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이야

하지만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by 이엔에프제이


그랬다.

엄마의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집안 어디에도 엄마의 눈은 없었다.

어둑해진 밤이 될 때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아날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이윽고 일을 끝낸 엄마가 집으로 왔다.


"엄마, 있잖아?"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엄말 불렀다.

"바쁘니까 빨리 말해."

엄마는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귀찮은 듯이 지친 목소리로 대답하며 부엌으로 갔다.


그토록 기다리던 나의 이야기가 민망하였던지 말문을 닫아버렸다.

어느 순간 나의 마음의 문도 철문처럼 닫히고 말았다.

차라리 누굴 원망하고 무엇을 열심히 탓하고 나면 내 마음이 열릴까.

꽉 막힌 집이 싫어 밖으로 나갔다.

그때부터 친구들이 더 좋았다.

그러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경찰서에도 가 봤다.

그 후로 엄마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서서히 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져버린 시간 앞에서 모녀가 울었다.

하지만 운다고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문제가 풀리진 않았다.

나는 아주 가끔 바쁘게 사는 엄마가 싫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 싶었다.

애써 외면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한 현실 말이다.

언제부턴가 가난은 내가 엄마가 되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가 되어 버렸다.


만약에 말이야

엄마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엄마가 내 얘길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들어줬더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 또한 모를 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와 나 사이의 벽은 아직도 원하는 만큼 좁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