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믿는다는 말의 힘
전적으로 응원할게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늘 구석진 자리에서 그림자조차도 보이긴 싫었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보이질 않았어.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부모님을 설득하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변명할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어.
수긍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맘대로 하나씩 밟아 버리자고 마음먹었어.
그러던 어느날, 가까스로 타협한 희열의 경지에 합류했지.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그토록 탐나는 것을 가졌다는 거.
나의 진로를 전적으로 응원하겠다던 그 한마디.
소유의 기쁨은 무한한 가능성을 동반한 거 같았어.
포기했던 시간의 아쉬움이 스멀스멀 가까이 오더라고.
그냥 보내긴 싫었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거 같아 붙잡았어.
뒤를 돌아본 습관 때문에 집중하는 게 좀 어색했지만 견딜만했어.
유월이 지나갈 무렵 알 듯 말 듯한 흥미가 느껴지더니
제대로 경험한 적 없던 자신감이 분수처럼 폭발한 거야.
마침내 긴장 백배의 그날, 성실했던 시간을 믿기로 했어.
여태 비껴간 운빨이 발목을 잡으면 그 또한 운명이려니.
욕심만으로 안 되는 것들을 인정하고 원망 따윈 안 할 거라 다짐했지.
그리고 몇 년 후 작은 소망 앞에 섰어.
가장 좋아한 옷을 입고 좋은 사람과 여행하면서
그곳에만 있는 맛있는 행복을 누려보는 거.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나만의 꿈이어도 좋을 달곰한 시간 말이야.
올까, 그날이.
전적으로 날 믿기로 했다는 그 한마디의 말로 인해
나는 지금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