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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about 'Strategy'

전략과 전술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포워드의 추천도서들

by 포워드

다음은 수년 전 저의 모교인 부산 혜광고 교지 <혜광>에 후배들을 위한 원고 요청을 받고 쓴 글입니다.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옮겨 놓습니다.



사랑하는 혜광고 후배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1992년 2월 학교를 떠난 37회 최재완입니다. 졸업 후 벌써 2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저의 첫 대학입시의 기억은 우울했습니다. 지원했던 건축학과에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이듬해에는 나름 애를 썼고, 운도 좋아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이후에는 당시 힘찬 도약을 시작하고 있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안과 전문의와 임상강사 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안과전문병원 근무와 해외 연수 등으로 여러 경험을 쌓았습니다. 5년 전부터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눈질환전문클리닉 ‘센트럴서울안과’를 동료 의사선생님들과 함께 개원하였습니다. 저희 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시력교정에 집중하는 다른 안과와는 달리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퇴행성 눈질환에 집중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낯선 병원 모델로 받아들였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병원 구성원들과 함께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안과학회들에서도 초청강연 요청을 받고,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원 후 5년이 지난 이제 ‘센트럴서울안과’는 개원을 앞둔 후배들이 병원 구성원 트레이닝을 위해 교육을 의뢰하는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눈질환전문클리닉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우정렬 선생님의 격려로 후배님들께 글을 쓸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졸업 후 학교와 은사님들을 한번도 제대로 찾아뵙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못난 제자를 기억해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택에 지난 세월들을 무사히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저의 삶의 고비마다 택했던 선택들마다 전략적인 판단을 하려고 애썼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반이 되었던 전략에 대한 책 몇 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0 전략과 전술 - Intro


개인이건, 기업이건, 심지어 예술과 학문에 있어서도 ‘전략’은 매우 중요합니다.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략’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꿈’은 아름답게 들리지만, ‘전략’은 현실적으로 들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다들 마음 속에 꿈이 있으시지요? 하지만, 꿈은 그것을 꾸는 것만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꿈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실천은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효과적인 전략은 남다른 경험과 넓고 깊은 지식, 그리고 따뜻한 감성과 영성에서 싹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술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전투 기술입니다. 전략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하면, 전술은 보다 구체적인 부분입니다. 전술은 여러 부분들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기술들과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어야 하며, 여러 자원들을 융합하여 이루어내는 행위들로 구성되겠지요. 전략은 있으나 전술이 없다면, 꿈만 꾸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전술만 있고 전략이 없다면, 망망대해에서 목적지 없이 떠도는 돛단배와 같을 것입니다.



#1 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저, 사과나무)

– 득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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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히 무사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칼 한자루에 명예와 생명까지 모든 것을 거는 무사들의 삶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안과의사로서 수술장에서 칼(?)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사들은 칼놀림 기술 이외에도 주변환경을 파악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삶의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는 무사들의 가르침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야모토 무사시 (1582-1645)는 일본에서 ‘검성’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검객입니다. 물론 역사 속에는 그보다 칼을 더 잘 다루는 검객들도 있었겠지만, 그가 남달랐던 점은 책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그는 두 개의 칼을 쓰는 ‘니텐이치류’라고 하는 병법을 창시하였으며, 젊은 시절 60여 차례의 대결에서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 미야모토 무사시는 본인이 터득한 검법과 병법의 지혜를 ‘오륜서’라는 책으로 남겼습니다. ‘오륜서’는 다섯가지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땅의 전략’, ‘물의 전략’, 불의 전략’, ‘바람의 전략’, 그리고 ‘비어있음의 전략’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싸웠던 수많은 전투들에서 얻은 진중한 깨달음들입니다. 얄팍한 처세술 책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 이상 읽었고, 가장 으뜸가는 전략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칼과 병법에 대한 책이지만, 매우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내용들이 압축되어 있어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야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책 중에서>

“…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병법을 익힐 때 평소부터 맞받기, 엇갈리기, 빠져나가기, 뚫고나가기 등의 잔재주만 배운다. 그러면 선수를 뺏기고 후수가 되어 상대에게 휘둘리기 십상이다. 병법의 길이란 곧고 바른 것이다. 바른 도리로써 상대를 몰아붙여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잘 음미해야 한다.”


