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난 상태
지루한 감정이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어떤 날은 감정의 색이 너무 희미해서 마음속 어디에도 제대로 걸리지 않는다. 특별히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말할 만한 사건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하루가 뭉툭한 연필심처럼 둥글게 굴러갈 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날을 ‘지루한 날’이라고 불러왔다. 예전에는 그 말에 불만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루함은 사실 감정 같지도 않은 감정이다. 마음을 찢지도 않고 가슴을 뛰게 하지도 않는다. 불안처럼 날카롭지도 기대처럼 반짝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의미 없는 감정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지루함은 바로 그 무색무취한 표정으로 우리 마음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은 생각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창가에 걸린 빛이 느리게 이동하고 제자리에서 식어가는 커피 잔을 바라보며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의 내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작은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지루함은 늘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를 재촉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다. 그저 여기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고요한 온도를 갖고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