희가 요청했던 OOOO 기능은 올해 개발 계획에 들어가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몇분기쯤 완료될 예정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이러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서 OOOO 기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어(영업팀장님) : ", 저번에 말씀해주셨다시피 현장의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문제들이 남아있어 O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저희가 오늘 주로 여쭤본 A 키워드에 대한 제품이 먼저 나올 예정이고, 현재 개발 인력도 그쪽을 우선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는 이런 대화를 미리 예상하지 못해서 빠르게 답하지 못했지만, 영업팀장님의 주도로 인터뷰이들의 궁금증과 문제를 해소하려는 제스쳐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처럼 B2B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시는 분들은 일반 사용자가 아닌 고객사 직원을 만날 확률이 크니, 꼭 참고하시고 제품의 진행상황 또한 적절하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시기 바란다.





3️⃣ 인터뷰로 간단하게 느낀점, 우리가 세웠던 가설이 틀렸다.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느낀 점은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답변은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욱 보람있고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나름대로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오래 모아놓았던 니즈들을 바탕으로 세운 가설들이었지만 단 한 번의(그러나 강력한...!) 고객 인터뷰로도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준비하던 신규 프로덕트의 핵심 유저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무자들과 그 노무자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현장 내 관리자였다.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커뮤니케이션과 워크플로우를 조사하기는 했지만 정말 막연하게만 알았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너무 많은 부분을 PO와 PD의 상상으로 기획했던 탓이 컸다.


사실 기획을 거의 마치고 화면을 디자인하면서도 막연하게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있었던 참이었다. 실제 현장을 잘 알지 못하고 탁상공론을 하는 것 같다는 걸 몇번 느꼈지만, 나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고객을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반박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도 같다.


그날 우리가 만난 분들은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권장하는 팀에서 일하시기 때문에, 이미 우리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함께 고민하시던 분들이었다. 우리가 권장하는 기술들이 건설 현장에서 실제로 의미있게 쓰일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고민이 많은지 다시금 새롭게 느끼기도 했다.


날 것의 인터뷰 기록을 공유

어쨌든 나는 제품 기획 방향을 크게 바꿔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진행된 업무들에 빨리 STOP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그러나 금요일 저녁에 완전하지 않은 말로 팀에게 겁만 주는 건 의미가 없고, 큰 일일 수록 왜 이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제대로 팀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날 것의 데이터를 바로 공유하면서 월요일 오전에 잡힌 인터뷰 내용 공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위에 첨부한 아티클에 잠깐 들어간 설명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인데, 인터뷰 내용을 혼자 예쁘게 정리하여 '짜잔!'하고 공유하는 것보다는, 인터뷰 미참여 인원들이 인터뷰 분위기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날 것의 데이터부터 먼저 공유하는 걸 선택했다. 슬랙 따봉은 많이 받았는데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실제로 읽었던 분들은 얼마 없었던 것 같다, 흑흑.


일단 미팅 내용이 모두 기록된 클로바노트에서 아주 잘못 기록된 단어들만이라도 고쳐두는 작업을 했고, Notion에 인터뷰 내용 공유 페이지를 만들어 클로바노트 링크를 첨부했다. 미팅 중 의미있었던 내용은 접고 펴는 토글을 이용하여 차례차례 적었는데, 한 시간 가량의 미팅 내용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많이 들었기 때문에 반 정도만 진행한 뒤 일단 Notion 페이지 링크를 슬랙에 먼저 공유했다. 나머지 정리되지 않은 내용은 월요일에 회의록을 함께 보며 공유하려는 생각이었다.


월요일 오전, 드디어 팀에 이 사실을 알린 뒤 팀원들의 반응과 왜 이렇게 틀린 가설을 열심히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회고는 2편에서 이어서 작성하겠다. 후후. 떠올리기만 해도 아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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