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을 닮은 듯
두 마음
참 좋은 사람들과 튤립 축제에 다녀온 적이 있다.
때론 꽃을 깔끄러 미 살펴보는 것이 즐겁다. 그럴 때면 힘듦에 묻혀 있던 감각 기능이 되살아나 오감이 만족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하필이면 만개한 튤립 앞에서 두 마음이 교차하여 멈춘다.
간혹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활짝 피워버린 꽃은 누군가의 시선을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화려함은 잠깐이요 초라하게 변한 시든 꽃망울을 바라보는 눈빛이 유독 복합적인 감정 안에서 머뭇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꽃잎이 말라 생기가 없어진 모습을 마주할 땐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지금처럼 당당한 모습 그대로 자연적인 현상에 순응하며 더불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문득 길을 걷다 꽃밭으로 살짝 들어간 나는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해맑게 웃고 있는 태도를 만날 때면 넋이 나가곤 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중에는 차라리 꽃밭을 나가야 하는 길을 잃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어나던 그 마음속에 어쩌면 또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채우는 중이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마치 지금까지 내가 살 수 있는 어떤 버팀목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이 있다. 아주 가끔은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내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햇살 좋은 어느 봄날은, 봄꽃을 닮은 나의 두 마음을 살포시 끌어안는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배신하지 않고 찾아와 준 꽃향기가 좋다.
참말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