“…검술의 진정한 도는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요 이것을 빼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나의 병법의 지력을 터득하여 그것을 거듭 실천해 나가면 승리를 거둘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로저스 저, 굿모닝북스)

– 경험을 통한 지혜 습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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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지혜는 독서나 가르침등의 간접 경험을 통한 논리적 사고의 확장으로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몸으로 부딪혀 배우게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 책을 쓴 짐 로저스는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그는 자동차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이 세계일주의 목적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현지에서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적인 상황을 예측하기 위함입니다. 그는 여행을 위하여 직접 자동차를 개조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전세계 116개국, 15만 2000마일을 직접 자동차로 달립니다.


그는 4륜 구동 자동차에 몸을 싣고 1999년 1월 1일 아이슬란드를 출발해 유럽과 터키,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을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한 뒤 스칸디나비아에서 지브롤터까지 유럽대륙을 종단했습니다. 이어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의 서부해안을 달려 남단 끝 케이프혼에 도착한 뒤 다시 동부해안을 따라 이집트까지 올라갔습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자동차를 몰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횡단한 다음 파키스탄과 인도를 거쳐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를 차례로 여행했고,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의 티에라 델 푸에고 섬에서 남미와 중미,북미를 거슬러 올라와 캐나다의 유콘까지 다다랐습니다. 저자는 다시 캐나다와 미국 서부해안 지역을 따라 내려온 뒤 미국을 동서로 가로질러 2002년 1월 5일 뉴욕의 집에 도착, 세계 일주 여행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짐 로저스는 세상을 여행하는 전략을 세우는 수많은 방법 중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위대한 소설가가 ‘인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인생을 완벽하게 표현하듯, 이 책은 ‘경제학’이나 ‘투자이론’등의 전문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여행을 통해 정치경제 상황과 투자 환경,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의 여행기를 따라 읽다가 보면 세계 각국의 풍경과 사회와 문화를 저절로 이해하게 되고, 경험을 통해서 지혜를 확장하는 방법을 알려 됩니다. 짐로저스의 모험에 ‘필(feel)’을 받아 저도 직접 보스턴 남부의 Nantucket Island의 야생동물보호구역에 혼자 Jeep Wrangler를 몰고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모기에 물어뜯긴 상처 자욱들이 오래 가긴 했지만, 아름다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인도는 한 마디로 관료주의와 국수주의, 반자본주의 성향이 너무 강했다. 인도는 한마디로 관류주의와 국수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판을 치는 나라였다. 외국인 투자사업의 승인 절차를 조사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인이 새로운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인원으로 10명이 동원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수입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자동차에 갈아 끼울 미러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절대 솔깃한 내부 정보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사과 산지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면 절대 사과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3 제로 투 원 (ZERO to ONE) (피터 틸 저, 한국경제신문)

– 기업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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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Paypal)’이라는 기업을 아실지 모르겠네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지불결제 업체 중 하나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 (Peter Thiel)은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처음으로’만들어서 빌 게이츠처럼 될 수도 없으며, 소셜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만들어서 마크 저커버그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여 성공하려 하지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지요.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됩니다. 이 책은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우리는 ‘경쟁’하도록 교육을 받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있게 차별화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은 ‘창조적 독점’입니다.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적인 이윤을 얻는 것입니다. 아울러 산업과 문명의 발달도 이끌게 되지요.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몸집 키우기’,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등 이 책의 소제목을 보면 어떻게 0에서 1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조금 감이 올 듯도 합니다. 경제학적 개념들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쉬운 말들로 써 있어 실제 읽어 보면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없습니다. 기업과 산업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책 속으로>

“… 이런 점에서 기업은 국가와 비슷하다. 일찌감치 내려진 나쁜 결정들(예컨대 파트너를 잘못 골랐다거나 사람을 잘못 채용했다거나 하는 것들)은 이후에는 바로 잡기가 아주 어렵다. 어쩌면 파산 명령이라도 나야 누군가 바로잡아볼 시도라도 해 볼 것이다. 회사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초의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신생 기업이라면 광고를 통해 대형 회사들과 끝없이 경쟁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기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만들고, 이목을 끄는 홍보작전을 펼치겠다는 유혹 말이다.”



후배 여러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앞으로 지금까지 부딪힌 적이 없는 낯선 세계를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것입니다. 어떤 때에는 용기를 잃고, 어떤 때에는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꿈’과 ‘전략’과 ‘전술’과 ‘기도(혹은 영성)’를 통해서 해결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든 단어들 앞에는 ‘바른’이라는 단어를 꼭 붙여야 하구요!


훌륭한 책들은 우리 삶의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후배 여러분들은 학교를 떠나게 되더라도 늘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책들에서 손을 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많은 경험들과 지혜들로 가슴 벅차게 날아 오르고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부족한 선배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혜광, 화이팅입니다!


“나는 내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피서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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