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복도
복도는 내가 쫄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사계절 내내 조건 없이 날 기다려 주었다.
나는 가끔 네모 반듯한 지식 창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때때로 숨이 막혀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틀에 박힌 강박적 사고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이었는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관심받지 못한 나의 눈빛이 분산되고 있다는 걸 들켜버렸다.
그때 창밖으로 나간 시선은 자유를 타고 미래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종이 울리자 하늘을 나는 여행은 강제 종료로 끝나고 말았다.
일등과 꼴찌의 또래들이 공평하게 만나는 복도가 좋았다.
단짝들의 비밀 이야기는 주로 복도 끝에서 터트려졌다.
유독 집중이 되지 않을 땐 시간마다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시험을 보는 날엔 보일 듯 말 듯한 심리전이 열리곤 했다.
복도는 희로애락의 수다를 묵묵히 다 받아주었다.
무리들이 담아온 땀냄새까지도 포용할 줄 알았다.
배고픈 누군가에겐 쏜살같이 길을 열어 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소심한 나는 거기에 더 끌렸는지 몰랐다.
어디 그뿐일까.
화장실 앞 복도에선 함께 나눈 수다에 박장대소하다가 울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가끔 친구들의 일상을 씹어 먹곤 했는데 깜박 잊을 뻔했다.
집중력의 방해꾼 마지막 종소리에 반응할 새도 없이
누군가 나를 부를 땐 심장이 정전되는 줄 알았다.
온몸으로 퍼진 돌기가 시도 때도 없이 찌르는 거 같았다.
웃음과 조롱이 뒤범벅이 된 예상치 못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시간이 가면 괜찮아질 것 같아 아픔을 인지하지 못했던 복도의 잔혹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고 싶은 그곳,
텅 빈 운동장을 걷다가 문득 스쳐가는 생각들이 발목을 잡았다.
서른 즈음 혼자의 시간과 마주하는 찰나에
누군가의 잔소리가 이토록 그리울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의 설렘과 낯섦이 공존하던 잃어버린 시간이 내게 온다면 무어라 마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