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관문 넘기
주변에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기계적인 답변과 함께 말이다. 좋은 말로 거절이지, 쉽게 말해 까인 거다. 나 역시 야심 차게 도전한 첫 도전은 단 며칠 만에 야심 차게(?) 거부를 당했다. 퇴짜 맞기 전만 해도 신청만 하면 당연히 '네 작가님 어서 저희 플랫폼에서 글을 써주세요~'라는 격한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작가 선정 정도야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내가 이러려고 작가 신청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로웠다.
심기일전하여 재도전한 두 번째 신청에서 드디어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도착했다. 많은 브런치 선배님들이 그러하듯,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은 날은 마치 당장 책이라도 출간한 듯, 기쁘고 뿌듯한 기분으로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어렵다는 말은 반대로 작가로 선정된 사람에게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마치 자신이 어디 훌륭한 집단에라도 소속된 듯한 계급의식 까지도 생긴다. 물론 이후 혹독한 구독자 0명의 시기를 지나며 근거 없던 자신감은 대부분 심해까지 떨어지지만 말이다... 나 역시 아직 구독자 100명도 채 안 되는 초보 작가이다. 그럼에도 브런치의 까다로운 심사를 먼저 통과해본 경험을 살려, 이제 막 브런치 작가가 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팁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먼저, 브런치에 심사를 넣을 때는 출판사에 출간 계획서를 제시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출판사 편집자들은 워낙 많은 원고 속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작가 지망생의 원고 따위는 잘 읽지 않는다고 들었다.(어디까지나 들은 얘기다) 출간 계획서를 검토해 본 후, 충분히 흥미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야 비로소 원고를 읽어본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브런치 심사위원들도 분명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의 지원자의 글을 읽어볼 텐데 당연히 그 글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 거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 읽어 보신다면 죄송합니다...) 즉,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작가와 앞으로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소개를 읽고 흥미를 느껴야지만, 비로소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는 총 4개의 항목이 있다.
1) 자기(작가) 소개
2) 브런치 활동 계획
3) 샘플 글 3개
4) 출간서적이나 SNS 정보
1) 자기소개
당연하겠지만, 우선은 자기소개에서 부터 흥미를 끌어야만 한다. 여기서부터 흥미가 안 생기는데 그 사람이 흥미 있는 글을 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자기소개 부분은 자기는 누구이고 어떻게 자랐고 뭐하는 사람이고... 주절주절... 이처럼 정말 자기소개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어떤 글을 쓸 것이고, 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중심으로 적는 것이 좋다.
브런치에 실제 제출한 나의 예시
30대 직장인입니다. 단순한 삶, 미니멀 라이프를 메인 주제로 감정과 일상의 소소한 생각거리를 정리한 에세이를 적을 생각입니다. 거창하기보다는 간소하고 소박하게 잠시 쉬어가며 생각해 볼 만한 얘깃거리를 쓰고 싶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의 생활과 마음 정리를 하는 데 있어 약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는 매우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2) 브런치 활동계획
그리고 브런치 활동 계획에는 본인이 쓰고자 하는 주제를 먼저 명확히 제시한 후 그 주제에 대한 목차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좋다. 주제와 목차가 명확하면 아무래도 이 사람이 앞으로 쓸 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생긴다. 우리가 브런치 작가를 구독할 때를 생각해보자. 어떤 글 한 개만 읽고 구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그 사람의 작품들을 훑어본 후 앞으로 이 사람이 쓸 글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만이 구독을 누른다.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 신청 단계에서도 브런치 심사위원이 구독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명확한 주제와 목차를 제시하면 유리하다. 시리즈물이라면 더욱 좋다. 앞으로의 글에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명심하라,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다는 것은 브런치가 당신이란 작가를 구독한 것이다.
구독을 누르고 싶은 기대감을 주어야지만 작가로 선정될 수 있다.
참고로 브런치에는 실용성 있는 글이 감성적인 글보다 그 숫자나 인기면에서 더 잘 팔리는 것 같다.(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실용적인 글이 작가로 선정되기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이런 이유로 나의 경우,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었으나 브런치 심사를 위해 '단순한 삶'이라는 키워드로 실용과 감성의 반반씩 발을 걸친 주제로 제출을 하였다.
브런치에 실제 제출한 나의 예시
주제: 단순한 삶 (미니멀 라이프)
1) 마음가짐
2) 인간관계
3) 식습관
4) 물건
5) 돈
6) 명예
7) 직업
8) 일상
3) 샘플 글 3개
함께 제출하는 샘플 글은 당연히 앞에서 목차로 제시한 내용으로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작가로 선정될 경우, 제출했던 그대로 자신이 제시한 목차에 맞춰 발행 가능한 수준의 글로 3개를 제출하라. 나의 경우는 목차 1,2,3번의 순서 그대로 제출하였고, 작가 선정 후에도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발행하였다. 기껏 목차를 제시해놓고는 그것과 전혀 다른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당연히 목차 순서대로 제출하는 것이 작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4) 출간서적 및 SNS 정보
나는 출간 작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이미 출간을 한 적이 있는 작가라면 선정에 있어 훨씬 유리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 사람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이미 검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이미 작가로 선정된 많은 분들도 그렇고, 꼭 출간 작가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SNS도 마찬가지로 인플루언서 수준의 계정을 이미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작가로 선정되는데 유리할 것이다. 아무래도 SNS를 통해 끌어올 수 있는 독자가 많을 것이 기대됨으로 브런치 입장에서도 유입 독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 나의 경우는 이웃도 거의 없는 블로그 하나 제시했다. 한마디로 출간서적도 SNS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 위한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 위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 내용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브런치에는 수많은 작가님들이 있고, 심사위원 역시 한 명이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작가 선정의 기준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작가 선정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참고로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다. 이 후로는 각자의 특성에 맞게 본인의 매력을 잘 살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시기를 바란다.
사실 브런치에는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팁에 관한 글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작가로 선정된 사람마다 이런 글을 쓴다면, 그 글만으로도 수천 페이지는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브런치가 더 많은 작가, 예비작가님들이 모여있는 국내 최대 '글 콘텐츠 저장소'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다. 나의 글이 브런치 작가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께 티끌만 한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기쁘게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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