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할 수 있다는 건
까닭
우울한 하루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다
오랜만에 나를 위한 쇼핑을 했다.
굳이 쇼핑이 필요했다면, 요즘 잠을 설친 이유에 대한 보상이랄까.
날이 갈수록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음이 어디 이뿐일까마는, 유독 단잠을 이루지 못한 까닭이 안쓰러웠다.
어쨌거나 백화점 일층에서부터 차근차근 아이쇼핑을 하며 마음에 든 것이 보일 때면 보석 같은 눈망울에 담아 두었다.
어느새 8층까지 올라갔다.
다리가 아파 잠시 쉬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그제야 비로소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방긋 웃는다.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좀 전에 눈에 담아 두었던 나를 위한 선물 앞에서 얄팍한 지갑이 자꾸만 미안해 한 까닭을 보았다.
아무래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얄미운 예감이 바람개비처럼 내 안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그러곤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양 나갈 채비를 하더니 회전문 앞에서 애꿎은 시계만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하지?
그냥 확 지를까?
나를 위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냐?
갈팡질팡, 회전문을 쉽게 나오지 못하는 마음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