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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Apr 20. 2020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숫자를 모두 세어보면 몇 명이나 될까요? 


 제가 쉽게 만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사실 만남이라고 하는 말뜻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혈연관계부터 시작해서 깊은 친분을 나눈 관계, 일로 엮인 관계, 이름만 아는 관계, 얼굴만 아는 관계 등등. 심지어 길에서 스쳐간 사람과의 관계도 엄밀히 말하면 만남에 해당합니다. 그런 다양한 종류의 만남 속에서 최소한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아는 사이를 만남이라고 가정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살면서 만나온 사람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당시 국민학교) 한 반에 50명이 조금 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올라가서는 50명이 조금 안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45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평균 50명으로 잡아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 12학급을 거치는 동안 적어도 600명 이상의 사람과 만났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숫자도 어림잡아 200명은 충분히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서로 이름 정도는 아는 사이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을 모두 합하면, 그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 제 서랍에 있는 명함집에만 해도 1,000명이 넘는 사람의 명함이 꽂혀 있습니다. 당연히 그 모든 명함들은 실제로 만나서 주고받은 것들이니, 그 명함 한 장 한 장이 모두 누군가를 만났다는 증거들이 되겠지요.   


 우리는 살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만나고, 또 만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다 보니 쉽게 만남의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쉽고 하찮은 일일까요? 우리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지요? 이건 결코 과대포장된 말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탄생한지 적어도 200억 년 이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백억 년은 건재할 테고요.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첫 번째 우주가 아닐 수 있으며, 이미 수백억 번의 우주가 탄생했다 소멸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시간이란 것이 얼마나 무한대에 가까운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또 어떠합니까. 빛은 우리 지구를 1초에 7바퀴 반이나 도는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은하계를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통과하려면, 그런 빛의 속도로도 10만 년을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그런 무지막지한 크기의 우리 은하 역시 우주 전체의 크기에 비하면 백사장의 모래 1알만큼 밖에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간의 무한함 앞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이제 만남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감이 오시나요?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과 공간이 정확하게 겹치는 단 한점에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란 말입니다. 로또를 100번 연속 1등 하는 것보다 더 희박한 확률일 테지요.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헤어졌던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스쳐갔던 만남 하나하나를 조금 더 곱씹어 보고 싶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오늘 함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확률의 우연을 관통하여 서로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그렇게 엄청난 대사건이란 말입니다!



-처리형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MKAfCDsK4pWxrz2USDvAag


-처리형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hur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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