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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너마저 Feb 27. 2017

좋은 UX 디자인은 싸우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UX 디자인

#0 최고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孙武)a.k.a손자


孫子兵法 : 第三 [謀攻篇]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

"백 번 싸워 백 번을 이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최상의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일이다." - 손자병법


손자병법은 2000여 년 전 군사이론을 연구한 저서입니다. 그 시대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면 쉽겠네요. 오늘은 전쟁 자기계발서 손자병법을 통해 UX 디자인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로 패할 리 없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면 반드시 패한다.'


UX 디자인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마음... 싸우지 않고 얻어봅시다.



# 설명충 극혐~

냉장고를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다니! 우와 정말 데단해~


전자기기나 새로운 제품을 사면 꼭 따라오는 '사용 설명서'.라고 쓰고 '폐휴지'라고 읽습니다. 다들 잘 읽어보시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읽어보지 않을 텐데요. 애초에 읽기 싫은 룩이고 크게 도움도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어떨까요? 물론 모바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쁜 설명충'의 좋은 예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앱 사용 설명서(흔히 walkthrough라고 하죠) 화면으로 시작하는 앱이 간혹 있습니다. 다들 그냥 넘기곤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처음부터 ‘설명’으로 시작하는 앱은 사용자와의 교감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와의 첫 만남을 설명으로 시작하다니요!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첫 만남에서 지루한 설명으로 시작해서 설명충으로 낙인찍히고 싶으신가요!?



사용자와 마주하는 제품/서비스는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관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자연스럽게 사용을 이끌어내야 하는 거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나'를 알고, 귀찮은 설명서를 읽지 않고도 쉽게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의 마음을 알면, '설명'이라는 싸움을 하지 않고도 나의 서비스가 선택받는 '승리'에 도달하는 겁니다.


물론 다양한 정보와 기능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가적인 설명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지면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멀어질 것입니다. 어찌어찌 난관을 통과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원하는 상품 구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나쁜 사용자 경험'을 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진리...



# 나와 너를 알자. 사용자 세분화, 타겟팅 - User segmentation, Targeting


사람들이 정보를 이용하고 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같은 회사의 정보라도 취업 준비생/이직 준비자/주식 투자자는 서로 접근법이 다르고 얻게 되는 정보 또한 다르겠죠? 그러므로 제공하는 서비스/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과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그들의 다양한 니즈(needs)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을 알아야 한다고 손자님이 말씀하셨어!"


목적 구매형.  곧바로 목표에 도달한다.


비목적 탐색형.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맞는 목표에 도달한다.


커머스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목적 구매형' 고객과 '비 목적 탐색형' 고객입니다. 목적 구매형 사용자는 보통 남성, 미혼 직장 여성들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직접적인 검색 위주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제품을 구매합니다. 비 목적 탐색형 사용자는 쉽게 말해 주부 성향입니다. 쿠폰을 우선적으로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또 프로모션이나 할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다양한 상품 구색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입니다.


보통 이렇게 주 사용자가 두 가지로 나뉠 경우에는 하나의 고객 집단을 포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예로 온라인 셀렉트숍 29CM는 큐레이션을 통해 비 목적 구매형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이트에 방문해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게 되죠. 대형 커머스 서비스(11번가, G마켓, TMON 등)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워낙 넓은 고객층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두 사용자 집단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서비스의 성향과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타겟팅을 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전략은 꾸준히 재조정되면서 진화해야 합니다. 사용자에 대해 생각하고 전략을 꾸준히 닦아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UX 디자인에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 명확하게 전달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 하면 상표, 색상, 글꼴 등을 연상하죠. 코카콜라의 빨간색, 네이버의 녹색창, 벤츠의 로고, 현대카드의 서체... 시각적 언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이 브랜드들은 명확한 브랜드 콘셉 전달로 '승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적 언어를 통해 A=B라는 쉬운 브랜드 공식을 만들어낸 거죠.


TMON APP


사용자는 제품/서비스와 상호작용하며 해당 브랜드에 대한 특정한 '인상'이 생깁니다. TMON의 경우 브랜드 컬러와 폰트, 특유의 말투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용자와 교감을 계속하며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TMON만의 병맛스럽지만 재밌는 말투와 이를 뒷받침하는 개성 있는 폰트 사용, 그리고 TMON의 오렌지 컬러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런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특정 고객들은 TMON 앱에 자꾸 찾아가 보고 싶고,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은 서비스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거죠. 이러한 인상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의도된 사용자 경험'에 의해 구축된 것이죠.


나이키는 정말...


정보의 표현에 있어서도 명확한 표현은 필수적 요소입니다. 복잡한 정보들을 사용자가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 어떠한 변수에도 쉽게 무너지거나 변형되지 않도록 명확한 규칙을 정의하고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사용자 역시 그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명충은 극혐이지만 착한 설명충은 인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나이키 짤 너무 좋아서 한장 더 투척합니다


# 눈팅족을 고정닉으로


여러분도 눈팅만 하지말고 공유와 라이킷을!


투자 수익률을 측정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전환율(conversion rate)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경우 방문자보다 회원으로 가입한 회원수가 더 중요할 것이고 그 회원 중에서도 실제 활동하거나 글을 쓰고 댓글러가 많을수록 활발한 커뮤니티라고 생각하면 전활율이 왜 중요한지 아시겠죠?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의 경우 전환율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눈팅족 < 실구매자 < VIP회원이라고 생각했을 때, 좋은 UX 디자인은 그렇게 구경만 하던 눈팅족을 능동적인 구매자로 전활 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전환율이 올라갈 경우 해당 서비스의 수입과 매출 향상은 드라마틱하게 상승할 것입니다. 우리가 UX에 쏟는 노력은 결국 사용성 향상과 더불어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더 빨리 목표에 접근하거나 실수를 덜 하도록 해주는 가이드라인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환율에 대한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먹고 싶다...


근사하게 나온 음식 사진을 메뉴 옆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매출의 30%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메뉴 이미지를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70%나 더 많이 해당 메뉴를 주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저 텍스트로만 건조하게 표현돼있는 메뉴판의 텍스트보다 한 장의 선명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구매 전환율을 높인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메뉴에 너무 많은 사진을 사용한다면 전체적으로 특색이 없어지거나 싸구려 음식점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죠.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이미지를 한 번 보는 것은 실제로 바로 앞에 놓인 음식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봅니다. 배가 고픈 사람이라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우선 사진에 보이는 걸 달라고 말할 테니까요.” 아이오와 주립대학 Information System의 부교수 Brian Mennecke의 말입니다.



#


이번에도 위에 나열한 네 가지 토픽은 얼핏 대단하지 않을 수도,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배려와 노력이 단순히 '그럭저럭 괜찮은'서비스에서 '승리하는'서비스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고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2000여 년 전 손자병법에서 말해주듯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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