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나마 세상을 바꾼 그 시절의 혁신을 찾아서
브룩스 브라더스는 1818년 창립한 미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로,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J.F. 케네디,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까지 역대 40명에 달하는 미국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정통 있는 브랜드이고 오랜 시간 American Made를 지켜온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이기도 하죠. 그런 브룩스 브라더스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얼마 전 파산 신청을 했고, 곧 매각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아쉽더군요. 그래서 브룩스 브라더스가 이뤄낸 혁신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셔츠의 칼라(Collar) 아래에 작은 단추가 하나씩 양쪽에 달려있고, 칼라 끝에는 그 단추를 끼울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 셔츠를 버튼다운 셔츠(Button Down Shirts)라고 부르고, 무려 1896년 브룩스 브라더스로부터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사실 버튼다운 셔츠는 처음 운동용으로 개발되었는데요, 승마나 폴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유니폼 카라가 경기중에 펄럭이는 것을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이 버튼다운 셔츠입니다. 그 이후로는 특유의 단정함과 정중한 느낌 덕분에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룩으로 자리 잡았고, 보통의 드레스 셔츠와는 차별화되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그런 아이템이죠.
미국의 코로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님도 바로 이 셔츠의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요. 매번 인터뷰 때마다 슈트 안에 블루 버튼 다운 셔츠를 착용하고 나타납니다. TV 뉴스에서 민방위복을 입고 언론과 인터뷰하는 우리의 보건당국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네요.
특히,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스테픈 커리와의 코로나 19 관련 인스타그램 인터뷰에서도 당연히 이 블루 옥스퍼드 버튼다운 셔츠를 네이비 솔리드 실크 타이와 매치한 파우치 박사님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트를 입는 남자의 옷장에 꼭 있는, 대각선 줄무늬 타이, 이름하여 Repp Tie 역시 브룩스 브라더스가 1902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스트라이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에서 아래로 직각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45도 틀어서 세상에 보여준 것이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였다고 합니다. 참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데 말이죠.
과거 미국에서 넥웨어(Neckwear)는 지루하고 심심한 패션 아이템의 상징이었습니다. 솔리드 디자인이 지배적이었고, 화려한 컬러와 패턴은 모두 과한 멋쟁이들만의 것이었죠.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렙 타이의 출시 덕분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스트라이프를 “렙(Repp)”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요? 렙(Repp)이 스트라이프의 다른 이름은 아닙니다. 타이를 만드는 실크를 프랑스에서 ‘렙 패브릭(Rep Fabric)’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p”는 실수로 추가가 되었고, 그 결과 ‘렙 타이(Repp Tie)’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핑크색 셔츠. 이 역시 1949년 브룩스 브라더스가 세상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남성용 셔츠에 핑크를 처음 도입한 이 셔츠가 보그지에 실리자, 동일한 여성용 셔츠를 출시해달라는 엄청난 압박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렸고, 1999년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가 멋지게 소화해 내기도 했죠.
요즘같이 더운 여름, 셔츠와 수트를 입는 직장인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은 옛부터 이어져 왔는지, 그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1935년 시어서커(Seersucker) 소재 원단의 셔츠, 정장이 개발되었습니다.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에 의해서. 여름에도 멋쟁이들은 멋을 내야 하기에! 사진처럼 잔 주름이 많이 들어가서 몸에 감기지 않고 가벼우며, 소매를 접어 입었을 때도 특유의 멋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땀 배출과 통풍에 특화된 쿨맥스, 드라이핏 등 다양한 소재의 옷이 있지만, 그 기원을 찾아가 보면 브룩스 브라더스의 소재에 대한 혁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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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브룩스 브라더스를 좋아해서 셔츠 몇 장이 옷장에 있습니다. 입을 때마다 이런 내용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브랜드가 어떤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고 옷에 대한 열정은 어떤지 알고 나니... 파산했다는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들리더라고요.
이놈의 코로나 19가 얼른 종식되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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