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나 마음이 거북하지 않고 걱정 없이 좋은 상태
편안한 감정이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편안하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이 되었다.
어릴 적에는 몰랐다. 편안함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 상태인지.
늘 무언가를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고 기대에 부응해야만 했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긴장과 불안을 일상처럼 품고 살아왔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은 나를 자꾸만 앞으로 내몰았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멈추면 세상에서 밀려날 것만 같아서.
하지만 지금은 안다.
편안함이야말로 우리가 싸우며 얻어내야 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그건 무기력과는 다르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아니다. 편안하다는 건, 내가 더는 숨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다. 나 자신으로 있는 것이 괜찮다는 허락이다.
어느 오후, 그걸 처음 느꼈다.
햇살이 창문 너머로 길게 들어오던 날이었다.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어색할 정도로. 하지만 그 어색함조차 조금씩 몸 안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덮은 담요의 무게, 책장을 넘기는 소리, 주전자에서 나는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 아주 사소하고도 조용한 것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누가 먼저 다가온 것도 아니고 내가 애써 붙잡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지나치지 않고 잠시 머물러주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편안함은 내가 잡으려고 애쓸수록 도망간다는 걸.
오히려 가만히 있을 때, 모든 걸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나는 그 감정을 발견한다.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웃음도 다정하고 침묵도 불편하지 않다. 누군가 나를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것이 쌓이고 쌓여 편안함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둥지를 튼다. 마음을 들키는 게 두렵지 않은 순간, 그건 결국 내가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매일의 삶 속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모든 날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평범한 하루, 단정히 정돈된 방 안,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나를 기다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때론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그 조용한 온기만으로도, 마음은 깊고 넉넉한 숨을 쉰다. 바쁘게 살아가는 속에서도 우리는 잠시 멈출 수 있다. 잠깐의 숨 고르기처럼, 아주 짧은 틈에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 틈을 허락할 때, 삶은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나는 편안해지고 싶다.
더는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불완전한 나 자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지금 이 순간처럼.
창문 너머 바람이 흘러가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 조용한 오후처럼.
나는 내 안에 조용히 앉아 편안함이라는 따뜻한 온기를 한 모금씩 마신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