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동화

짧은 글

by 그래도

집 근처 꽃집 앞을 지나다 보니 프리지아 꽃을 많이 들여놓았다. 이천 원 주고 작은 다발을 한 개 샀다. 주인은 "봉오리 많은 거로 드릴게요." 하면서 거의 초록의 봉오리만 달린 다발을 골라 신문지에 둘둘 말아 건넸다. '그래. 이미 핀 것보다 봉오리에서 피는 꽃이 더 오래가겠지. 뭐.' 생각했지만, 혹시 그냥 시들면 어쩌나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하였다.


집에 와서 줄기들을 묶어 감아놓은 테이프를 풀었더니 그중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줄기 아랫부분은 자를 수밖에 없어 꽃병에 담기에 너무 작아졌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부엌 한구석에 있던 일회용 투명 컵에 꽂아보았다. 생각보다 모양이 그럴듯해서 다 같이 꽂으면 예쁘겠다 싶었다. 나머지 열 개쯤 되는 줄기도 모두 그 정도 길이로 잘라 함께 꽂아 놓았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프리지아 꽃봉오리가 제법 커지더니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맑은 물과 어우러진 줄기들이 투명한 컵 안에서 훨씬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프리지아 꽃향기가 은은히 거실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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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지아 한 송이가 다쳐서 아팠어요. 다친 프리지아는 친구들과 함께 꽃병으로 갈 수 없어 너무 슬펐어요.
그때 부엌 한구석에서 '내가 부축해서 담아도 될까?'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니 한번 쓰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일회용 컵이었어요. 프리지아는 정말 고마웠어요.
친구 프리지아들도 함께 하겠다고 다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왁자지껄 컵 속으로 뛰어 들어왔어요. 곧 맑은 물이 쪼로롱 들어와 담겼고, 봄 햇볕이 모두를 따스하게 비춰주었어요.
행복한 투명 컵에 담긴 프리지아 친구들은 곧 하나둘 노랗고 예쁜 꽃망울을 터뜨렸어요. 함께 까르르 웃는 즐거운 소리는 샛노란 향기가 되어 밝게 퍼졌답니다.


봄날의 동화 한 편이 우리 집 거실에 배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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